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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지친 Z세대, 오디오북으로 ‘힐링’

“어릴 적 엄마가 동화책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유튜브에 지친 Z세대, 오디오북으로 ‘힐링’

Z세대 사이에서 오디오북 수요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Z세대 사이에서 오디오북 수요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사운드보다 배우 김태리가 들려주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더 좋아요” 

최근 20대의 오디오북 소비량이 늘고 있다.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나 저자가 읽은 텍스트를 녹음한 ‘귀로 듣는 책’을 말한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는 밀리의 서재, 윌라,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이 있다. 밀리의 서재와 윌라는 월 9900원 구독료를 지불하면 원하는 오디오북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윌라는 멤버십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콘텐츠마다 개별 구매가 가능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오디오북을 낱권으로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 무료 콘텐츠도 많다.


새로운 콘텐츠 갈망이 오디오북 시장 키워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밀리의 서재, 
네이버 오디오클립(왼쪽부터).  [홈페이지 캡처]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밀리의 서재, 네이버 오디오클립(왼쪽부터). [홈페이지 캡처]

세계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2020년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67억 달러(약 29조 원)로 평가된다. 또한 2027년까지 연평균 24.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디오북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오디오북 서비스는 2018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이용객은 대부분 30, 40대였다. 기존 책 소비가 가장 많았던 연령대다. 하지만 최근 들어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의 오디오북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태생부터 ‘디지털 키즈’인 Z세대가 책을 ‘듣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들은 줄 없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정보 수집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한다. 또 방영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되는 TV 드라마보다 10분짜리 웹드라마를 더 선호한다. 



Z세대 직장인 김모(24) 씨는 요즘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날마다 미술관에 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현재 그가 듣고 있는 책은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이 책에는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화가 14명의 그림과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책을 귀로만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싶지만 김씨는 “궁금한 작품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검색하면 된다”며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다른 Z세대 직장인 정지현(24) 씨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애용한다. 요즘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김태리의 리커버북’ 시리즈를 즐겨 듣는다. 배우 김태리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등 세계 고전문학을 약 20분간 들려주는 콘텐츠다. 정씨는 “고전문학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데, 목소리 좋기로 소문난 김태리가 한 번에 20분씩 끊어서 읽어주니까 지루할 새가 없다”며 “특히 어릴 적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평했다. 

오디오북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밀리의 서재는 2018년 7월 오디오북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2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 중 20대 회원의 콘텐츠 소비량은 전체 이용량의 20% 정도 된다. 2019년 1월 론칭한 윌라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월 11일 기준 윌라 회원 수는 150만 명으로 20대 이용자가 13만5000여 명에 달한다. 네이버 오디오클립도 2019년 12월 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0년 11월 기준 20대 오디오북 재생수는 같은 해 1월 대비 170% 정도 증가했다. 

오디오북의 등장은 그동안 책을 등한시하던 20대에게 새로운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 사이에서 이탈 현상이 뚜렷하다. 

윌라 관계자는 “과도한 영상 시청으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젊은이가 많다”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오디오북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윌라를 이용하고부터 일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묻는 ‘윌라 효과’ 이벤트를 열었다. 참가자 중 다수가 ‘밤마다 유튜브를 떠돌다 결국 윌라에 정착했다’ ‘과거 넷플릭스에 쏟았던 시간을 지금은 윌라에 올인하고 있다’ 등의 소감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의 편리성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오디오북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빠름’을 추구하는 20대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멀티태스킹에 강한 Z세대에게 오디오북은 양손에 자유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출퇴근 때 운전하면서 듣기에 좋다”며 “라디오에서 오디오북으로 갈아탄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에 심리·명상 콘텐츠 인기

오디오북 콘텐츠 중 요즘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심리·명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코로나 블루’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를 책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12월 중순 발표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오디오북’ 분야에서 밀리의 서재 회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 톱5 가운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와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 ‘힐링’을 강조하는 두 권의 에세이가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물론 모두가 오디오북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오디오가 텍스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이도 적잖다. 취업준비생 문서진(25) 씨는 “손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읽는 것과 음악처럼 흘려듣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아무리 귀를 열고 듣는다 해도 동시에 손으로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딴짓을 하면 그건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책을 낭독해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다”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등 오디오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전문가는 향후 오디오북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점친다. 기존 출판업체들도 오디오북 출시를 준비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민음사 관계자는 “그동안 책과 가깝지 않게 지내던 세대들이 오디오북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깨닫게 되고, 이로 인해 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출판업계의 오디오북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북 플랫폼 역시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콘텐츠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1월 5일 ‘내가 만든 오디오북(내·만·오)’이라는 이름의 이용자 참여형 오디오북 플랫폼을 출시했다. 윌라 역시 인공지능(AI)이 아닌 전문 낭독자가 읽어주는 완독본 중심의 정석 콘텐츠를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오디오 시네마, 오디오 드라마 등 장르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간동아 1273호 (p58~60)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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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3호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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