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조범현(53) 삼성 인스트럭터(레슨 프로)를 창단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8월 2일 공식 발표했다. SK와 KIA 사령탑을 지낸 조 신임감독은 2009년 ‘타이거즈’에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을 일궜다.
조 감독을 영입한 KT는 이제 본격적인 팀 꾸리기 작업에 들어간다. 8월 26일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을 선발하고, 9월에는 공개 트라이아웃을 통해 팀 골격을 갖춘다. 10월 경남 남해에서 선수단 공식 훈련에 돌입한 뒤 11월에는 창단식을 열어 유니폼과 엠블럼을 발표한다. KT는 내년 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뛴 후 2015년 1군에 진입할 계획이다.
KT가 10구단 창단 주체로 선정된 1월 이후 야구계 관심은 온통 KT가 누구를 감독으로 선임할지에 모아졌다. 초대 감독은 신생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9구단 NC 다이노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전 두산 사령탑 김경문 감독을 영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듯, 10구단 KT가 팀 색깔을 좌우할 새 감독에 누구를 선임할지는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투명하고 공정한 감독 선임 과정
KT 창단 초기부터 가장 유력한 사령탑 후보로 꼽혔던 이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김 감독에게 개인적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KT 초대 사령탑=김성근’이라는 말이 한동안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1월 이 회장은 김 감독 영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실무진의 연구 결과를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답했지만, 김 감독이 KT 감독으로 갈 것이란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KT 스포츠단에서 본격적으로 사령탑 선임 작업에 들어간 5월 이후, 김 감독은 일찌감치 후보 명단에서 배제됐다. KT 한 내부 인사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지식, 탁월한 지도력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지만 SK와의 결별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 독불장군식 행동 등은 신생 구단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사실상 선임 초기부터 김 감독 이름은 빠진 상태에서 일이 진행됐다”고 털어놨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이 있다. KT는 알려진 것과 달리, 롯데 사령탑을 지낸 제리 로이스터 감독 영입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직접 발굴하고 팀을 처음부터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신생팀의 특성상, 로이스터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KT는 신생팀으로서 파격적인 사령탑도 잠시 염두에 뒀다.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40)와 야구 해설가로 활동하는 김재현(38) 등 은퇴한 젊은 스타플레이어의 사령탑 기용이었다. 프로야구 새 동력으로서 패기로 무장한 젊은 지도자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깜짝 카드를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이에게 신생팀 사령탑을 맡긴다는 위험성과 함께 코칭스태프 조각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한계점이 언급되면서 이 역시 없던 일이 됐다.
야구계에선 KT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정치권 등 외부 동향에 민감한 모기업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 ‘감독 후보 가운데 일부가 KT 고위층에 줄 대기를 하며 로비를 시도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와 달리, KT의 초대 사령탑 선임 과정은 청탁을 배제한 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
KT는 ‘모나지 않고 야구계 전반이 납득할 수 있는’ 감독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후보자를 복수로 압축한 뒤에는 비밀리에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감독 선임 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 넥센도 지난 시즌 직후 새 사령탑을 뽑을 때 복수의 후보자를 두고 인터뷰 방식의 개별면접을 시도한 바 있다.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은 4월과 6월 미국을 방문해 메이저리그 구단과 교류하면서 개별면접 방식에 대한 자문도 구했다. KT는 감독 후보자에 대한 평가항목들을 계량화하고, 면접을 그중 하나의 항목에 포함했다.
7월 말 진행한 개별면접에는 KT 고위관계자와 권 사장 등 의사결정권자들이 직접 나섰다. 권 사장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 썼다”고 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에 대한 평가’ 등이 공통질문이었고, 이 밖에도 다양한 야구 현안들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조 감독의 개별면접일은 7월 29일이었다. 인터뷰에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KT는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격적 야구’를 원했다. 권 사장은 “조 감독의 야구관이 KT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당 부분 닮았다”고 밝혔다.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야구 인생에서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때였다. 조 감독은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우리 팀 선수만 생각하고 상대팀 전술을 읽지 못했다. 자만심 때문에 남을 파악하지 못해 졌던 기억이 뼈저리게 남아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3년 총액 15억 원 계약
결국 KT는 조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이어 모그룹에 보고 과정을 거쳐 8월 1일 조 감독에게 결과를 최종 통보했다. 계약조건은 3년 총액 15억 원(계약금 포함). 이는 2011년 8월 김경문 감독이 NC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될 때의 계약조건(3년 총액 14억 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1000경기 이상 출전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감독은 7명뿐이다. 오랜 경험과 우승 경력, 이 두 가지를 갖춘 7명 가운데 1명이 바로 조 감독이다. 특히 그는 이 7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경험과 함께 신생팀 지도자에게 필요한 젊은 패기도 갖췄다.
조 감독은 이전에 감독을 맡았던 SK와 KIA를 모두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퇴임 직전 KIA에서의 마지막 성적도 4위였다. KIA에서 아쉽게 유니폼을 벗었지만, 그는 2년도 채 안 돼 현장에 복귀했다. 감독 후보군이 넘쳐나는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그만한 실력과 상품성을 갖춘 지도자는 보기 드물다.
특히 그는 KIA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12년,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을 맡아 아마추어 선수 발굴에 힘을 보탰다. 바쁜 틈을 쪼개 두 번이나 일본으로 자비 연수를 다녀오는 등 항상 공부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감독 출신이 대부분 KBO 경기감독관을 맡아 ‘유랑하듯’ 현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KIA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수개월이 지난 2012년 2월 초 긴 침묵을 깨고 퇴임 이후 처음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그 자리에서 ‘감독 복귀’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묻는 질문에 “더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이 없다면 현장 복귀는 욕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머무는 동안 더 치열하게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묻어났고,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더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으로 1년 6개월여 만에 화려하게 현장에 복귀했다. 프로야구 10번째 심장, KT에서 조 감독이 보여줄 새로운 야구가 기대된다.
