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0

2021.03.12

“내 집 마련 기쁨은 잠시, 재산권 행사도 못 하다니”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다툼 지속에 입주민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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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3-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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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6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양우내안애 아파트 인근에 
입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왼쪽).
양우내안애 아파트 인근에서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가 열린 가운데 
건설사와의 조속한 합의를 
요청하는 입주민과 조합 측이 
대치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3월 6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양우내안애 아파트 인근에 입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왼쪽). 양우내안애 아파트 인근에서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가 열린 가운데 건설사와의 조속한 합의를 요청하는 입주민과 조합 측이 대치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꿈에 그리던 아파트가 ‘이놈의 아파트’가 됐다.” 

    3월 6일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진행된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장 인근은 처음부터 끝까지 격앙된 분위기였다. 총회 참석자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양우내안애’ 아파트 입주민들. 이들은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했지만 조합과 건설사 간 지난한 다툼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총회에는 조합원만 참석할 수 있어 입주민 중 일반분양자는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대신 같은 시간 총회장 밖에서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과 “임시총회 무효”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총회 안건은 △건설사에 대한 대물변제 취소 소송 △조합규약 개정 두 가지였다. 아파트는 2018년 6월 공사가 마무리됐으나 현재 동별 준공 승인만 받은 상태다. 조합이 광주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아파트 인근 다리(문형교)와 방음벽 공사를 진행했던 또 다른 건설사에게 공사비를 지출하지 않아 공사를 마치지 못한 탓이다. 또한 조합은 건설사에 아파트 공사 대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건설사는 과거 조합으로부터 대물변제 형태로 아파트 148채를 받았는데, 최근 조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이 역시 ‘무효’를 주장하며 ‘대물변제 취소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다툼을 그만두자”

    현장에 모인 입주민들은 길어지는 다툼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조합 내부에서도 “이제는 다툼을 그만두고 (건설사와) 합의를 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건설사 대금 지급을 마무리해 아파트 정상화에 힘쓰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건설사가 요구하는 공사 대금이 너무 과하다”며 “조합원 과반이 동의할 수 있는 안을 건설사가 제시하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는 “건설사는 자신들이 조합을 대신해 조합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먼저 지불했다(직불처리)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조합에 370억 원을 빌려줬다고 한다”며 “이 내역을 정확히 밝혀야 공사 대금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총회 결과 ‘대물변제 취소 소송’ 안건은 통과됐다.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공사비도 못 받는 상황에서 아파트 공사를 힘들게 완료했으나 완전준공을 위해 시공사와 관계없는 조합의 개발용역비 대금 등 375억 원 상당의 조합 사업비까지 조합에 대여해줬다. 이는 조합이 직접 대여 요청을 했고 상호 대여금 약정서를 체결한 후 그것에 따라 지급한 것이다. 현재까지 조합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공사비를 포함한 채권 금액이 920억 원이 넘지만, 현 조합과 비대위 측은 더는 줄 것이 없다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으며, 시공사와 관계없는 자료까지 요구해 더 이상 협의가 어렵다고 판단돼 관련 자료를 조합과 소송 재판부에 전부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안건인 ‘비대위 임원자격 박탈 요건 개정안’도 통과됐다. 기존 조합규약 제17조 4항은 ‘주택법 위반, 횡령 배임 등으로 벌금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조합 임직원직을 당연 상실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규약 개정으로 임원 자격 박탈 요건이 ‘유죄 선고’에서 ‘유죄 확정’으로 완화됐다. 현재 비대위 측은 건설사 간 다툼으로 수십여 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조합 임원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게 되자 서둘러 규약을 바꾼 것.


    재판 추이 따라 분담금 증가할 수도

    이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높다. 현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2018년 현 비대위가 스스로 개정한 임원자격 상실 등에 관한 조합규약 개정을 다시 바꾸는 건 옳지 않다”며 “비대위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집행부가 없어지면 지금까지 해온 이 많은 일을 누가 하나. 주택법의 경우 절차 조항이 많다. 생업을 하다 조합 집행부로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절차적인 규정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비대위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은 총회장 밖에서 “임시총회 무효” “아파트 정상화”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총회장에 진입하려다 안전요원들로부터 저지당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쇠 울타리가 넘어지는 등 적잖은 소동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이들은 “자질 없는 집행부는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아파트 주변 도로변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문제는 조합과 건설사 간 다툼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조합원 인당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은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결과에 따라 조합이 패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과 법정 이자, 금융 비용 등이 더해져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조합과 무관한 일반분양자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토지 미등기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파트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탓이다. 일반분양자 A씨는 “아이가 4세 때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근에 초중학교가 없어 조만간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파트 가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집을 처분하기도 힘들어 하루하루 속만 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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