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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해방-페미니즘 결합 여성단체 ‘선택적’ 性인지 감수성

‘이대 자매애’로 뭉친 그들만의 리그… “우리 편은 괜찮다”

  • 오세라비 작가·칼럼니스트

민족해방-페미니즘 결합 여성단체 ‘선택적’ 性인지 감수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동아DB]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동아DB]

문재인 정부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은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운동권이다. 이들과 쌍생아인 집단이 같은 세대 여성운동권이다. 최근 586 여성운동권의 이중성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검찰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를 통해 박 전 시장 측에 유출됐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고소를 지원해달라는 피해자 측 변호사의 말을 여성계 인사가 유출한 의혹이다. 검찰이 밝힌 유출 경로는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남 의원 보좌관 출신)’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국내 대표적 여성단체다. 1987년 ‘민족통일민중운동연합 여성위원회’ ‘여성의 전화’ ‘한국가톨릭농민회 여성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21개 진보성향 여성단체가 모여 결성했다. 일반 시민에겐 낯설지만, 여성운동의 핵심이다. 2021년 기준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NL 이념-미국식 급진 페미니즘의 결합

여성연합은 1990년대 반(反)성폭력 운동을 계기로 성장했다.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다. 여성연합은 성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87년 체제’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여성·환경·인권 문제 등이 부각됐다. 586 여성운동가는 운동에 필요한 조직과 의제를 장악했다. 

여성연합은 또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 바로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성향의 단체라는 점이다. 반미·반일·자주를 운동 기조로 삼았다. 그 영향은 여성연합에 지금도 남아 있다. 2008년 1월 9일 제22차 정기총회가 채택한 여성연합의 현행 정관을 살펴보자. ‘여성연합은 여성운동단체 간의 연대와 소통을 도모하고 성평등, 민주·복지, 평화·통일의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제3조 목적)고 명시돼 있다. 



여성연합의 운동 노선은 NL 이념과 미국식 급진 페미니즘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념적 결합은 한국 사회에서 대성공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활약이 눈부셨다. 여성연합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배출했다. 권미혁(20대), 김희선(16·17대), 남인순(19~21대), 박선숙(18·20대), 이미경(15~19대), 정춘숙(20·21대) 등 전현직 의원도 여성연합 출신이다. 모두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의원직을 지냈다. 

진보성향의 여성 정치인 상당수가 여성단체 출신이라는 덕을 봤다. 여성연합이나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메이저’ 단체 간부를 거쳐 민주당 계열 정당의 총선 후보로 낙점되는 식이다. 이화여대 학맥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주류 여성단체 간부급 인사 상당수가 이화여대 출신이다. 필자는 2000년 여성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여성운동의 선의를 믿고 활동에 나섰다. 정작 여성단체 안에서 목격한 것은 ‘이대 자매애’로 뭉친 ‘그들만의 리그’였다. 

작고한 박 전 시장은 여성단체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지원군이었다. 그는 여성연합 창립 당시 이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으로서 시민운동 진영의 유명 인사였다.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사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 나서 승소했다. 성희롱 재판의 법적 근거가 된 사건이었다. 박 전 시장은 1998년 여성연합으로부터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시장으로서 ‘성평등 도시’라는 시정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성추행 피해자 아닌 피해호소인?

집권당 소속 고위 공직자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터져도 여성단체 출신 의원들은 침묵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있었다. 남 의원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피해자는 1월 18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남 의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최근 한국 주류 여성운동계는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핵심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 속 성(性·gender)별 불평등에 대한 공감 능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성폭력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휘하는 감수성인가. 한국 사회의 여성운동을 주도한 586 여성운동권. ‘제 식구’ ‘우리 편’의 허물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들의 무대는 이제 종막(終幕)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라비 작가는… 본명 이영희. 1958년생. 시민운동에 오래 몸담았다. 한국 사회 급진적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 여성위원장. 필명 ‘오세라비’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공저)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공저) 등을 썼다.





주간동아 1274호 (p10~11)

오세라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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