조 감독을 영입한 KT는 이제 본격적인 팀 꾸리기 작업에 들어간다. 8월 26일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을 선발하고, 9월에는 공개 트라이아웃을 통해 팀 골격을 갖춘다. 10월 경남 남해에서 선수단 공식 훈련에 돌입한 뒤 11월에는 창단식을 열어 유니폼과 엠블럼을 발표한다. KT는 내년 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뛴 후 2015년 1군에 진입할 계획이다.
KT가 10구단 창단 주체로 선정된 1월 이후 야구계 관심은 온통 KT가 누구를 감독으로 선임할지에 모아졌다. 초대 감독은 신생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9구단 NC 다이노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전 두산 사령탑 김경문 감독을 영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듯, 10구단 KT가 팀 색깔을 좌우할 새 감독에 누구를 선임할지는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투명하고 공정한 감독 선임 과정
KT 창단 초기부터 가장 유력한 사령탑 후보로 꼽혔던 이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김 감독에게 개인적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KT 초대 사령탑=김성근’이라는 말이 한동안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1월 이 회장은 김 감독 영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실무진의 연구 결과를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답했지만, 김 감독이 KT 감독으로 갈 것이란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KT 스포츠단에서 본격적으로 사령탑 선임 작업에 들어간 5월 이후, 김 감독은 일찌감치 후보 명단에서 배제됐다. KT 한 내부 인사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지식, 탁월한 지도력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지만 SK와의 결별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 독불장군식 행동 등은 신생 구단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사실상 선임 초기부터 김 감독 이름은 빠진 상태에서 일이 진행됐다”고 털어놨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이 있다. KT는 알려진 것과 달리, 롯데 사령탑을 지낸 제리 로이스터 감독 영입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직접 발굴하고 팀을 처음부터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신생팀의 특성상, 로이스터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KT는 신생팀으로서 파격적인 사령탑도 잠시 염두에 뒀다.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40)와 야구 해설가로 활동하는 김재현(38) 등 은퇴한 젊은 스타플레이어의 사령탑 기용이었다. 프로야구 새 동력으로서 패기로 무장한 젊은 지도자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깜짝 카드를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이에게 신생팀 사령탑을 맡긴다는 위험성과 함께 코칭스태프 조각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한계점이 언급되면서 이 역시 없던 일이 됐다.
야구계에선 KT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정치권 등 외부 동향에 민감한 모기업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 ‘감독 후보 가운데 일부가 KT 고위층에 줄 대기를 하며 로비를 시도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와 달리, KT의 초대 사령탑 선임 과정은 청탁을 배제한 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
KT는 ‘모나지 않고 야구계 전반이 납득할 수 있는’ 감독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후보자를 복수로 압축한 뒤에는 비밀리에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감독 선임 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 넥센도 지난 시즌 직후 새 사령탑을 뽑을 때 복수의 후보자를 두고 인터뷰 방식의 개별면접을 시도한 바 있다.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은 4월과 6월 미국을 방문해 메이저리그 구단과 교류하면서 개별면접 방식에 대한 자문도 구했다. KT는 감독 후보자에 대한 평가항목들을 계량화하고, 면접을 그중 하나의 항목에 포함했다.
7월 말 진행한 개별면접에는 KT 고위관계자와 권 사장 등 의사결정권자들이 직접 나섰다. 권 사장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 썼다”고 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에 대한 평가’ 등이 공통질문이었고, 이 밖에도 다양한 야구 현안들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조 감독의 개별면접일은 7월 29일이었다. 인터뷰에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KT는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격적 야구’를 원했다. 권 사장은 “조 감독의 야구관이 KT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당 부분 닮았다”고 밝혔다.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야구 인생에서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때였다. 조 감독은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우리 팀 선수만 생각하고 상대팀 전술을 읽지 못했다. 자만심 때문에 남을 파악하지 못해 졌던 기억이 뼈저리게 남아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3년 총액 15억 원 계약
퇴임 직전 몸담았던 KIA에서 김선빈 선수(왼쪽)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조범현 전 KIA 감독.
한국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1000경기 이상 출전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감독은 7명뿐이다. 오랜 경험과 우승 경력, 이 두 가지를 갖춘 7명 가운데 1명이 바로 조 감독이다. 특히 그는 이 7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경험과 함께 신생팀 지도자에게 필요한 젊은 패기도 갖췄다.
조 감독은 이전에 감독을 맡았던 SK와 KIA를 모두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퇴임 직전 KIA에서의 마지막 성적도 4위였다. KIA에서 아쉽게 유니폼을 벗었지만, 그는 2년도 채 안 돼 현장에 복귀했다. 감독 후보군이 넘쳐나는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그만한 실력과 상품성을 갖춘 지도자는 보기 드물다.
특히 그는 KIA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12년,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을 맡아 아마추어 선수 발굴에 힘을 보탰다. 바쁜 틈을 쪼개 두 번이나 일본으로 자비 연수를 다녀오는 등 항상 공부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감독 출신이 대부분 KBO 경기감독관을 맡아 ‘유랑하듯’ 현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KIA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수개월이 지난 2012년 2월 초 긴 침묵을 깨고 퇴임 이후 처음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그 자리에서 ‘감독 복귀’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묻는 질문에 “더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이 없다면 현장 복귀는 욕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머무는 동안 더 치열하게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묻어났고,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더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으로 1년 6개월여 만에 화려하게 현장에 복귀했다. 프로야구 10번째 심장, KT에서 조 감독이 보여줄 새로운 야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