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부터 기대작으로 거론되던 작품이 있다.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엑소더스’)이다. ‘엑소더스’는 이집트 왕자로 자란 모세가 히브리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벗어나 가나안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을 맡았던 220분짜리 대작 ‘십계’와 같은 내용인 셈이다. ‘구약성서’에 담긴 내용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게 관심의 핵심이었다. ‘리들리 스콧의 대서사시’ 하면 역시 ‘글래디에이터’의 영상미와 스펙터클,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복수극을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엑소더스’는 3D(3차원) 아이맥스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3D 영화는 한동안 물리적 고단함이 수반되는 관람 방식으로 인식되곤 했다. 대개 화면이 어둡고, 자막의 입체성 때문에 3D가 아닌 장면까지 꾹 참고 안경을 쓰고 봐야 하니 말이다. ‘엑소더스’는 좀 다르다. 3D의 기술적 완성도가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끈하다. 기술적 발전은 시간이 보장하는 바, 좀 더 나아진 3D 영화 기술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엑소더스’는 최근 개봉하는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슷하게 2시간 30여 분의 상영시간을 갖고 있다. 대서사시라는 수식어를 놓고 보면 사실 길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편 대서사시라는 말 속에는 역사적 광활함, 현재 눈으로 볼 수 없는 유적의 완전한 재현, 화려한 전투 장면, 진지한 대결 등에 대한 자신감이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엑소더스’는 대서사시에 대한 기대감을 절반쯤 채워주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전투장면은 전차, 활, 칼로 이뤄지는 아날로그 전투의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이집트 문화유산인 멤피스의 풍광이나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한 묘사도 시각적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화려했던 태양왕 시절의 이집트를 3D 입체감으로 보여주는 스펙터클이 화려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에피소드, 즉 모세의 ‘출애굽기’를 재구성한 방식이다. ‘글레디에이터’가 능욕당한 장수의 복수기라는 동적 에피소드 위에 구현된 서사라면, 모세 이야기는 복수극이나 액션이라기보다 신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애초 동적인 서사는 아닌 셈이다.
스콧 감독은 기존 서사와 차별화하고자 신에게 굴복하거나 복종하는 모세보다 신과 대화하는 인물, 신과 의견을 나누는 인물로 그를 재조명한다. 신의 모습이 아이로 구체화되는 장면도 스콧 감독만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모세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 람세스를 연기한 조엘 에저턴 외 수많은 별 같은 배우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는 점이다. 왕비를 맡은 시거니 위버나 눈 배역을 맡은 벤 킹즐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세가 람세스와 대결구도에 놓이지 않고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는 점도 영화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노아’가 신성모독의 혐의를 받으며 노아를 강박적 신경증환자로 풀어냈다면 ‘엑소더스’의 모세는 히브리족을 구원하는 선구자로 묘사된다. 특별히 신성 모독적이라거나 성경의 해석이 엇갈릴 부분은 없다.
이집트의 7가지 재앙에 대한 묘사도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무릇 연말 극장가에서 찾는 영화란 대단한 논쟁점이 없는 무난한 가족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각적으로 즐기는 역사 기행, 성경의 놀라운 에피소드 체험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블록버스터다.
‘엑소더스’는 3D(3차원) 아이맥스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3D 영화는 한동안 물리적 고단함이 수반되는 관람 방식으로 인식되곤 했다. 대개 화면이 어둡고, 자막의 입체성 때문에 3D가 아닌 장면까지 꾹 참고 안경을 쓰고 봐야 하니 말이다. ‘엑소더스’는 좀 다르다. 3D의 기술적 완성도가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끈하다. 기술적 발전은 시간이 보장하는 바, 좀 더 나아진 3D 영화 기술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엑소더스’는 최근 개봉하는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슷하게 2시간 30여 분의 상영시간을 갖고 있다. 대서사시라는 수식어를 놓고 보면 사실 길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편 대서사시라는 말 속에는 역사적 광활함, 현재 눈으로 볼 수 없는 유적의 완전한 재현, 화려한 전투 장면, 진지한 대결 등에 대한 자신감이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엑소더스’는 대서사시에 대한 기대감을 절반쯤 채워주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전투장면은 전차, 활, 칼로 이뤄지는 아날로그 전투의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이집트 문화유산인 멤피스의 풍광이나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한 묘사도 시각적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화려했던 태양왕 시절의 이집트를 3D 입체감으로 보여주는 스펙터클이 화려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에피소드, 즉 모세의 ‘출애굽기’를 재구성한 방식이다. ‘글레디에이터’가 능욕당한 장수의 복수기라는 동적 에피소드 위에 구현된 서사라면, 모세 이야기는 복수극이나 액션이라기보다 신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애초 동적인 서사는 아닌 셈이다.
스콧 감독은 기존 서사와 차별화하고자 신에게 굴복하거나 복종하는 모세보다 신과 대화하는 인물, 신과 의견을 나누는 인물로 그를 재조명한다. 신의 모습이 아이로 구체화되는 장면도 스콧 감독만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모세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 람세스를 연기한 조엘 에저턴 외 수많은 별 같은 배우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는 점이다. 왕비를 맡은 시거니 위버나 눈 배역을 맡은 벤 킹즐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세가 람세스와 대결구도에 놓이지 않고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는 점도 영화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노아’가 신성모독의 혐의를 받으며 노아를 강박적 신경증환자로 풀어냈다면 ‘엑소더스’의 모세는 히브리족을 구원하는 선구자로 묘사된다. 특별히 신성 모독적이라거나 성경의 해석이 엇갈릴 부분은 없다.
이집트의 7가지 재앙에 대한 묘사도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무릇 연말 극장가에서 찾는 영화란 대단한 논쟁점이 없는 무난한 가족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각적으로 즐기는 역사 기행, 성경의 놀라운 에피소드 체험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블록버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