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0

2021.03.12

중국, 호주가 한국형 경항공모함 조롱하는 까닭

반일감정이 빚은 ‘무의미한 구멍’…“내수용 ‘섀도복싱’ 무기일 뿐”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1-03-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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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3일(현지시각) 중국 ‘시나웨이보(新浪微博)’ 군사 전문 페이지 ‘시나 군사망’에 게시된 한국 경항공모함 관련 특집 기획. [시나웨이보 캡처]

    2월 23일(현지시각) 중국 ‘시나웨이보(新浪微博)’ 군사 전문 페이지 ‘시나 군사망’에 게시된 한국 경항공모함 관련 특집 기획. [시나웨이보 캡처]

    현시(顯示·showing the flag)를 통한 전쟁 억제는 현대 해군의 중요한 임무다. 현시란 말 그대로 ‘적에게 나의 힘을 보여주는 무력시위’를 뜻한다. 적에게 강력한 무기를 보여줌으로써 ‘나를 건드렸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시가 유효하려면 적이 두려워할 만한 무기를 보여야 한다. 가령 미국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반도 인근 해역에 항모 전단을 보냈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은 당장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을 맹렬하게 비난할 것이다. 북한군에 비상이 걸려 부산을 떨겠지만 절대 미국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미국 항모가 두렵기 때문이다.


    아무도 두려워 않는 ‘이란 항모’

    모든 군사 행동이 현시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월 이란은 오만만(灣)에 자칭 ‘항공모함’ 샤히드 로우다키(Shahid Roudaki)함을 전개했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로 악화된 미국과 이란의 관계 속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이다. 당시 이란이 항모에서 무인기를 띄우고 실사격 훈련까지 했지만 긴장하거나 두려워한 나라는 없었다. 이란이 내세운 항모의 정체는 구식 정차상륙함을 개조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전략·전술적 가치가 없는 샤히드 로우다키함을 애써 만든 목적은 무엇일까. 단 하나, 국내 선전용이다. 이런 무기체계를 자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이란 군사력이 미군과 대적할 수 있는 세계 정상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은 속된 말로 ‘시궁창’이지만 입으로만 ‘세계 최강’을 부르짖는 것은 독재 국가의 망조(亡兆)다. 정권의 실정(失政)을 감춘 채 국민을 속이기 위해 황당한 무기체계를 계속 내놓는 것이다. 적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내수용 섀도복싱(shadow boxing)’ 수단이다. 

    해군의 경항공모함 사업을 보면 대한민국도 내수용 섀도복싱 장비를 도입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 해군은 “안보 위협이 있을 때 국민은 경항공모함이 이끄는 기동함대의 위치를 물어볼 것”이라며 경항모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런데 주변국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2월 23일(현지시각)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웨이보(新浪微博)’의 군사 전문 페이지 ‘시나(新浪) 군사망’은 특집 기획으로 한국 경항모를 다뤘다. 시나 군사망은 “한국인은 일본의 이즈모급과 비교할 만한 소재가 필요했기에 경항모를 기획했다”며 “원래 독도급(대형수송함) 후속으로 기획된 상륙함이 갑자기 항공모함으로 변신한 이유는 일본이 이즈모급 헬기 탑재 구축함 2척을 경항모로 개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대형수송함-II’ 사업이 ‘경항공모함’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일본의 경항모 도입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경항모가 반일감정에 편승한 정치적 도구라는 중국 매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나 군사망은 “원래 한국이 공개한 경항모 CG(Computer Graphic)에는 스키 점프대가 있었지만 최신 버전에서 사라졌다. 항모 내 공간 활용, 함재기 출격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키점프대를 없애는 말도 안 되는 설계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한국형 경항모의 한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우방국 호주에서도 한국형 경항모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제기됐다. 3월 2일(현지시각)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홈페이지에 ‘한국은 필요하지도 않은 항공모함을 건조하려 한다(South Korea aims to build aircraft carrier the county doesn’t need)’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미국 항공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 아시아·태평양지역 편집장 브래들리 페렛의 기고문이었다.


    “스키점프대 없앤, 말도 안 되는 설계”

    페렛 편집장은 기고문에서 한국형 경항모에 대해 “한국 해군이 약 50억 달러(약 5조7000억 원)를 퍼붓길 바라는 항공모함은 무의미한 구멍(A meaningless hole)”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한국이 경항모를 도입하려는 배경을 두 가지로 풀이했다. 첫째, ‘반일감정’이다. 그는 “한국은 일본을 이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실제로 경항모 계획은 일본이 F-35B를 탑재하는 항모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후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둘째, “한국 해군 장교들은 큰 배, 특히 항공모함 같은 것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며 한국 해군 수뇌부의 허영심을 꼬집었다. 

    일부 정치인의 삐뚤어진 반일 의식과 여기에 편승한 해군 수뇌부의 허영심이 경항모 도입으로 이어졌다. 한국형 경항모는 중국으로부터 ‘항모로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의 선박’이라고 조롱받는다. 우방국 호주로부터 ‘무의미한 구멍’이라는 모욕적 표현까지 듣고 있다. 한국형 경항모가 우리 안보 현실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 다시 한 번 자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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