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 감사들이 회사 돈으로 한 감사 부인의 사진을 집단으로 구매해 문제가 됐다.
2012년 7월 한전 본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9개 공기업은 각 회사 감사의 요청을 받고 한전 자회사 A사의 B감사 부인(사진작가)이 찍은 특정 사진작품을 80만~85만 원에 각각 1점씩 구매했다. 4월 이런 내용의 제보를 받은 사정기관이 산업부 감사실에 확인을 요구했고, 산업부는 바로 감사를 실시해 5월 말 각 자회사 감사실에 해당 작품의 회수를 지시했다.
당초 사정기관에서 인지한 내용은 ‘B감사가 2012년 6월 한전 본사를 포함한 12개 자회사 감사들의 모임인 한전감사협의회에서 자기 부인의 사진을 각 감사에게 구매하도록 요청해 자회사의 각 감사가 자신이 속한 회사로 하여금 일괄 구매하도록 한 것’이었지만, 산업부 감사실은 4~5월 1개월의 사실 확인 작업 끝에 “각 자회사의 사진작품 구매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업부 감사실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배경은 B감사가 “절대 다른 자회사 감사들에게 아내의 사진을 사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다, 사진작품을 구매한 한전의 각 자회사가 “감사들의 요청을 받고 사진작품 구매를 검토하긴 했지만 작품 가치가 80만 원 이상이기 때문에 자산 보유로서 가치가 있으며 회사의 사무환경 개선과 대내외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경영 행위”라고 항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B감사는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사정기관에 들어간 투서 내용은 악의적으로 왜곡된 것이다. 한전 자회사 일부 감사가 아내의 작품전을 보고 간 후 서로 의견을 모아 자발적으로 각 자회사에 구매를 부탁한 것으로 안다. 나는 오히려 ‘서로 부담되니 작품을 사지 마라’고 말렸지만 감사들이 ‘작품에 가치가 있으니 회사에 도움을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 아내는 개인작품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이고, 해당 사진도 전문가 사이에서 칭찬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각 작품은 최고 인화지를 썼으며 최고 장인이 액자를 만들었다. 해당 작품은 실제 80만 원보다 훨씬 비싼데도 감사들의 계속된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비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감사실 “절차상 문제없어”
이상한 점은 산업부 감사실이 한전 각 자회사의 사진작품 구매에 대해 “절차상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5월 말 한전감사협의회 차원에서 각 자회사 감사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사진작품을 되사가게 한 대목이다. 산업부 감사실 관계자는 “절차상 하자는 없지만 작품을 산 동기와 관련해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이미 퇴직한 감사를 제외하고 현재 감사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되사가게 했다. 그리고 감사에 대한 징계 권한이 산업부에는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한전감사협의회에는 한전 본사 감사를 비롯해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산업개발 감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70%는 정치인 출신이고, 20%는 산업부와 감사원 출신이며, 나머지 10%는 한전 관계사 임원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