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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보는 내곡동으로 통한다

국정원 이어 기무사·정보사 이전 추진… ‘세계 최대 정보타운’ 조성 주민 반발 거세

  •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모든 정보는 내곡동으로 통한다

모든 정보는 내곡동으로 통한다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內谷洞) 일대에 ‘세계 최대의 정보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정보타운’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내곡동의 인구는 2000년 현재 8751명밖에 안 되지만 면적은 12.67km2나 된다. 15개 동(洞)을 거느린 서울시 중구의 면적 9.97km2보다 더 넓다. 게다가 면적의 대부분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다. 그러니 오히려 국가기관들이 들어올 부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중구의 명소 하면 남산(南山). 그 안자락에 무시무시한 ‘남산 안기부’가 있었다. 그 ‘남산 안기부’(국내 파트)가 ‘이문동 안기부’(해외 파트)와 한지붕을 쓰는 통합 신청사를 내곡동에 지어 이전한 것은 지난 95년 9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구룡산과 대모산 그리고 경기도 성남시와 경계가 되는 인릉산 사이에 형성된 내곡동 분지에 자리잡은 까닭은 서울시 내에서 ‘레이더에 안 잡히는 곳’으로 이만한 땅을 확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

내곡동 주민 김정식씨(62)는 “그때만 해도 안기부의 위세가 무시무시한 시절이라 주민은 아무도 내놓고 반대를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국군 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에 이어 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까지 각각 20만 평씩을 차지하며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에 소재한 기무사가 이전을 추진한 것은 이른바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93년부터. 당시 문화예술계의 요청에 따른 대통령 공약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법적 제한과 예산문제 등으로 이전문제는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되었다. 그런데 지난 96년 전문업체의 안전진단 결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현 위치에서의 재건축을 추진한 끝에 지난해 4월 김대중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았다.

실제 기무사 본청 건물은 88년 전인 1913년 경성의대 부속건물로 건축되어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 그러나 ‘현 위치 신축’ 방침이 알려진 후 문화예술계 및 언론계의 반대의견을 수용한 당시 박지원 문화부 장관이 김대통령에게 이전을 건의하자 기무사는 ‘시설 현대화’ 문제를 다시 접어야 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기무사가 부대 이전문제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충정’에서였다.



기무사는 이때부터 서울시에게서 13개 이전 후보지를 추천 받아 은밀하게 부지 물색에 들어가 내곡동 일대 20여 만 평을 낙점했다. 그런데 껄끄러운 점은 바로 이웃에 모든 정보기관에 대한 ‘조정’ 권한을 가진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기무사에 따르면 김필수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1월 대통령에게 내곡동으로의 부대 이전계획을 보고해 “국정원장과 협의해 추진하라”는 사실상의 ‘재가’를 받아냈다는 것. 그런데 대북공작을 수행하는 정보사까지 국정원과 인근한 강남구 세곡동으로의 이전 방침을 밝히고 지난 4월 국정원장이 임동원 원장에서 신건 원장으로 바뀐 뒤 사정이 달라졌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그 연유를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연말 기무사령관이 대통령에게 부대 이전계획을 보고했을 때 ‘국정원장과 협의해 추진하라’는 말씀을 한 것은 사실이다. 기무사와 정보사는 이것을 가지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이 이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군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일 뿐 협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신건 원장이 취임한 이후 밑에서 건의해 ‘협의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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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측은 이에 대해 펄쩍 뛴다. 국정원 예산을 쓰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 12월 국방부 정책심의 결정을 거쳐 국방예산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국정원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런데도 국정원이 I.O.(정보관)들을 풀어 은근히 반대 여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입장은 다르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협의’의 근거는 ‘국가 1급 보안시설’이라는 점. 국정원측은 보안업무 규정과 시행규칙상의 ‘협의’는 사실상 국정원장의 ‘승인’을 뜻하는 것이라며 “말로만 협의해야 한다면 그런 규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또 대북공작이 주임무인 정보사가 굳이 서울 시내에 주둔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그러나 정보사측은 “우리가 이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서초동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서울시의 부대 이전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또 다른 반대 이유는 정보기관을 한데 모아놓으면 그만큼 보안유지가 어렵다는 것.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처럼 국가 1급 보안시설이 밀집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또 ‘유사시 미사일 공격 등으로 집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전쟁이 나면 국가 기간시설과 비행장, 작전부대 등이 선제 타격대상이고 국정원과는 직선거리로 3km나 떨어져 있다”며 이는 괜한 트집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모난 돌’ 옆에 있다가 ‘정’ 맞을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보안사(기무사의 전신)가 중앙정보부를 ‘접수’한 79년 10·26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가까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게다가 양쪽 다 이 문제를 입밖에 내지는 않지만 기무사가 부지로 수용할 능선의 바로 아래에 국정원장 공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으로서는 내심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무사 이전팀의 한 관계자는 “보안시설 규정 때문에 산 능선까지 부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만 평도 안 되는 현재의 소격동 부지보다 20만 평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무사 본부와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직할부대와 경비대, 통신단 등이 다 들어오고 연병장과 조경시설 등을 갖추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이전하면 사실상 영구히 주둔한다는 각오로 주민과 공존하는 부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1급 보안시설’ 모두 집결 그러나 기무사가 넘어야 할 산은 국정원뿐만이 아니다. 내곡동 관내에 있는 군 관련시설을 보면 주민의 불만은 당연하다. 내곡동을 가로지르는 헌릉로를 사이에 두고 기무사·국정원·정보사가 들어서고 그 맞은편에는 강남-서초·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과 화생방 방호사령부까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인근 세곡동 정보사 이전 예정지 근처는 행자부가 추진하는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조성 후보지로 유력한 두 곳 중 하나다. 유재성 서초구청 내곡동장은 “게다가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장묘시설(화장터) 13개 후보지 중 4곳이 내곡동에 집중해 있어 주민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무사 이전 반대추진위 김학만 총무는 “그동안 30년 동안이나 재산권·생활권 침해를 참아왔는데 군부대가 들어와 이제는 발전의 희망이 없다”면서 “이곳은 10년 이상 공시지가가 묶여 있기 때문에 최소한 실거래 보상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무사 이전으로 내곡동 안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내곡동의 원조격인 안골마을. 기무사가 들어서면 33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경주김씨 씨족마을인 안골은 국정원과 기무사의 철조망에 갇혀 영락없이 ‘고립된 섬’이 될 형국이다. 기무사도 이런 점을 고려해 체육시설 등을 만들어 주민 편의시설로 개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안골 주민들은 “국정원도 처음 들어올 때는 주민 산책로를 개방했지만 나중에 보안을 이유로 봉쇄해 버렸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실거래 보상을 수용한 국정원의 보상·수용 사례를 적용해 안골마을 전체를 보상·수용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축·이전 건으로 두 번이나 대통령께 보고해 재가를 받은 사안을 가지고 다시 대통령께 보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수진(背水陣)을 쳤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정원과 주민을 설득해 기무·정보사 이전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세계 최대의 정보타운’과 ‘세계에서 유례없는 정보 집중현상’은 여전히 남는다.



주간동아 2001.07.12 292호 (p24~25)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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