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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체육회 시작부터 네 탓 공방

정부는 체육회의 ‘밥그릇 챙기기’ 탓 체육회는 정부의 ‘통제’ 의도에 반감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2-22 17: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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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 이후 한국 체육계는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이끄는 국민생활체육회로 양분해 운영돼왔다. 두 단체는 각기 자율성을 갖고 활동했지만 이원화된 체계 탓에 우리나라 체육은 분야별로 단절돼 있었다. 양 단체를 통합하기로 한 것은 단체를 통합할 경우 우수 선수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선수 저변 확대, 생활체육 활성화에 따른 체육 분야 일자리 증대 등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파행으로 얼룩진 발기인대회

    국민체육진흥법(2015년 3월 27일 시행)이 개정되면서 25년 만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통합 논의는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현재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통합준비위원회 출범 법정 시한(2015년 6월 27일)을 훌쩍 넘긴 지난해 11월에야 정부(3명), 대한체육회(3명), 국민생활체육회(3명), 국회(2명) 추천 위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통합준비위원회가 정상 가동됐다. 대한체육회 측이 추천 위원, 의결정족수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뒤늦게 8차 회의부터 참여한 탓이다. 이후 통합준비위원회는 통합체육회 명칭을 ‘대한체육회’로 하기로 하고, 통합체육회를 법정 시한인 3월 27일 이전에 출범하되 새 회장 선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인 10월 31일까지 시행키로 하는 등 큰 줄기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합 방식에 불만을 품은 대한체육회 측의 딴죽걸기로 통합 논의는 수차례 불협화음을 빚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파행을 빚은 대표적 사건이 발기인대회다. 통합준비위원회는 2월 15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통합체육회 발기인대회를 열었지만 정상적인 개최에 실패했다. 3월 통합체육회 공식 출범을 앞두고 열린 발기인대회에는 안양옥 위원장을 비롯해 통합준비위원회 위원 11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체육회 측 위원 3명(양재완·배순학·이동현)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측 위원 3명이 빠지자, 국회 측 추천 위원 2명(신승호·김준수)도 행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진정한 통합 자리가 되지 못할 것 같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발기인 11명 가운데 6명만 참가하자 통합준비위원회 측은 긴급히 “발기인대회를 ‘1차 발기인대회’로 치르고 2월 29일 이전에 다시 2차 발기인대회를 열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추천 위원인 김경호 전 한국체육기자연맹 회장마저 퇴장하면서 결국 발기인 11명 중 5명만 참여한 가운데 ‘1차 발기인대회’를 여는 데 그쳤다. 통합체육회 공동회장을 맡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이 통합체육회 임원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강 회장만 자리를 지켰다.
    2월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2월 1일 열렸던 통합준비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대한체육회 추천 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 전원이 찬성해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11일 가맹경기단체 등급에 관한 문제 미해결과 사무처 기구 및 직제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불참을 결정했다. 또 통합체육회 정관이 완성돼야 발기인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13일 통합준비위원회의 통합체육정관 전문위원회가 대한체육회 측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통합체육회 정관을 확정했음에도 대한체육회 측은 불참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결국 예정에도 없던 ‘1차 발기인대회’는 통합 정관에 대한 발기인 기명날인 등 예정했던 안건 의결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통합체육회 주사무소 결정 같은 핵심에서 벗어난 내용만 처리하는 데 그쳤다.



    정관 승인이냐, 검토냐

    대한체육회 측이 약속을 깨고 발기인대회에 불참한 것은 새 통합체육회의 정관이 발기인대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는 IOC 헌장에 근거하는 것으로, 대한체육회 측은 “그동안 수차례 IOC로부터 새 통합체육회 정관은 반드시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관부처인 문체부는 IOC의 정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정관 개정 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리뷰(검토)를 받으면 된다”면서 “만약 정관상 문제가 있다면 통합체육회 출범 후 IOC 측 견해에 따라 정관을 수정하면 문제없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통합체육회 출범 법정 시한을 얼마 남기지 않은 가운데 출범 과정의 중요한 절차인 발기인대회가 통합체육회 정관 문제로 파행을 빚은 것은 이번 통합을 바라보는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정부 주도의 통합 방식에 반감을 가진 것은 물론, 정부가 새 통합체육회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반면 대한체육회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또 다르다. 정부는 대한체육회의 계속되는 통합 관련 비협조를 ‘의도적인 딴죽걸기’로 받아들이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 2월 12일 송파구 올림픽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체육 분야 업무보고회에 참석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말에서 이 같은 시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 장관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을 앞에 두고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을 대한체육회가 다 가져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통합체육회 사무총장 자리가 국민생활체육회 몫으로 내정된 것에 대한 대한체육회 내 반발 기류를 지적한 것이다. 김 장관은 “대한체육회에게는 자기 자리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말까지 하며 대한체육회의 비협조를 ‘밥그릇 챙기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김정행 회장이 회장으로서 이미 권위를 잃은 상황에서 대한체육회가 통합체육회 내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기흥 부회장 등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2월 15일 ‘반쪽 행사’라는 파행 속에 통합체육회는 1차 발기인대회라는 예정에 없던 ‘불명예스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당장 2월 안에 발기인대회를 제대로 마치고 통합체육회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문체부는 3월 17일까지 통합체육회 설립 등기와 사무실 및 전산 통합 등을 마무리하고 통합체육회 이사회를 25일 개최해 정식 출범한 뒤 4월 초 대의원 총회를 연다는 시간표를 마련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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