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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권수정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남인순 스스로 잘 알 것”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정의당 권수정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남인순 스스로 잘 알 것”

권수정 정의당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동아DB]

권수정 정의당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동아DB]

“권력자 입장에 서다 보니 사안을 그릇되게 바라보고 있다.” 

권수정(48) 정의당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은 1월 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권의 대응에 쓴소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1월 5일 “제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본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해자 측은 “음주 후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뜻인가”라며 즉각 반발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29일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면서 이르면 1월 말 발표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권 의원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여성단체 혹은 반성폭력운동 전반의 문제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남인순 해명 자기합리화밖에 안 돼”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남 의원은 여성인권단체에서 운동을 해왔고 이런 배경을 통해 3선 의원이 됐다. 남 의원의 이번 태도는 대단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과거 위력성폭력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활동해온 분이다. 박 전 시장 사건도 위계에 의해 발생한 위력성폭력이라는 점을 알았을 텐데 피해자의 처지를 고민하지 않고 가해자 측에 정보를 유출해 대처를 도왔다. 본인은 유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유출과 전달의 차이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대단히 무책임하고 무례한 행동과 언사다.” 

전달과 유출이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것인가. 

“남 의원에게 묻고 싶다.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하면 받아들이는 처지에서 뭐라고 생각했을까. 단순한 내용 전달로 들었을까. 그 발언은 무궁무진한 의미를 함의할 수 있다. 특히나 말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여성인권운동을 해왔던 남 의원과 서울시 젠더특보다. 대한민국에서 해당 말의 맥락과 함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 대화임에도 이를 단순 전달과 유출로 구별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기합리화밖에 안 된다.” 



위력성폭력에 관해 잘 아는 남 의원이 이해되지 않는 해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어느 것을 우선시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여성인권운동을 위해 평생을 살았던 사람도 결국 권력구조 속에 편입돼 자기정체성을 다시 형성했다. 이 때문에 본인이 소속된 집단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했다. 남 의원은 ‘나는 유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 안 됐다. 피해자에게 분명히 2차 피해를 입혔다. 남 의원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 의원이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건을 인지했으면 가해자 쪽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선 안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먼저다. 잘못된 대응 과정이 물리고 물린 끝에 박 전 시장도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게 됐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만 언론이 여성단체나 한 개인의 문제로 이번 사안을 몰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단체와 시의회, 너무나 오래 함께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렸다.  [동아DB]

지난해 10월 15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렸다. [동아DB]

권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대한 행정 권력을 가진 집단’과 ‘위력성폭력이 발생해도 묵인될 수밖에 없는 여러 환경’을 꼽았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를 감시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서울시의회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101명. 전체(109명)의 92.6%이다. 서울시장과 서울시 정책에 대한 활발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박 전 시장 문제가 불거진 후 해가 바뀌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별다른 행동이 없었나. 

“해명이나 사과 등이 없었다. 이번 일을 성찰했다면 뭐라도 했어야 한다. 별다른 대응이 없어 지난해 11월 시정질문을 통해 성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없애나갈 수 있도록 자기반성적 절차를 이행하고 제도화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너무나 안타깝고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후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성평등 조례)’를 일부 개정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유사 사건에 대비한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권 의원 발의로 1월 7일 성평등 조례가 개정돼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성희롱·성폭력 행위자가 시장인 경우에는 사건을 인지한 즉시 이를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알리고 고충에 대한 조사를 이관해야 한다’ 등 피해자 보호 조항이 추가됐다. 다만 권 의원은 “기존에도 제도 자체는 잘 만들어져 있었다. 문제는 ‘6층’으로 불리는 시장실 및 정무라인 쪽이 이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위계와 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6층’의 문제는 무엇인가. 

“고위직은 남성, 하위직은 여성, 그것도 젊은 여성들로 구성됐다. 6층은 서울시에서 불가침 영역이었고 비서 등을 뽑을 때 비서실장이 맘껏 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서 권한대행도 서울시 어느 기관보다 이곳이 심각하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에서 권 의원은 “(2020년 6월 30일 기준) 별정직 공무원 중 2급과 4급은 모두 남성”이지만 “행정직 하위직급 8, 9급은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서실 인사는) 여성 비서는 젊고 예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잘못된 선입견에 근거한 선발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권한대행은 “비서실에 성 역할로 불리는 부분이 조금 잔존하고 있고 이는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답했다. 

박 전 시장 역시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소위 ‘6층’의 구조적 문제는 답습됐다. 

“어떤 권력이든 견제되지 않고 오랜 기간 머무르면 성역화하기 쉽다. 주변을 감싼 시민단체조차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기보다 한 몸으로 움직인 기간이 너무 길었다. 시의회 역시 오랜 기간 민주당이 독식하는 정치체계였다.” 

문제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 역시 그간 거대 양당이 권력을 주고받으면서 보여온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민주당이 여당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 점은 문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전에 박 전 시장에게도 했던 말이다. 직장상사에게 메신저로 ‘ㅋㅋ’나 ‘ㅎㅎ’를 보내는 것은 실제로 재미있고 좋아서가 아니다. 직장에서 버티고 생존하기 위한 하위직급 여성의 행동이다. 이러한 맥락을 하나하나 고민했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1273호 (p20~22)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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