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2000.07.20

인천 해수욕장이 죽어간다

18곳 모두 수질 심각, 상당수 공업용수 수준…‘송도’는 폐쇄론까지 들먹

  • 입력2005-07-22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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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해수욕장이 죽어간다
    인천 연안 서해엔 해수욕장들이 많다. 인천시내 송도유원지에서 ‘서해교전’으로 유명한 연평도까지 18개의 해수욕장들이 경기만(灣)을 포위하듯 포진해 있다.

    바캉스 시즌이 되면 이곳은 수도권 시민들로 붐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드넓은 갯벌, 울창한 솔숲, 맑고 얕은 바닷물 등 천혜의 휴양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인천 연안의 해수욕장들이 중병을 앓고 있다. 적어도 수치상으론 18곳 중 ‘사람이 해수욕을 하기에 적합한 수질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상당수 해수욕장의 해수는 ‘공업용수’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같은 사실은 인천시청이 실시한 98, 99년 인천 연안 18개 해수욕장 수질현황조사와 2000년 1·4분기 해수 수질조사 시험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동안, 행정기관에 의해 공인된 인천 연안 바닷물 수질검사 결과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은 ‘해수욕장 등 해양에서의 관광 및 여가선용에 적합한 수질’을 ‘2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2등급의 환경기준은 COD(화학적 산소요구량·mg/ℓ) 2 이하, SS(부유물질·mg/ℓ) 25 이하, T-N(총질소·mg/ℓ) 0.1 이하 등. 99년 여름 조사 결과 인천 연안 18개 해수욕장 모두 COD 2등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그림 참조). 18개 해수욕장 가운데 실미(3.3) 송도(4.2) 옹암(3.1) 서포리(3.7) 장경리(4.0) 동막(3.0) 조개골(3.0) 등 7곳은 COD 3을 넘겼다. COD 3 이상은 ‘공업용 냉각수, 선박의 정박 등 기타 용도로 이용되는 3등급 수질’이다. SS 검사에서도 절반인 9개 해수욕장이 기준치(25) 초과로 나타났고 이중 조개골(535) 영뜰(1333) 등은 기준치의 21∼53배까지 나왔다. T-N 역시 13곳이 기준치를 넘겼다.



    98년에도 이들 해수욕장은 비슷한 조사 결과를 보였다. 인천시는 지금 18개 해수욕장 수질을 다시 검사하기 위해 바닷물 채취를 마쳤다. 그 결과는 2, 3주 후쯤 나올 예정이다.

    인천시는 올해 상반기에 해수욕장들을 둘러싼 인천 앞바다 24개 지점에서 수질조사를 했다. 24곳의 평균 COD는 3.5로 나왔고 SS는 95.8이었다. 인천시 물관리과 수질조사 담당자는 일단 “조사 시점이 밀물 때냐 썰물 때냐, 혹은 육지와 어느 정도 가까운 곳이냐의 여부에 따라 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기에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그는 “인천 앞바다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7월10일 공개된 환경운동연합의 해수욕장 수질조사에서 인천의 대표적 해수욕장인 을왕리해수욕장은 COD(0.4)와 SS(5)는 인천시 조사 때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환경성 점수는 전국 46개 해수욕장 중 43위를 기록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혜경 사무차장은 “인천 연안 서해 일대는 육지와 인접하지 않은 바다도 오염되고 있다. 또 인천부두에서 북쪽으론 휴전선 북방한계선 유역인 연평도, 남쪽으론 굴업도에 이르기까지 해양오염이 부챗살 모양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수욕장의 수질악화는 이런 맥락의 일부”라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해수욕장의 환경오염은 전국적 현상이긴 하지만 서해의 경우 그 오염속도가 매우 빨라서 문제”라고 말한다. 인천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불과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인천 앞바다의 COD는 평균 1.2 수준으로, 동해안 해수욕장 못지않게 맑았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의 담수 해수욕장. 수도권 시민들에겐 설명이 필요없는 장소다. 이곳은 인천은 물론 서울 소재 학교에서도 단골로 소풍 오던 장소였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해왔다는 김 모씨(45)는 “매년 여름이면 수십만 명이 몰려와 인파와 텐트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개장을 3일 앞둔 송도유원지의 분위기는 그러나 예전 같지 않았다. 피서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95년 88만5000명이던 입장객이 99년엔 57만4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선 지난해보다 10%가 더 줄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송도해수욕장’이란 이름을 역사 속으로 퇴장시킬 계획까지 나왔다.

    이런 변화들은 바로 ‘수질’ 때문에 생겼다. 인천시 조사에서 송도해수욕장의 COD는 4.2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원지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도시관광㈜은 해수욕장 절반은 메우고 나머지는 ‘워터파크’라는 풀장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이곳을 찾아 물놀이를 하던 이숙희씨(인천시 금곡동)는 송도해수욕장의 폐쇄에 반대했다.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이 여름철 저렴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송도뿐입니다. 수도권 내에서 배를 안 타도 갈 수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을 없애면 서민들은 어디서 여름휴가를 보냅니까.” 그녀는 “왜 인천 바닷물을 맑게 할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환경전문가들도 이 지적에 공감한다. 이들은 지난 75년 경남 마산시 가포해수욕장 폐쇄조치를 사례로 든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로 시작되는 가곡 ‘가고파’의 무대였던 그 해수욕장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쓰레기, 산업폐수, 거품덩어리로 인해 ‘간장색’이 돼버리자 행정당국이 내린 조치였다. 환경운동연합 김달수 간사는 “한국의 해수욕장 정책이란 그냥 내버려두다 갈 데까지 가면 폐쇄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환경보전 장기종합계획 등을 만들어 환경오염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의 한 공무원은 “해수욕장 수질개선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경기준에 못 미치는 몇몇 해수욕장들에서 아직 건강상의 피해를 보았다는 사례는 나오고 있지 않다. 해수욕장의 경우 행정력이 미칠 수 있는 법적 장치 역시 거의 없다. 또 해수욕장 주변에서 상권을 형성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지역민들의 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환경부 수질담당 고종희씨는 “오는 8월1일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수욕장 수질기준은 1등급(COD 1 이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인천 앞바다의 해수욕장들을 계속 방치하는 가운데 법령집의 문구만 엄격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혜경 사무차장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씨는 “인천 앞바다를 재생시킬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런 제안을 했다. “초(超)거대 공항이 들어서고 첨단 신도시가 생기면 뭐합니까. 그 때문에 2000만명이 사는 코앞의 바닷물이 사람이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썩어버린다면…. 지금이라도 15년 전의 해수욕장을 되찾는 일에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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