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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미신도 취향이다!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미신도 취향이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384쪽/ 1만6000원

오후 지음/ 동아시아/ 384쪽/ 1만6000원

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384쪽/ 1만6000원

첫 만남 때 상대방에게 이름을 물어보는지, MBTI(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를 물어보는지에 따라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으로 나뉜다. 한때 별자리나 혈액형이 유행이었던 것처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MBTI가 가장 ‘힙’한 맹신의 아이콘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미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든 미신도 많다.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에는 해마다 13억 원가량의 동전이 쌓인다. 분수 안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지금 이 순간 나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도 우리는 다양한 미신 행위를 통해 얄궂은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 책은 다양한 일화와 인물을 통해 미신의 역사를 설명하고, 인류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짚어준다. 저자는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미신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류 최고의 미신은 ‘농경’이다. 농경사회는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보다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심지어 수확량에 따라 먹을거리가 없어 굶는 이도 많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힘들여 논밭을 일군 이유는 수확물로 재산이 생기고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은 결국 ‘문명’이라는 대서사를 만들어냈다. 

미신의 영역은 다양하다. 사주, 역술, 점술을 비롯해 사상, 과학까지 포함된다. 심지어 저자는 종교마저 미신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신자들의 절대적 믿음에 기인한 것이 종교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중세시대 종교 개혁가인 마르틴 루터는 대중에게 성경을 퍼트려 오히려 종교의 힘을 약화시켰다. 



조선 말기 명성황후는 무당에 의지했고,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 때 관상가도 함께 불러 평가하게 했다. 다만 저자는 미신에도 객관적 근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왜 힌두교는 소를 숭상하고 먹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은 해당 지역의 날씨와 생활방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추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신을 믿는다고 비웃음당할까 봐 걱정할 필요도, 그렇다고 맹신할 필요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운세 사이트에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흥미를 느낀다 해도 이는 개인 취향일 뿐이다.





주간동아 1273호 (p64~64)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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