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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멜론’ 독주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실시간 차트 등 큰 영향력 … 상술 논란 등 많은 문제 노출

‘멜론’ 독주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멜론 TOP100’은 업계와 수용자, 미디어 사이에서 인기 척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멜론 TOP100’은 업계와 수용자, 미디어 사이에서 인기 척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음악산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방탄소년단(BTS)의 미국시장 진입 성공’일 것이다. 2013년 데뷔한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2015년 11월 네 번째 미니앨범(EP) ‘화양연화 pt.2’를 ‘빌보드 200’ 171위에 올려놓으며 미국시장에서 처음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앨범 6장과 일본어 앨범 1장 등 총 7장을 연달아 빌보드 200에 올려놨다. 

특히 5월 공개한 세 번째 정규앨범 ‘LOVE YOURSELF 轉 ‘Tear’ ’는 아시아 앨범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또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100’에도 ‘DNA’(67위)와 ‘MIC Drop’(28위), ‘Fake Love’(10위)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대표적 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디지털, 음악산업을 뒤바꾸다

같은 시기 방탄소년단의 성공 신화만큼이나 ‘핫이슈’였던 사안이 있다. 가수 닐로(Nilo)와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리메즈)의 음원차트 조작 논란이다. 닐로는 이전까지 주류 음악계는 물론, 인디에서도 별다른 인지도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곡 ‘지나오다’가 올해 4월 갑작스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는데, 그 과정이 워낙 전례가 없던 터라 업계와 미디어, 가요 팬들로부터 ‘음원 사재기를 통해 차트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리메즈 측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 입소문을 통한 차트 역주행(발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곡이 특정한 일을 계기로 재조명돼 차트에서 뒤늦게 높은 순위에 오르는 일)의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얼핏 보면 두 사례는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최근 음악산업을 관통하는 큰 흐름으로 인한 결과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음악산업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는 비영어권 지역 음악에 불과하던 케이팝(K-pop)이 전 세계 인기 음악장르 가운데 하나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는 유튜브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음악산업은 디지털화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문제점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것이 닐로와 리메즈의 차트 조작 논란 사건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1970년대 말까지는 대체로 아날로그 악기인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로 연주된 음악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돼 음악상품으로 제작됐다. 그리고 음악상품은 아날로그 매체인 LP반이나 카세트테이프로 수용자에게 다가갔다. 즉 음악산업의 생산-유통-소비 과정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러다 1980년대 초·중반 서구지역을 시작으로 개인용 컴퓨터(PC)가 급속도로 대중화됐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문화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음악산업은 디지털화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인데, 이는 생산 분야의 디지털화와 유통·소비 분야의 디지털화로 나뉜다. 

생산 분야의 디지털화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PC 보급을 통해 미디(MIDI), 디지털 시퀀서, 드럼 머신, 샘플러 등 디지털 기반의 전자악기가 대중화됐다. 이 악기들은 새로운 방식의 음악 제작을 가능케 했다. 과거에는 구현하기 어렵던 소리를 표현해냈고, 몇 가지 디지털 녹음기기와 PC만 있으면 실제 악기나 숙련된 연주자 없이도 비교적 쉽게 작곡·녹음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의 결과로 생겨난 새로운 장르가 바로 힙합(hip hop)과 전자음악이다. 샘플러와 드럼 머신, 그리고 다양한 소리를 믹싱(mixing)하는 미디의 대중화가 없었다면 이 두 장르는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 기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질이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덕분에 지금은 실제 기타 연주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기타 소리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 결과 힙합과 전자음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인이 디지털 악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음악 제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음반사 자리에 지금은 애플 · 유튜브 · 스포티파이

유통·소비 분야 역시 디지털화로 산업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유통·소비에서 디지털화를 자극한 건 1980년대 초반 상용화돼 빠른 속도로 보급된 콤팩트디스크, 즉 CD다. 음악을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파일 형태로 만들어 기록한 CD는 빠르게 아날로그 음반을 대체했고, 1990년대 초반 이후에는 음악산업을 대표하는 저장장치가 됐다. 다만 CD는 여전히 물리적 형태를 갖춘 음반의 일종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음악을 듣는 방식이 mp3나 스트리밍 같은 무형의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바뀌면서 산업계도 커다란 전환기를 맞았다.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3G·4G 서비스의 상용화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을 통한 청취 비중이 많이 커졌다. 그 결과 음악상품은 음반 구매나 음원 다운로드를 통해 ‘소유’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할 때 잠시 ‘대여’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음악산업 유통·소비 분야의 디지털화는 산업 수익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음악산업의 중심축이던 음반사의 힘은 크게 축소됐으며, 이를 대신해 디지털 음원 서비스 아이튠즈(iTunes)와 재생기기 아이팟(iPod)·아이폰(iPhone)을 결합해 판매한 애플(Apple), 광고 보는 대가로 뮤직비디오와 음악 관련 영상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유튜브,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가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음원 판매에 비해 스트리밍 서비스가 늦게 시작됐다. 그래서 두 영역이 분리된 모양새를 보인다. 반면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최초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는 업체들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제공하며 음악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위 ‘3대 음원사이트’로 불리는 멜론(MelOn), 지니뮤직(Genie Music), 벅스(Bugs)가 그 주인공이다. 

3대 음원사이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멜론이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멜론은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 최초로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사이트다. 멜론은 2018년 6월 기준 465만 명 이상 유료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위 업체 지니뮤직의 유료회원 190만여 명과 비교해 약 2.5배 이상 많은 숫자다.
 
멜론은 IT(정보기술) 기업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에 인수된 후 2년간 유료회원을 100만 명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서는 멜론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올해 5월 발표한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멜론을 음악 감상에 이용하는 국내 수용자 비율은 47.4%로 유튜브의 75.4%에 이은 2위다(복수응답). 

