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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네트워크 공동체

‘한민족 공동체’ 닻 올렸다

사상 첫 ‘세계 한인회장단 워크숍’…유태인-화교 ‘벤치마킹’, 남북한 및 해외동포 통합 논의

‘한민족 공동체’ 닻 올렸다

‘한민족 공동체’ 닻 올렸다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야후(Yahoo)의 홈페이지에서 검색엔진을 사용해 ‘Jewish Community’(유태인 공동체)라는 단어를 치고 검색을 요청하면 무려 872개의 홈페이지와 연결된다. 같은 방식으로 중국인-일본인 공동체를 검색하면 각각 287개, 161개의 홈페이지와 연결된다. 반면 ‘Korean Comm- unity’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47개의 홈페이지만 연결될 뿐이다. 한편 유태인 공동체와 수천년간 적대적 생활을 해온 종교 공동체인 ‘Islam Community’로 검색해도 연결되는 홈페이지는 147개뿐이다. 2000년 7월8일 현재의 검색결과다.

어떠한 인종이나 국가에서도 유태인 공동체처럼 방대한 민족적 네트워크를 가상 공간에 연결시켜 놓은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적인 비교를 떠나 가상 공간의 질을 따지면 인종-집단 간의 차별성은 더 두드러진다. 이처럼 유태인 네트워크 공동체는 전세계에 퍼진 유태인들의 문화와 지적 자산을 연결시킨 ‘거대한 지구적 두뇌’를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의 인구 규모로 따져 한국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의 국민이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보다 수십배나 방대한 ‘인터넷 제국’을 건설해 놓고 있는 것이다.

142개국 564만여명 해외 거주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발간한 ‘21세기 국가발전과 해외 한민족의 역할’에 따르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태인 인구는 1800만명을 헤아린다. 분포를 보면 미국 580만명, 이스라엘 본국 480만명, 러시아 200만명, 유럽 150만명 등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 거주 유태인의 본국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여전히 해외 거주 유태인이 본국 인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해외 거주 유태인들 또한 세계유태인총회(WJC) 세계시오니스트(WZO) 유태인협회(JA) 같은 각종 유태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태인의 본국 이주 및 본국의 국익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유태인 네트워크는 1936년에 출범한 WJC(World Jewish Congress)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WJC는 80여개국에 산재해 있는 유태인 공동체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각국 정부 및 국제기관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하여 유태인을 위한 외교의 일익을 담당하는 사령탑 구실을 하고 있다. 역시 국정원이 지난해 발간한 ‘주요국 민족네트웍 실태와 한민족 네트웍 추진방향’에 따르면, 유태인 공동체 네트워크망을 통해 형성된 전세계 유태경제권은 4조8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미국 연간 GDP의 60%, 이스라엘 연간 GDP의 50배 이상에 해당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태인 공동체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 화교(華僑) 공동체 또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정원이 발간한 앞의 책자에 따르면, 세계 136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화교의 수는 약 3000만명(대만 2100만명 제외)인데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며 거대한 경제력으로 동남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도네시아 인구의 3%에 불과한 화교가 200대 기업 가운데 160개를 차지하여 98년 폭동사건 전까지 민간자본의 80%를 장악했으며, 태국에서는 전인구의 10%에 불과한 화교가 상장기업의 80%, 10대 재벌 가운데 9개, 그리고 4대 은행을 점유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전인구의 2% 미만인 화교가 100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화교조직은 약 9500개인데 아시아의 6500개, 미주의 2500개 조직이 화교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해외 화교들 또한 ‘국제화교협회’ ‘세계화상대회’ 등 전세계 중국계 기업간 기구와 회의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운영하여 화교들간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이민 100년사를 맞이하고 있는 한민족의 실태는 어떤가. 해외 한민족은 99년 현재 142개국에 564만명이 분산되어 있는데 그 중요한 특징은 미국(206만명) 중국(204만명) 일본(66만명) 러시아(49만명) 등 이른바 주변 4강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외동포 10명 가운데 9명이 주변 4국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4강 집중 분포도는 구한말 열강들의 한반도 침탈과 민족 분단의 비극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세계화 시대의 한민족에게 새로운 웅비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질서에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주변 4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韓人)들을 ‘민족 자산화’하려는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협력`-`통합이 ‘외세’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주변국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데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 외에 주변 4국 거주 동포들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앞의 두 책자를 발간한 것도 탈냉전-세계화-정보화의 시대 흐름 속에서 남북한은 물론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민족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또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최근 펴낸 ‘민족통합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한민족 네트워크 공동체와 연방주의·협의주의’라는 정책연구자료도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로 조성되고 있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한민족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압축’을 통해 ‘거리의 소멸’을 가져옴으로써 남북한과 한민족 구성원이 산재해 있는 많은 지역을 시-공간적 제약 없이 연결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탈냉전과 정보화는 구한말 이후 냉전 시기까지 고립-분산적으로 살아온 한민족 구성원들이 현실세계(off`-`line)나 가상세계(on`-``line)에서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서로 만나고 교류-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가상국가’에서 민족 교육도

