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1

2017.08.16

특집 | 선생은 많고 학생은 없다

초등교사 더 뽑자 vs 덜 뽑자

교대생 ‘임용절벽’ 사태 6가지 팩트 체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8-1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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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전년보다 약 40% 줄어든 규모의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을 발표하면서 교육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임용절벽’과 맞닥뜨리게 된 교대생들은 ‘정부 책임’을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특히 임용 규모가 1년 새 전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서울교대생의 반발이 거세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오랫동안 ‘머잖아 찾아올 재앙’으로 여겨지던 저출산 파급 효과가 마침내 가시화돼 덮친 걸까, 아니면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과 교대생의 도시 선호 현상이 좀 더 직접적 영향을 미쳤을까. 초등교사 임용 인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팩트’를 확인해봤다.



    01 임용대란의 근본 원인은 저출산?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40만 명대에 턱걸이했다. 1970년 100만 명대, 80년 80만 명대, 95년 70만 명대로 완만히 줄어들던 출생아 수가 2000년대 들어 급감한 것.

    7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3만300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00명(-11.9%) 줄어든 수치다. 출생아 수 감소율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며, 5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추세로 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 수가 4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30만 명대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지는 시점을 2031년으로 봤다. 이 예상이 14년이나 앞당겨지는 셈이다.

    아이가 적게 태어나면 당연히 학생 수도 줄어든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1980년 982만 명이 넘던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난해 588만 명대가 됐다. 비교 범위를 2010~2016년으로 좁히면 7년 새 학생 수가 135만 명 줄었다(표1 참조).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사이 교육계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5년 감사원은 전국 시·도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학교시설 및 교원양성 실태’ 감사를 실시한 뒤 ‘저출산 흐름 등을 감안해 매년 6200명 수준인 예비 초등교원 규모를 4000명 수준으로 35% 감축하라’고 권고했다. 실제로 전국 교대 입학정원은 2005년 6225명에서 지난해 3851명으로 38% 줄었다. 그러나 학생 수 감소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이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02 정책 실패가 임용대란 부추겼다?     

    그렇다면 이번 초등교사 임용대란을 저출산 현상의 불가피한 결과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18학년도 초등교사 임용과 관련해 논란이 시작된 건 8월 3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립교사 임용시험 예고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르면 11월 임용시험으로 전국에서 선발할 초등교사는 3321명이며 이는 지난해(5549명)의 60% 수준이다. 서울(846→105명), 전북(155→52명), 경기(1712→868명)의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특히 급감했다. 올해 신규 교사를 5명만 뽑겠다고 밝힌 광주(지난해 20명 선발) 등 다른 지역 임용시험 준비생들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건 마찬가지다. 광주는 2015학년도만 해도 신규 초등교사를 300명 선발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갑작스러운 저출산 현상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져온 초등교사 과다 선발”이라며 “교사 정원은 줄어드는데 임용 인원을 줄이지 않은 교육당국이 문제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4월 발표한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에도 ‘초등교사가 전국적으로 2016학년도 839명, 2017학년도 532명 초과 선발됐다’는 내용이 있다. 그 배경에는 국가기관 간 정책 엇박자가 놓여 있다.

    국가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행안부)는 저출산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초등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그러나 정작 교원 선발을 담당하는 시·도교육청은 신규 임용 인원을 정할 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 초등교사 정원은 2015학년도 150명, 2016학년도 381명, 2017학년도 351명이 줄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 3년 동안 초등교사를 572명, 922명, 813명 새로 뽑았다.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4월 1일 현재 서울시내 공립 초등교사 정원은 2만442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명예퇴직 교사 수가 줄면서 신규 교사는 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상당수가 꼼짝 없이 ‘임용 대기자’ 신세가 됐다. 현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정규직으로 일할 학교를 찾지 못한 초등교사 수는 전국적으로 3817명에 이른다(표2 참조).

    올해 전국적으로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이 크게 줄어든 건 이러한 임용 적체를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교육당국의 고육지책이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교사는 임용시험 합격 뒤 3년 안에 발령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된다. 그동안 방치해둔 ‘폭탄’이 곧 터질 상황이 되자 신규 선발 억제를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최근 ‘임용절벽’ 문제가 불거진 뒤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정부 시절 교육부 강요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 정부가 강조한 ‘청년실업 해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질 좋은 공공부문 일자리’인 초등교사 자리가 필요했고, 교육부로부터 ‘신규 교사를 더 뽑으라’는 유무형의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다. 반면 교육부는 ‘교사 임용 인원을 결정할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있다’고 반박한다. 겉으로는 ‘저출산’을 이유로 교사 정원을 줄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풀겠다고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늘린 정부의 ‘헛발질’이 결국 어떤 문제도 풀지 못한 채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만 초래한 셈이다.



