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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으로 창업하는 언택트 비즈니스

공유주방 창업자 4人의 스토리…“리뷰에 웃고, 리뷰에 울어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3000만원으로 창업하는 언택트 비즈니스



공유주방 창업자인 한재호 ‘달떡볶이’ 사장(왼쪽)과 허병학 ‘밥투정’ 사장. [홍중식 기자]

공유주방 창업자인 한재호 ‘달떡볶이’ 사장(왼쪽)과 허병학 ‘밥투정’ 사장. [홍중식 기자]

화구에 붙은 불이 빨갛게 타오른다. 덜거덕, 탁탁. 불고기를 바싹 볶아내는 허병학(55) 씨의 손놀림이 재빠르다. 배달 나갈 밑반찬을 챙기는 직원에게 이웃 주방 사장이 ‘밥 대출’을 받으려 일회용기를 쑥 내민다. “이 정도면 돼요?” “충분해요. 고맙습니다!” 직원들이 떡볶이를 볶고 튀김을 튀기는 사이, 전날 오전부터 아침까지 장사하느라 밤샘하다시피 한 분식집 사장 한재호(33) 씨는 접이식 침대의자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오후 6시가 넘어가자 각 주방을 돌며 배달음식을 픽업하는 배달기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퇴근 후 저녁거리를 테이크아웃 하러 온 직장인도 적잖다. 2월 12일 저녁,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강남점의 풍경이다.


생애 첫 사업이거나, ‘매장 접고’ 들어오거나

서울 서초구 ‘고스트키친’ 강남점 내부. [홍중식 기자]

서울 서초구 ‘고스트키친’ 강남점 내부. [홍중식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공유주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식당이나 식품 판매 사업자에게 주방을 임대하는 국내 공유주방업체는 현재 20여 개로 추산되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업체로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세운 ‘클라우드 키친’(서초·삼성·건대·분당·논현·관악·구로점)과 ‘위쿡’(사직·송파점), ‘고스트키친’(강남·삼성·송파점) 등이 꼽힌다. 

공유주방은 특히 배달 전문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배달음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인 데다, 공유주방을 활용하면 창업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음식시장은 2018년 5조2700억 원에서 2019년 9조7300억 원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편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1억500만 원. 반면 공유주방 창업은 1000만 원 남짓한 보증금에 월 100만~200만 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면 된다. 

고스트키친 강남점은 서울 서초구 서초2동 한 빌딩의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실 상태였다,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단추로끓인수프(대표 최정이)가 임차해 지난해 8월 27개 독립된 주방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이들 주방은 모두 만실로, 27개 식당에서 하루 평균 700여 건의 음식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이곳 식당 사장들의 ‘출신’은 다양하다. 생애 첫 음식 장사에 나선 청년부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50대, 일반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다 ‘매장을 접고’ 배달 전문식당으로 방향을 튼 자영업자도 있다. 



“식당 하는 사람은 설거짓거리가 많고 힘들어요. 그래서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을 차려볼까 생각했는데, 휴대전화로 음식 주문하는 게 유행하더라고요. 음식은 자신 있어요. 그런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줄 알아야죠. 주문을 손으로 받아 적을 수도 없고….” 

‘서울숲쭈꾸미’ 사장 지복자(47) 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20년 가까이 주꾸미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8월 공유주방으로 옮겼다.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파는 ‘딜리셧부티끄’ 사장 노유호(45) 씨는 경기 안양에서 5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강남 진출’을 꿈꾸다 공유주방 창업을 택했다. 한식당 ‘밥투정’을 운영하는 허병학 씨는 재미교포 출신 사업가고, 분식집 ‘달떡볶이’ 사장 한재호 씨는 프랜차이즈 분식집 매장 점원으로 일하다 공유주방에서 생애 첫 사업을 개시한 경우다. 허씨와 한씨는 둘 다 “배달 전문식당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지하 생활’ 고충 없진 않아

공유주방 창업자인 노유호 ‘딜리셧부띠끄’ 사장(왼쪽)과 지복자 ‘서울숲쭈꾸미’ 사장. [홍중식 기자]