이런 가운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통합하는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민족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한민족 통합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어 관심을 끈다. 최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570만 한인들을 대표하는 각급 한인회 회장단이 한인 이민사 100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도 바로 이런 민족 통합운동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월3~7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0년 세계 한인회장단 모국 워크숍’(이하 워크숍)이 그것이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봉규·인터뷰 참조)이 주최하고 외교통상부가 후원한 이 워크숍에는 각급 한인회 회장단 276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재미 한인회를 대표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와 재일 한국인들을 대표하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민단) 중앙본부가 중심이 되어 2년 주기로 ‘해외 한민족 대표자협의회’(이하 한대협)를 개최해 왔지만 5대양 6대주를 포괄하는 전세계 한인 회장단 모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외동포재단이 워크숍을 개최한 목적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새천년-새시대 재외동포 사회의 역량 총합(總合)과 ‘민족 자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한민족 공동체’의 구축. 둘째, 전세계 재외동포 사회의 실질적 지도자인 각급 한인회 회장 등 지도급 인사들이 함께 모여 모국과의 교류 및 상호간 횡적 교류 활성화 방안 강구. 셋째, 민족 정체성 확립 및 조국통일 기반 확충을 위한 재외동포 사회의 역할 강화 방안 모색.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민족 자산화’해 하나의 공동체로 묶으려는 시도는 유태인 공동체와 화교(華僑) 경제공동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여러 한인회 회장들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최정수 회장(캐나다 오타와)은 WJC를 모델로 한 세계한민족협회(World Korean Congress·WKC) 창설을 촉구하면서 그 첫 단계로 세계 한인 공동체의 주소록 발간, 한민족 공동체 웹사이트 설치 등을 제안했다. 또 조정원 회장(캐나다 뉴펀들랜드주)도 WJC를 모델로 한 민간 세계한인기구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들이 실현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한민족 공동체 형성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들을 구축한 바 있으나 재원 및 관심 부족으로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한 사이버 네트워크도 늘어나는 추세이나 아직은 활용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형편이다(‘표’ 참조).

현재 대표적인 한민족 사이버 네트워크는 재외동포재단에서 구축하고 있는 ‘한민족 네트워크’다. 21세기 한민족 경제-문화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한 재외동포 포털사이트를 지향하는 ‘한민족 네크워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 한국사 등 민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문화 서비스, 웹 호스팅 제공과 네트워크 거점 운영을 통한 인터넷 커뮤니티 구축, 인터넷 방송국 운영과 국내외 동포간 전자상거래망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예산과 전담 인력의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워크숍에서 거둔 또 다른 성과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해외동포들의 남북 화해협력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재일 조선총련과 반세기 이상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해온 민단은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미 총련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방침을 세웠으며, 그 방침에 따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의서를 6월15일 총련측에 보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민단 중앙본부 황영만 사무총장은 “총련이 대화에 응해오는 대로 동포 사회가 당면한 제반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는 물론 대북 식량지원 및 공동투자 조사사업, 일본 정부에 대한 공동 권익 투쟁 등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민단의 하정남 조직부장도 “우리 해외동포가 각 거주국에서 ‘친북한계 인사’들과 교류를 일제히 추진해 해외에서부터 통일기운을 올리자”고 제안하며 “이런 구체적인 공동행동을 통해 참다운 뜻의 재외동포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은 “우리 민단은 조총련과의 항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 왔다”는 반성에서 알 수 있듯, 21세기 새시대의 한민족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의 화해협력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최근 민주평통 구주북부협의회(회장 이종수·18쪽 참조)가 통일부와 공동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주최한 ‘세계 한민족 통일문제 토론회’에서도 정상회담 이후 일본-북미주 ‘친북단체’와의 관계 정립 및 북한 주요 도시와의 교류방안들이 전향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또 해외동포들은 “남북한 통일국가는 ‘단일 영토 국가’의 복원이 아니라 ‘기능적 통합’에 주안점을 둔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국가여야 하며 통일 비용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연방국가 또는 국가연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혀 6·15 남북 공동선언(제2항)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1세기 민족 통합의 항해를 시작할 ‘한민족 공동체’호의 닻은 이미 오른 셈이다. 이제 이 배를 추진할 강력한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것만 남은 셈이다.









주간동아 2000.07.20 243호 (p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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