    03 임용 적체 문제를 풀 방법은 교사 수 감축뿐?

    이번 ‘사태’로 초등교사 임용 적체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에 따라 머잖아 도래할 ‘학생 수 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라도 교사 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는 모든 것이 공급과잉이 된다. 특히 교사는 한 번 뽑으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고 갈수록 임금도 높아지는 만큼, 10년 안에 2만 명 이상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미 교육청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2015년(결산 기준)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 56조 원 가운데 62%(35조 원)가 인건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 수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회원국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초등교사 인당 학생 수는 16.9명이다. OECD 평균보다 1.8명 많다(표3 참조).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도 OECD 평균에 비해 아직 2.5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수치와 비교하면 두 지표 모두 개선됐지만 ‘국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소희숙 경기 수원 곡반초교 수석교사는 “이런 현실에서 유발되는 우리 교육현장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등교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29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는 소 교사는 “과거엔 교사 한 명이 30명 넘는 학생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의 개성이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더 적은 수의 학생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든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급당 인원이 30명이 넘는데, 담임교사 한 명이 이들의 수업 및 생활지도를 담당하면서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까지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교대 교수도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 수도 줄이자는 건 적은 교사가 많은 학생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주입식 교육 등의 폐해를 미래에도 이어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OECD 평균을 넘어 OECD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지향해야 하고, 그러자면 교사를 더 많이 선발해야 한다. 초등교사 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이 현 위기를 극복할 진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것은 현재 발표된 2018학년도 시·도교육청별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이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확정 공고일은 9월 14일로, 이때까지 교사 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교육부 의견은 아직 분명치 않다. 교육부는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내년부터 2022년까지 초중등교사를 1만2900명 증원하겠다”고 해놓고, 이번엔 전년에 비해 선발 인원을 약 40% 감축한 초등교사 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한 교대생은 “교육부가 교육의 미래에 대해 어떤 철학이나 비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남기 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사 임용 인원을 정하고 그 수치를 임용시험 직전 발표하는 관행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교육부,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하는 교원 수급 논의기구를 만들고, 적어도 임용시험 4년 전에는 임용 인원을 확정하도록 제도화해 교육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04 초등교사의 도시 선호 현상이 문제?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공립교사 임용시험 예고안’에 대한 교대생들의 반응은 ‘4년간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우리를 교단에 서게 해달라’로 요약할 수 있다. 8월 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난 서울교대 학생 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교대는 초등교원 양성이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국가가 설립한 대학인 만큼 교사 선발 인원이 적어도 졸업생만큼은 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105명으로 예고한 2018학년도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 인원을 550여 명으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이는 서울교대(395명)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41명),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123명) 졸업예정자 수를 더한 수치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교사 양성기관은 서울, 부산, 광주 등에 있는 10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제주대, 이화여대 내 초등교육과 등 13개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해당 지역 출신자를 대상으로 가산점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임용시험에 서울교대 출신이 응시하면 3점을 더 주는 방식이다. 한국교원대 출신 임용시험 지원자는 대전, 세종, 충북 등 대학 인근 지역뿐 아니라 자신의 출신 고교 지역에 지원할 때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즉 서울지역 고교를 졸업한 한국교원대생이 서울지역 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하면 가산점 대상이다.

    눈여겨볼 점은 한때 최대 8점(서울)에 달하던 지역 가산점이 2013학년도 이후 1~3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자 상당수 ‘예비 교사’가 출신지역과 무관하게 임용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도시지역에 지원자가 몰리고, 농어촌지역은 임용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17학년도 초등교원 선발의 경우 전국 평균 경쟁률은 1.19 대 1이었지만 충남(0.57 대 1), 강원(0.58 대 1), 충북(0.62 대 1), 경북(0.82 대 1), 전남(0.84 대 1)은 지원자 수가 임용 인원에 미치지 못한 반면 광주(5.44 대 1), 세종(2.47 대 1), 대구(2.41 대 1), 부산(2.31 대 1), 서울(2.23 대 1) 등 도시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임용 예정 인원이 크게 줄었다고 해서, 이 지역 교대생이 임용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교사의 지역 균형 배치가 ‘임용절벽’을 해소할 근본적 대책은 아닐지라도, 공교육 정상화와 교사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지방교대 교수는 “요즘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은 농어촌과 소도시지역에는 지원하지 않는 편이다. 해당 지역 임용시험에 합격해 신규 임용된 교사가 이듬해 다른 지역 임용시험을 다시 치러 학교를 떠나는 일도 빈발한다. 한 지역 교육청의 경우 한 해 300~400명씩 떠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부산시교육청의 2017학년도 해당 지역 초등교원 임용시험 응시자 260명 가운데 36.5%(95명)가 다른 시·군의 현직교사였다. 

