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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증시 ‘큰장’ 오는가

살 만큼 샀다… 이젠 지켜보자

외국인이 보는 주식시장…금융, 재벌 구조조정 미심쩍은 눈초리, 매도우위 가능성도

살 만큼 샀다… 이젠 지켜보자

살 만큼 샀다… 이젠 지켜보자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은 어떤 사안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본 채 자기 것만이 진실인 양 주장할 때 쓴다. 부끄럽게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국내의 논의도 그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적을 모르는 데야 외국인에게 당하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

반면 외국인은 국내 기관과 개인의 ‘히든 카드’를 훤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항상 돈을 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20%나 폭락했는데도 7조6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만838명 등록… 시가총액 비중 30% 넘어

국내 주식투자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외국인은 올 6월 말 현재 1만838명에 달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은 87조7126억원. 전체 시가총액 291조1597억원의 30.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지난 92년 주식시장이 개방된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6월 말까지 9조4349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외제장세’(外製場勢)라는 말은 이제 거의 상식으로 통한다. 주요 순매수 종목은 삼성전자(4조1686억원) 현대전자(2조6115억원) SK텔레콤(5066억원) 삼성전기(4969억원) 한국전력(4400억원) 등이었다. 당연히 개별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도 올라 주택은행은 외국인 지분율이 66.07%나 된다. 삼성전자는 56.17%, 국민은행은 53.49%다. 지분 구조만으로 볼 때 한국을 대표하는 이런 기업들의 주인은 벌써 외국인으로 바뀐 셈이다. 올 상반기 중 종합주가지수 추락을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막아낸 것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 덕분이었다는 것은 정설이다.



외국인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너무 단편적이다. 외국인이 상반기 중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하자 “한국을 사고 있다(Buy Korea)”고 흥분했다. 외국인이 사니까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삼성전기 한국전력 등에 집중됐다. 이들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비중이 무려 87.2%나 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2종목의 비중만도 71.9%에 이른다. “Buy Korea”가 아니라 “Buy Stock”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리서치헤드)는 “외국인은 거시위험이 작은 3대 IT기업을 집중적으로 매수했으며 그 외에 대해서는 중립 내지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Global sector fund와 US domestic fund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은 3대 IT종목을 적극 매수했지만 유럽 및 아시아계 투자자들은 99년 말부터 한국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통계에서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중 외국인은 6843억원어치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조59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2.3배나 되는 규모다.

반면 영국은 37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룩셈부르크(2120억원) 말레이시아(2168억원) 기타(1438억원) 등도 매도우위였다. 4월에도 미국만 26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을 뿐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영국 등은 대부분 매도우위였다.

외국인이 올 들어 단기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국인은 IMF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한번 사면 최소한 1년, 적어도 2∼3년 보유하는 장기투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98년 10월부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에는 단기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길영 ING베어링증권 상무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가운데는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보다 더 매매를 자주하는 단타족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의 단타매매는 지난 6월부터 국민 주택 한빛 외환은행 등의 주식을 하루 이틀 샀다가 판 뒤에 며칠 지나서 다시 사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데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또 7월6일 삼성전자 주식을 28만2504주 1022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종합주가지수 대비 40%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일부 펀드에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외국인 투자가 가운데는 자신의 투자금액 중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 주식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종합주가는 약세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독야적적(獨也赤赤)하게 상승해 삼성전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등록한 미국투자자는 5월 말 현재 4212명으로 전체(1만701명)의 39.4%에 달했다. 영국(995명) 일본(879명)이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캐나다(454명) 말레이시아(419명) 아일랜드(307명) 등의 순이다. 92년부터 99년 말까지 미국에서 유입된 투자자금은 118억1100만 달러로 전체 유입액(274억4200만 달러)의 43.0%를 차지했다. 영국이 8.8, 아일랜드가 7.8, 말레이시아가 3.4%였으며 일본은 1.0%에 불과했다.

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의 투자자와 유입금액이 많은 것은 이들 국가에 조세천국이 있기 때문이다. 조세천국이란 세금을 내지 않고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자금이 그 나라에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가리킨다. 말레이시아와 아일랜드에서 유입되는 자금 중 상당부분은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운용 중인 자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까막머리 외국인’으로 통하는 자금이 바로 이런 것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의 ‘서열’에서도 나타난다. 한 외국계 증권사 법인 브로커는 “IMF 이전까지만 해도 ING베어링 자딘플레밍 WI카 등 유럽계 증권사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워버그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먼삭스 등 미국계 증권사가 주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사줄 것인가. 외국인 매수는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증시의 ‘돈가뭄’을 해갈하고 주가상승을 이끌 수 있는 중요 변수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외국인은 6월 말부터 관망세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외국인은 한국의 금융 및 재벌구조조정에 대해 아직 신뢰를 갖지 않고 있는 데다 상반기 중에 이미 많이 샀기 때문에 추가로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3·4분기 중에 중립 내지는 소폭의 매도우위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몽고메리 모건스탠리딘위터(MSDW)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내 자금 이동을 중심으로 분석한 ‘What if U.S. Investors Rediscover International Equities?’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주식이 아닌 국제 주식의 투자비중을 1.2%포인트만 높여도 2150억 달러(약240조원)를 해외 주식투자에 더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그의 분석대로 미국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그 자금 중 1%만 한국 증시에 투입한다면 2조4000억원이나 새로 유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연 그의 분석대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 계속 유입될지가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주간동아 2000.07.20 243호 (p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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