공유주방 창업자인 노유호 ‘딜리셧부띠끄’ 사장(왼쪽)과 지복자 ‘서울숲쭈꾸미’ 사장. [홍중식 기자]

고스트키친 강남점이 위치한 서초2동은 전국 최대 상권이라 할 강남역 상권에 속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되는 만큼 창업비용이 높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서초2동의 1층 점포 평균 임대료는 3.3㎡당 15만677원으로 서울시 평균(13만3363원)보다 2만 원 가까이 높다. 하지만 공유주방의 초기 창업비용은 대략 3000만~3500만 원 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조리기구가 있고, 나머지는 각 식당이 필요에 따라 마련한다. 노씨는 “날려봐야 3000만 원이니까 한번 해보자 싶었다”고 했다. 

“강남역 부근에서 카페 창업을 하려고 알아보니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등 초기 비용만 3억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공유주방은 따로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어요. 보증금 1200만 원과 식자재, 일회용기, 초기 마케팅 비용을 합쳐 3000만 원이 들었습니다.”(노유호) 

허병학 씨는 추가로 구입해야 할 기자재를 중고로 마련해 창업비용을 더 낮췄다. 그는 “공유주방 보증금과 중고 기자재 및 식자재 구입비로 2000만 원가량 썼다”고 했다. 그는 “50평형대 식당을 창업하려면 수익을 낼 때까지 버텨내는 것까지 고려해 5억 원을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공유주방은 노후 자금을 너무 헐어내지 않아도 되는 현실적인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년간의 ‘공유주방 생활’에 대해 창업자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편. 한재호 씨는 “매출이 쑥쑥 성장하는 덕에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달떡볶이는 영업 첫 달인 1월 4800만 원 매출을 올렸고, 2월 매출은 60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두 달도 안 돼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 맛집랭킹 분식 부문 1위에도 올랐다. 한씨는 “공유주방에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메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노유호 씨는 ‘배달 고민’이 줄었다는 것을 공유주방의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카페 운영 시절에도 샐러드 배달 주문을 받았는데, 날씨가 궂은 날에는 배달기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스트키친은 배달대행 서비스와 제휴를 맺은 것 외에도 16명의 배달기사를 월급제로 고용, 이들로 하여금 고스트키친의 음식배달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허병학 씨는 “나처럼 음식 장사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공유주방업체가 메뉴, 가격을 분석해주고 마케팅 방법도 조언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숲쭈꾸미도 입점 초기에는 메뉴 구성이나 가격 설정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고스트키친의 컨설팅을 받고 덮밥 위주로 메뉴를 개편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배민 맛집랭킹 한식 부문 10위권에도 진입했다. 지복자 씨는 “요즘은 매출이 성수동에서 식당을 하던 때만큼 나온다”고 귀띔했다. 

물론 장사가 다 잘되는 건 아니다. 두 달 영업하다 철수한 식당도 있다. 이에 고스트키친은 2개월짜리 단기 임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두 달간 장사해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임대 기한을 연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공유주방은 보통 건물 지하에 있다.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여러 식당이 동시에 조리하다 보니 냄새와 환기 문제가 적잖이 발생한다. 공간이 협소해 식자재와 포장용기를 적재할 장소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고객 감동’이 성공으로 가는 키포인트

공유주방에서 창업한 배달 전문식당 ‘달떡볶이’ ‘딜리셧부띠끄’의 음식들(왼쪽부터).  [사진 제공·고스트키친]

공유주방에서 창업한 배달 전문식당 ‘달떡볶이’ ‘딜리셧부띠끄’의 음식들(왼쪽부터). [사진 제공·고스트키친]

공유주방에서 창업한 배달 전문식당 ‘밥투정’ ‘서울숲쭈꾸미’의 음식들(왼쪽부터).  [사진 제공·고스트키친]

공유주방에서 창업한 배달 전문식당 ‘밥투정’ ‘서울숲쭈꾸미’의 음식들(왼쪽부터). [사진 제공·고스트키친]