멜론은 이와 같은 점유율을 바탕 삼아 국내 대중음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는 미국 빌보드나 영국 UK 싱글차트, 일본 오리콘차트와 같이 오랜 역사를 갖춘 공신력 있는 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보다 멜론 차트

‘멜론’ 독주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이런 상황에서 멜론의 ‘멜론 TOP100’은 업계와 수용자, 미디어 사이에서 인기 척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령 미디어나 수용자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이는 곧 멜론 차트 1위를 의미한다. 즉 다른 음원사이트 차트는 물론, 지상파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차트보다 멜론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다. 

멜론은 스트리밍 재생 40%, 음원 다운로드 60%를 반영해 차트를 집계한다고 공표하고 있다. 따라서 라디오 방송 횟수와 음원 다운로드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매기는 빌보드 핫100과는 다르게 멜론 TOP100은 순수한 의미에서 디지털 음원 판매량 순위인 셈이다. 또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것이 보통인 일반 차트와 달리 멜론 등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실시간,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차트를 제공한다. 

이 중 멜론을 대표하는 차트이자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차트가 바로 실시간 차트다. 1시간 단위로 갱신되는 실시간 차트는 화제성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복면가왕’ 같은 인기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에 나온 곡은 방송 직후 곧바로 실시간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열기는 이어져 이후 일간 및 주간차트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다. 

심지어 멜론은 실시간 차트 1위부터 3위까지 노래 3곡에 한해 5분 단위 차트 점유율, 소위 ‘5분 차트’를 제공한다. 더불어 이 3곡을 듣는 사람의 성별, 연령대 및 24시간 누적 이용자 수 등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정보 제공이야말로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멜론의 실시간 차트가 업계와 수용자, 미디어 사이에서 이렇게 중요한 의미와 지배력을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디지털화로 실물 음반이 아닌 디지털 음원을 통한 음악 소비가 이뤄지면서 음원사이트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다 보니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는 사이트로 자리매김한 멜론의 대표성이 더 커졌다. 오늘날 수용자들은 앨범 단위가 아닌 싱글, 즉 개별 노래 단위로 음원을 소비한다. 이 역시 멜론의 지배력이 키운 부분이다.
 
2004년 12월 한국 최초의 디지털 싱글인 가수 세븐의 ‘Crazy’가 대성공을 거둔 지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디지털 싱글은 메이저와 인디를 막론하고 한국 음악산업 전반의 지배적 형식이 됐다. 싱글 단위 소비는 음악의 인기 수명을 크게 단축했다. 수용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인기 흐름을 주·월간도 아닌 1시간 단위로 끊어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멜론 실시간 차트는 케이팝 아이돌의 열성팬, 이른바 ‘팬덤’에 의해 그 의미와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팬덤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지하철역 내 광고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게시하거나 그들의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한다. 

그런데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가수 이름을 홍보하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팬덤 사이에는 일종의 경쟁 구도마저 엿보인다. 라이벌 그룹에 뒤지지 않는 순위를 만들어주고자 팬들은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결과 아이돌 팬덤은 차트 성적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멜론 실시간 차트는 팬덤 사이에서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를 두고 다수의 음악평론가는 “실시간 차트는 팬덤을 자극해 더 많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부추기는 상술의 일환”이라고 꾸준히 비판을 제기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멜론의 거대한 영향력과 실시간 차트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브로커들이 해킹이나 유령 아이디 생성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재생 횟수를 올려 실시간 차트 순위를 조작한다는 의혹이다. 

2013년 SM, YG, JYP, 스타제국 등 4개 대형기획사는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디지털 음원 재생 횟수 조작 행위를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법원에 정식 제출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실시간 차트 지양’ 등을 명시한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등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그런 와중에 4월 닐로와 리메즈의 차트 조작 논란이 음악산업을 강타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실제 1억 원에 1만 개 아이디로 원하는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차트 순위를 급상승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아이돌 팬덤과 기획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차트 조작과 불법 사재기 행위가 이제는 메이저와 인디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3대 음원사이트에 집중된 조작 논란

가수 닐로(왼쪽)와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사진 제공 · 리메즈엔터테인먼트, 뉴스1]

가수 닐로(왼쪽)와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사진 제공 · 리메즈엔터테인먼트, 뉴스1]

흥미로운 일은 또 있다. 닐로와 리메즈의 차트 조작 의혹 사건의 주무대가 3대 음원사이트라는 점이다. 군소 음원사이트에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멜론과 지니뮤직에서는 닐로의 ‘지나오다’가 아주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나 네이버뮤직이나 소리바다 등에서는 순위도 낮았고 심지어 차트에서 금방 사라졌다. 이는 멜론으로 대표되는 상업 음원사이트의 차트가 실제 인기를 반영하기보다 외부 원인에 쉽게 좌우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음악산업의 디지털화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영미(英美)권 못지않은 질 높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부여했다. 또 유통·소비 측면에서도 기존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수용자에게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이는 케이팝의 세계적 성공이 상당 부분 디지털화에 빚지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급격한 디지털화는 국내 음악시장 구조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케이팝 산업과 더불어 디지털화의 최고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멜론의 성장과 시장 지배는 이를 상징하는 사례다. 특히 실시간 차트 및 닐로와 리메즈를 둘러싼 차트 조작 의혹은 멜론의 시장 지배가 갖는 빛과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케이팝의 글로벌한 성공과 멜론의 성장, 그리고 각종 조작 논란은 음악산업 디지털화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현상인 셈이다.






주간동아 2018.07.25 1148호 (p40~43)

  • |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gleeg@g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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