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집값을 보려면 눈을 들어 20대 청년취업자 수를 보라

경제성장률, 30·40대 취업자 수와는 상관없어 … 지방은 일자리 늘면 집값 회복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6-1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1분기 16년 만에 ‘마이너스’ 성적표(전기 대비)를 받았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를 견인하던 대표 업종의 설비투자가 -9% 감소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서울 집값 역시 올해 1분기 66개월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경제와 부동산의 흐름은 너무나 닮아 보인다. 2019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부동산은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단지 1분기 상황이 ‘예외적’인 것일까. 

    답은 지난 수십 년간 역사적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경기 선행지수 등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는 무척이나 많다. 수많은 경제지표 가운데 대한민국 부동산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데이터를 골라 ‘경제 나침반’이 가리키는 부동산 미래를 추적해보자.

    경제성장률 6.5%에도 주택가격변동률은 -0.7%

    경제흐름을 알려주는 지표 가운데 가장 상징적이고 대중적인 것이 ‘경제성장률’이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서울 주택 가격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로 주택 가격이 연간 20%씩 폭등하던 2000년 초·중반을 제외하면 경제와 부동산의 ‘동조화’는 이례적임을 알 수 있다. 주택 가격 폭등이 마감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성장률과 주택가격변동률의 상관성을 따져보면 ‘상관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2007~201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주택가격변동률의 상관계수는 -0.1(상관없음)로 나타났다(그래프1 참조). 

    오히려 경제성장과 부동산이 ‘정반대’ 흐름을 보인 기간도 적잖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며 2010년 6.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주택 가격은 수도권이 회복에 실패하면서 -0.7% 역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은 ‘뉴노멀’ 국면에 접어들며 2%대 후반~3%의 평탄한 흐름을 보인 데 반해, 주택 가격은 연 6%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 데이터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아무래도 수출, 즉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면, 주택시장은 지역별 수급건과 교통개발 등 ‘개별여건(local condition)’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서울 집값 폭등으로 포착된 ‘양극화’ 트렌드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도시에서도 ‘쏠림현상’이 강화되며 전국구로 확산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에서 지역 개별여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며, 거시경기(경제성장률)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를 잘 대변함으로써 오랜 기간 주택시장 흐름과 동조하는 경제지표가 있다. 바로 ‘취업자 수’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청년취업자 수 증감률’이다. 통념상 청년취업자보다 주택 구매력이 있는 30대 혹은 40대 취업자가 주택시장을 잘 대변할 것 같지만 데이터는 ‘20~29세’ 청년취업자 수가 체감경기, 그리고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비교적 잘 설명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2007~2018년 청년취업자 수 증감과 주택가격변동률의 상관계수는 0.7로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그래프2 참조).

    20~29세 취업자 수 늘면 집값도 올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반면 30, 40대 취업자 수 증감은 오히려 주택시장과 ‘정반대’ 관계를 보이고 있다. 30, 40대 취업자 수 증감과 주택가격변동률의 상관계수는 각각 -0.4, -0.6으로 ‘상관성 낮음’을 보였다. 이는 30, 40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다른 연령에 비해 높은 편이라 우리나라 ‘기업 경기(Business Cycle)’를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청년취업자 수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청년취업’ 여건 속에서 적나라하게 ‘기업 재무상황’의 민낯을 드러내는 지표로, ‘기업경기 호조(=청년취업 증가) →   근로소득 증가  →  주택 구매력 상승(=주택 경기 상승)’의 인과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일자리 증가’가 ‘기업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며 이는 결국 ‘개인 구매력 향상’으로 귀결됨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인 조지프 엘리스가 데이터로 증명하기도 했다. 

    청년취업자 수는 ‘미래 주택시장’의 향방을 알려주는 선행지표로도 의미 있다. 결혼, 출산, 그리고 주택 취득의 생애 경로에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것이 바로 ‘취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 내놓은 보고서 ‘취업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시사점’을 보면 취업한 청년이 결혼할 확률은 미취업청년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취업은 가구 수 증가에 기여하는 결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이 ‘신생 가구’는 미래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가 된다. 

    앞서 밝혔듯 도시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거시경제 흐름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의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2000년부터 강남 집값이 급등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코스피와 강남 집값은 대체로 같은 흐름을 보였다(그래프3 참조). 

    전국적으로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2000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코스피와 강남 집값은 동반성장했으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반하락했다. 강남 3구 평균 집값이 아직 3.3㎡당 3000만 원을 넘지 못하던 2012~2015년 코스피 역시 2000선을 겨우 턱걸이하면서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급등한 강남 집값은 현재 3.3㎡당 4000만 원을 유지하는 반면, 코스피는 한때 2400까지 올랐던 상승분을 1년 만에 반납하며 박스피 수준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약세에도 여전한 강남 부동산의 인기는 결국 공급 여건에서 찾을 수 있다. 강남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3년간 ‘공급 공백’과 최근 재건축 규제 강화로 ‘미래 공급줄’이 막힌 상황이다. 귀하신 몸이 된 강남 새 아파트는 3.3㎡당 5000만 원을 호가하며 강남의 역대급 평균 시세를 유지시키고 있다.

    갈수록 경기에 둔감한 ‘강남 3구’ vs 민감한 ‘지방도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물론 2016~2018년 호경기로 강남 재건축 분양이 활기를 띠었지만, 해당 재건축아파트가 분양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강남 부동산을 위협하던 금리인상 또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리인하로 방향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강남 부동산 리스크를 절감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거시경제와 ‘다른 길’을 가는 강남 부동산과 달리 지방도시는 갈수록 경기에 민감해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의 악재 중 하나가 바로 ‘제조업 경기’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조선업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이 글로벌 경기에 타격을 받았고, 이 충격이 해당 산업의 전진기지이던 지방도시의 부동산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다만 최근 조선업의 ‘회복 징후’가 포착되면서 자동차와 조선업의 흐름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그래프4 참조). 조선업이 기반인 경남 거제시의 리딩 단지 시세는 이미 지난해 3분기 저점 대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최대 3000만 원 상승하며 조선업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서 체감경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경제지표로 취업자 수를 꼽았는데, 지방도시 역시 취업자 수와 연관된 ‘일자리 수’를 통해 부동산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광역시 가운데 눈에 띄는 집값 상승을 보인 광주광역시는 2014년을 기점으로 울산과 일자리 수에서 정반대 흐름을 보이며 2017년까지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그래프5 참조). 광주광역시의 집값 상승세에 ‘지역경기’도 한몫한 셈이다.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그러나 강남 집값은 갈수록 경기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는 경기의 영향을 받는 근로소득으로 강남 집값이 비싸고 싸고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함을 시사한다. 강남지역 아파트는 이미 근로소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8년 강남 주택의 증여/상속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와중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30, 40대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제조업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방도시는 최근 경제성장률에 먹구름이 끼면서 회복이 더욱 미뤄질 상황에 처했다. 16년 만에 마이너스 경제성적표를 받은 지금, 수도권 3기 신도시보다 ‘지방 부동산 살리기’에 더 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때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