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의 세상관심법

아내를 믿는 마음? 정치적 판단과 성격 탓에 거짓말?

‘혜경궁 김씨’ 사건에 나타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심리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의학박사

    psysohn@chol.com

    입력2018-11-3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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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월 24일 오전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자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월 24일 오전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자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11월 2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의 휴대전화를 찾고자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를 응원하고 지지하던 트위터 사용자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08__hkkim)가 과연 그의 아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이미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혜경궁 김씨가 단순히 이 지사만 지지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선거에서 경쟁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가 아버지 덕에 취업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올렸기에 파장이 무척 컸다. 현재 이 지사는 자신의 아내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혜경궁 김씨가 과연 김혜경 씨인가 아닌가 하는 단순한 문제다. 그렇기에 국민은 경찰과 검찰의 시각이 맞는지, 아니면 이 지사 주장대로 사실이 아닌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의심은 가지만, 혹여 아닐 수도 있기에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2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지사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2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한 가지는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가 아닐 때다. 이 지사와 그의 아내는 무척 억울할 테고, 아닌 사실을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니 매우 당당하고 떳떳하다. 믿어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야속할 뿐이다.

    아내에 대한 믿음과 사랑

    다른 하나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지사의 ‘믿는 마음’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내를 믿는 마음’이다. 논란 과정에서 이 지사가 아내에게 물었는데 아내가 “나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면 그는 고민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의심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아내의 말이 맞는지 헷갈렸을 테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 방향을 선택하면 밀고 나가는 것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아내를 믿는 쪽으로 선택했으니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부부애 등이 그의 용기를 북돋웠을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세상 모든 사람이 믿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믿어요”라고 말한다.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가슴 뭉클한 카타르시스나 애잔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출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지켜주는 마음 아니겠는가. 비록 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인이라 해도 그러한 순애보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타격을 입어도 아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저버리지 말자’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만일 이 지사의 말이 사실이 아니고, 스스로 자신의 거짓말을 인지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해볼 수 있다. 

    첫째, 정치적 판단이다.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이유다. 자신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남시장을 거쳐 선거를 통해 경기도지사 자리를 쟁취했다.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는 높았고, 핵심 지지층 또한 견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그에게 남은 자리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여러 난관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미리 혐의를 인정해버리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라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크다. 

    반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 보면 지지층 결집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적 비난 여론이 커짐과 동시에 ‘아내의 트위터 활동이 그의 정치적 생명을 끝낼 만큼 중대한 잘못인가’라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그에게 비난의 화살과 언론의 공격이 이어져도 시간이 점차 지나면 동정론이 일어날 수 있고, 과거 시정(市政) 업적이나 현재 도정(道政) 업적을 더욱 중요시하는 실용주의적 주장이 생겨날 수도 있다. 여하튼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채 낙마했고, 이제 이 지사의 차례이며, 끝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았다는 여권 내 권력투쟁 시나리오가 회자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도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자신과 아내의 결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아내 김혜경 씨가 6월 2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아내 김혜경 씨가 6월 2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둘째, 성격적 특성이다. 성격적으로 거짓말을 큰 잘못으로 인식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만일 도덕 시험에 ‘거짓말이 옳은가 아닌가’라는 문제가 나오면 모든 사람이 정답을 맞힐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사람은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거짓말이 필요하고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며, 이는 큰 잘못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사실을 솔직하게 말했는데 큰 손해를 봤거나, 거짓말을 잘해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성향이 더욱 강화된다. 즉 이 지사의 성격적 특성이 우리 주변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해당되기에 어쩌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까. 만일 그가 “제 아내 때문에 죄송합니다. 반성하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용기 있는 고백’이라고 여길까. 반대 세력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성난 기세로 그를 더욱 비난하면서 사퇴를 종용할 테다. 결국 그는 지사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날 것이다. 민심의 분노는 끝장을 봐야 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또 한 번 버텨야 한다. 자신뿐 아니라 아내 역시 억울함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부각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라는 수단이 동원될 수 있음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또 여론 방향도 그쪽으로 선회되기를 바란다. 

    셋째, 법률적 판단이다. 그는 정치인이 되기 전 변호사였다. 법을 공부하고 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아는 그이기에 경찰이 내놓은 증거는 정황 증거일 뿐 직접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기대할 테고, 설령 기소한다 해도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시일이 많이 걸리는 데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 도정을 잘 이끌면서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처벌 받기까지 반전을 꾀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안을 인정하면 ‘친형 강제입원’ 등 각종 의혹이 마치 사실인 양 비칠 수 있는 만큼,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판단 아래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검찰 압수수색에서 아내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닥터헬기 협약식을 하는 등 흔들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과연 그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일을 잘하면서 도덕적으로도 깨끗한 정치 지도자를 원하고, 그런 사람이 우리 앞에 나타나 이끌어주기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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