    현직 교사가 다른 시·도교육청 관할 지역으로 옮기려 할 때 반드시 새로 임용시험을 치러야 하는 건 아니다. 해당 지역 교사와 ‘일대일 맞교환’ 방식을 이용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농어촌에서 도시로 옮기기를 원하는 이가 많은 반면, 반대 방향으로 이동 수요는 적다 보니 아예 임용시험을 새로 보는 사례가 많다. 이 교수는 “이번에 서울 등 대도시 교사 임용 인원이 줄어든 건 지역 교육계로서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라고 털어놓았다.  



    05 ‘1수업 2교사제’ 도입하면 문제 풀린다?

    ‘1수업 2교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내건 교육 공약 가운데 하나다. 초중학교 수업시간에 교사 2명이 같이 들어가도록 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게 골자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등교사 임용절벽’ 문제의 해법으로 이를 언급하고, 일부 시·도교육청이 시행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일부 학교에서 시범운영 형태로 ‘1수업 2교사제’를 실험했고, 학습 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안다”며 환영 의견을 냈다.

    노미경 경북 상주시 화동초교 교사는 “예전에 근무했던 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다문화가정 자녀였다. 이들의 우리말 이해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학생 수가 적은데도 수업 진행이 쉽지 않았다. 농어촌지역 초등학교는 대도시 학교보다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 수학, 과학, 영어 등 일부 과목 수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그런 학생을 보며 ‘보조교사가 있으면 수업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1수업 2교사제’의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도 적잖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1수업 2교사제’가 학교 내 비정규직 수를 늘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다. 현재 서울시 등에서 시범운영 중인 ‘초등 협력교사제’의 경우 정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보조교사로 선발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선공약 발표 당시 학습지원전문교사,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임용시험 합격 후 대기자 등을 보조교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교사 사회에서는 “보조교사를 모두 정교사로 채용하지 않으면 제도 도입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 경우 문제는 다시 ‘저출산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사 수를 크게 늘리는 게 적절한가’로 돌아가게 된다. 노미경 교사는 “당장 교사 임용 인원을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1수업 2교사제를 도입하면 교육 현장에 혼란과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장기 과제로 삼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6 비정규 교사 때문에 신규 교사 선발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초등교원 임용시험에서 선발 인원 급감이 예고되자 그 배경에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할 여력을 확보하려고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견이 교대생 등을 중심으로 퍼진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임용 계획안을 발표한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자격 없는 비정규직 강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은 바로 이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글쓴이는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의 거센 정규직화 요구에 힘든 임용시험을 통과한 예비교사와 교대·사범대생 자리가 위협받는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대기 발령자들의 앞길을 강사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고, 이 글은 게시 후 수시간 만에 목표 서명 인원 5000명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정규직 교사 선발 인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기간제교사의 ‘처우 개선’ 문제는 오랫동안 교육계를 흔들어온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6월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교육공무원법 제32조 2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도 지난해 12월 ‘사용자는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교육공무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단 항의를 받고 철회한 일이 있다. 유 의원은 당시 ‘좀 더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교사와 임용시험 준비생 등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강력히 반대하는 이들은 ‘이 조치가 그나마 남아 있는 공정 경쟁의 장에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8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이 근무하고 담임을 맡고 학교 행정업무도 하는 기간제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단 정부는 7월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 비정규교사는 이 조치에 따른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이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해 강사, 기존 교원 및 사대생,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여지를 뒀다.

    그 회의가 8월 8일 처음 열렸다. 교육계와 노동계 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이 문제의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기간제교사는 4만1467명으로, 전체 교사의 9.7%에 이른다. 위원회 결정이 향후 교원 임용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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