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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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회 개최, 무상교육 제공 제조업 발전 초석 닦는다

인재 양성·고객사 협력에 앞장 ㈜한국델켐

  • 조영실 객원기자 esperanza0738@gmail.com

    입력2014-11-17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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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경영으로도 번역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비즈니스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CSR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미래지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주간동아’는 중소기업의 CSR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청의 후원으로 국내외 우수 중소기업 실천 사례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제조업만이 살길이다.”

    정찬웅 ㈜한국델켐 대표는 과격한 표현이라면서도 힘주어 제조업 예찬론을 폈다.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파는 데만 열을 올려선 안 된다. 국가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해야 한다.”

    한국델켐은 CAD, CAM 관련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솔루션 개발사로, 1990년 영국 델켐과 합작투자로 설립됐다. 정 대표는 “소프트웨어만 판매하는 회사가 ‘트레이딩’ 회사라면 한국델켐은 ‘컨설팅’ 회사”라고 말한다. 트레이딩 회사와 달리 컨설팅 회사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숙련 노동자 양성에 힘쓴다. 또 협력사 등에 기술을 이전하고 교류 등을 통해 산업 전체 발전을 도모한다. 눈앞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산업 전체 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해 지속적,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하는 것, 그것이 컨설팅 회사의 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기업이 해야 할 CSR라 강조한다.



    한국델켐은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우수 기술인력 확보에 달렸다고 보고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산학연계 브리지는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 인력이 필요한 제조기업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정 대표는 “협력사, 고객사들은 항상 인력난과 직원의 잦은 이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직접 교육할 여력도 없어 시스템만 놀린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자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수 인력 확보 다양한 제도 시행

    국제 대회 개최, 무상교육 제공 제조업 발전 초석 닦는다

    ㈜한국델켐은 제조업 분야에서 최신 기술 동향을 전파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킨 공로로 지속가능경영대상을 받았다.

    시작은 사내 교육생제도였다.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을 회사로 불러 무상으로 교육했다. 그러다 실무교육이 제도권 교육 안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한국폴리텍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력이 안 되는 학교에는 1년간 무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는 매년 현장실무 연수를 실시해 사내에서 직접 교육한다.

    이 과정에서 정규교육 역시 현장실무와 상당히 괴리돼 있음을 발견하고 직접 교재를 개발했다. 파워밀(PowerMILL) 실무능력자격증 시험은 실제 현장에서는 별로 소용없는 기술 자격증을 대신하고자 자체 개발한 것이다. 산학연계 브리지 사업은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연계 활동으로 더욱 활성화됐다.

    정 대표는 “인력난에 시달리던 회사들이 ‘좋은 학생 없느냐’며 먼저 연락해오고 있고, 구직난에 시달리던 학교는 졸업 시즌마다 기업체를 찾아가 ‘우리 학생들 좀 써달라’고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고객사와 지역 인재를 연결해주는 기업 CSR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폴리텍대에는 한국델켐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한국델켐 고객사는 전국 2000여 개에 이른다. 실무교육을 받은 후 취업한 직원들은 이직률도 낮다는 게 한국델켐 측 설명이다.

    한편, 한국델켐은 영국 델켐과 함께 지난해부터 매년 초 ‘국제 CAM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이공계 교육 활성화와 우수 인력 수급을 위해 정 대표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중국, 인도, 러시아, 대만, 우크라이나 등에서 예선을 치른 참가자들이 모여 경쟁을 치른다. 지난해 우승한 전북기계공고 심장우 학생은 3개월 동안 영국 델켐에서 무료로 기술 연수를 받고 영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심장우 학생은 “한국델켐에서 받은 체계적인 교육이 수상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델켐은 지난해 처음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양우 기술총괄 상무는 “우리는 CSR를 염두에 두고 사업한 적은 없다. 그런데 CSR 개념을 알고 보니 우리가 하는 사업 그 자체였다. 지속가능보고서는 그것을 체계화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지속가능경영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기업의 생존 및 성장도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은 해외투자자들에게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상무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 처지에서는 투자한 만큼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 곧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투자비 회수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쓸 때 가능하다. 결국 지속가능경영은 고객이 잘돼야 우리가 잘된다는 생각으로 고객이 우리 제품을 잘 쓰도록 고민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국델켐의 고객 관리는 곧 기술 지원을 의미한다. 직원 절반 이상이 기술 지원 소속이다. 또 2010년 이후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회사 내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신기술과 설비는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나므로 고객사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사내 교육을 실시한다.

    핵심 사업과 CSR 구분 안 해야

    국제 대회 개최, 무상교육 제공 제조업 발전 초석 닦는다

    정찬웅 ㈜한국델켐 대표.

    UGC(User Group Conference)는 한국델켐이 창립 이래 25년째 매년 진행하는 CAD·CAM 분야 국제회의다. 여기서 제조기술의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고 최신 기술을 공유한다. 또한 제조기업 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이종 간에는 기술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유수지 마케팅부 선임은 “매년 회의를 개최하는 데만 3억5000만 원 이상 예산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것을 공유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최고 기술력으로 국가 번영을 주도한다’는 경영이념 아래 핵심 사업에 집중하니 투자는 결국 재무적 성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한국델켐 매출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1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35억 원을 넘어섰다.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회사로 출발했지만 매년 채용을 늘렸고 이제 70명 이상의 직원이 상주한다. 정 대표는 자사 CSR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은 자선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다. CSR가 단순히 퍼주기식, 보여주기식 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 CSR 역시 투자 관점에서 핵심 사업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만큼은 CSR가 여전히 남의 일로 여겨질 만큼 관련 업계의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델켐은 CAD·CAM 분야에서 최초로 2012년 ‘제7회 지속가능경영대상’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했다. 지속가능경영대상은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는 상으로 한국델켐은 무상교육 실시, 무료 콘퍼런스 개최 등으로 제조산업 분야에 최신 기술 동향을 전파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성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한국델켐은 산학협력을 통한 CSR를 산·학·정 협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개최하는 UGC에서는 산·학·정 공청회를 연다. 이 자리에 교육부, 고용노동부의 제조업 기술 관련 실무 책임자를 초청해 학교와 현장 문제를 알리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정 대표는 정부 지원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때 관련 산업 정책의 효과가 극대화한다. 그러나 관련 부처의 근시안적 지원과 담당자의 잦은 인사 이동 등으로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산업 전체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CSR에 참여할 때 개별 기업도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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