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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진 개편설

마땅한 도승지감 누구 없소

개각 맞물려 ‘비서실 기능 강화론’ 무성…박지원 한승주 이세중 김종인씨 등 후보 거론

마땅한 도승지감 누구 없소

마땅한 도승지감 누구 없소
청와대 비서진 개편설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이 열리던 7월7일, 청와대로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동교동계의 한 핵심 의원은 “대권 문제는 (대통령) 임기가 일년 정도 남은 시점에 가서야 본격 거론되고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만약 그 전에 섣불리 경솔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처만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의 민주당 전당대회가 대권 예비주자들의 전초전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였다. 이 의원의 말은 이날 오전 권노갑 상임고문이 최고위원 불출마 선언을 한 것과 대비되면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 청와대 만찬에서 김대통령은 “이번 선거(전당대회 경선)는 당권이나 대권과는 관계가 없다”고 직설적인 어법으로 선을 그었다. “당권과 대권에 관계되는 전당대회는 2002년에 실시되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분명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분명하게 후계 구도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통령이나 동교동계 의원이 비슷한 시점에 거의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은 현 시국에 대한 여권 핵심의 입장이 대충 정리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권고문의 불출마 선언 하루 전부터 청와대에서 “바람이 세면 몸을 낮추기도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을 보아도 현안에 대한 내부 조율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향후 정국 방향을 선도할 커다란 밑그림 정도는 이미 그려져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밑그림에는 앞으로 어떤 채색작업이 이뤄질까. 그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다. 물론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개각과 직접 맞닿아 있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관련해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측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진용 개편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한실장이 최고위원 출마에 꽤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이 7일 “현재로선 개각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 시기가 문제일 따름이지 8월 초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불가피해진 측면이 많다.

물론 한실장이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7월25일까지 회기로 잡힌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4·13 총선 선거부정 논란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연계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여권의 주된 기류는 역시 비서실장 교체를 통한 비서실 기능 강화론. 대통령은 강하지만 비서실은 약체라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인 평가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이 국정현안에서 통합 조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그 부담이 온통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최근 의료대란이나 롯데호텔 파업 사태, 금융노조의 총파업 움직임 등에 내각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 역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정국 주도력’을 국내 현안에서의 미숙한 대처로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따라서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내각에 대한 강력한 통합 조정력을 바탕으로, 남북 화해 및 교류 협력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폭넓게 개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정치권 인사의 비서실장 진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중용할 경우 한실장이 보여주었던 패턴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초기의 김중권 비서실장은 역시 정권교체에 따른 영남권 탕평책과 당시 국민회의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성격이 짙다. 그 다음의 한광옥 비서실장은 김중권 체제의 ‘독주’에 따른 동교동계의 소외감을 달래고, 4·13 총선에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한실장의 비서실장 진출부터가 동교동계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한때 한실장 대표 기용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권노갑 고문의 최고위원 불출마 기류로 볼 때 대표직을 맡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차기 비서실장은 과연 어떤 인물이 맡게 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제일 많이 거론되는 사람은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동교동계 한 핵심 의원은 “그 양반은 정치적 목표가 도승지다. 기회만 있으면 결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박장관이 비서실장 제의를 고사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대통령이 직접 요청했다면 과연 고사할 수 있었겠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의 잇따른 성과와 약진에서 알 수 있듯, 행정에서도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보이는 것이 박장관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역시 남북 관계나 외교 문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권 인사라는 약점이 있다.

새롭게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한승주 전 외무장관과 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 한 전 장관의 경우 국제 문제 전문가인 데다 외무장관 시절 북한 경수로 문제로 치열한 ‘대북 외교’를 다뤄본 적이 있어 적임자로 꼽힌다. 대야 관계에서도 원만할 것이란 평가다. 동교동계와의 의사 소통이나 국내 정치 부분이 취약할 수 있지만, 이는 정무수석실의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는 나름의 보완책까지 나온다. 다만 본인의 승낙 여부가 관건이다. 이세중 변호사는 ‘친이회창계’라는 말이 있지만, 여권 인사들로부터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관계에서 신망이 두텁고 업무 조정력도 있다” 등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여전히 기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6공 때 경제개혁을 주도했던 김 전 수석은 새로운 ‘경제팀장’으로도 유력하다는 평가다.

내각은 정치인 중용 전망

비서실과 달리 내각에는 정치인들을 중용해 ‘힘있는 각료’로 난국을 풀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각종 이익집단들이 걸핏하면 “장관 말고 대통령이 나와라”고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해법을 요구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갈등이나 분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힘있고 책임 있는 장관’ 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개각에서는 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하는 인사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각종 개혁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집권 후반기 내각이라는 성격도 정치인의 중용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이는 “또 정치 내각이냐”는 비판을 들을 소지가 많다. 정치권 인사 가운데 때가 묻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는 점도 여권의 고민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래저래 “어디 제갈량 같은 ‘실사구시형’ 재사(才士) 없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요즘 여권 핵심의 분위기다.



주간동아 2000.07.20 243호 (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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