창업비용이 낮은 것이 곧 창업 성공의 청신호는 아니다. 배달 전문식당은 매장 운영 부담이 없는 대신 일반 식당에는 없는 배달대행료와 온라인 마케팅 비용이 소요된다. 배달대행료는 건당 4000원 안팎으로 일부는 식당이, 일부는 고객이 부담한다. 고객의 부담을 줄이면 딱 그만큼이 식당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또 음식배달 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앱에 광고비를 지출해 노출 빈도를 높여야 한다. 고객 대상 쿠폰을 발행해 단골 유치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달떡볶이는 월 200만 원, 딜리셧부띠끄는 월 100만 원을 마케팅비로 지출한다. 매출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광고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는 언택트(Untact·비접촉) 비즈니스라 하더라도 고객 감동을 꾀해야 한다. 한재호 씨는 달떡볶이가 짧은 시간 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고객 민원을 사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 점과 음식을 만드는 데 재료비를 아끼지 않은 점을 꼽았다. 고스트치킨 CS전담팀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응대하며 음식을 추가 배달하거나 환불해줬다. 한씨는 “‘잘되는 식당은 사장이 제일 열심히 일하는 식당’이라고 다짐하면서 음식이 맛있고 친절하게 대하면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노력했다”고 했다. 딜리셧부띠끄는 토스트, 샌드위치 메뉴를 취급해 항상 식빵 가장자리가 남는다. 이에 이를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기름에 튀긴 크루통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한다. 노유호 씨는 “크루통을 따로 돈 받고 팔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노씨는 “1만 원가량 주문하는 고객은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에게도 정성을 다하면 다음에는 더 많은 주문을 해 준다”고도 했다.


잠 못 드는 ‘수요일 새벽’

‘고스트키친’ 강남점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빌딩의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왼쪽). 고스트키친 강남점의 내부 배치도.  [홍중식 기자]

‘고스트키친’ 강남점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빌딩의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왼쪽). 고스트키친 강남점의 내부 배치도. [홍중식 기자]

배달 전문식당을 창업하겠다고 맘먹은 순간,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 식당과 마찬가지로 배달 전문식당 중에서도 경쟁에 밀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곳이 적잖기 때문이다. 딜리셧부띠끄는 배민 맛집랭킹 카페·디저트 부문 1위를 몇 주째 유지하는 중. 하지만 노유호 씨는 “수요일 아침마다 맛집랭킹 순위가 새로 발표돼 수요일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휴대전화만 계속 들여다본다”고 했다. 한재호 씨는 “배달 전문식당은 일반 식당과 달리 동네를 넘어 구(區) 전역에서 사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보폭이 넓어진 만큼 경쟁 업체도 많지만,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다면 일반 식당보다 사업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가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까. 공유주방 사장들은 “1인 가구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평일 점심에는 사무실에서, 저녁에는 1인 혹은 맞벌이 가정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남역 일대가 병원 밀집 지역이다 보니 입원 환자의 주문도 적잖다. 달떡볶이는 최근 영업 마감시간을 익일 오전 8시까지로 연장했다. 한재호 씨는 “직원이 9명까지 늘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업시간을 늘렸다. 오전 6~8시 주문이 5건 이하로 나오면 괜한 고생은 하지 말자 싶었는데, 이 시간대 주문이 매일 열대여섯 건 들어오고 있다”며 “밤새워 일하다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사람도 꽤 많은 상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손님을 대면하지 않는 음식 장사다 보니 배달 앱 리뷰가 거의 유일한 고객과의 소통 창구다. 허병학 씨는 “리뷰에 웃고 리뷰에 우는 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일 끝내고 집에 가 리뷰를 읽고 답글 달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음식 한 그릇에도 마음을 담으려 노력하는데, 그걸 알아주는 리뷰를 읽을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가혹한 평가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땐 눈물이 나죠.”(허병학) 

“공유주방에서 장사를 시작한 초반에 여러모로 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아기 엄마가 ‘나만을 위한 시간이나 음식이 없었는데, 이렇게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배달해주니 정말 기쁘다’는 리뷰를 남겨줬어요. 그 리뷰를 여기 동료 사장님들도 보고 감동했다 하더라고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열심히 분발할 용기를 얻었습니다.”(노유호)






주간동아 2020.02.21 1227호 (p8~12)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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