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지애라고 합니다. 만나서 정말 좋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길’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로 자신의 열정을 들고 나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경험에 비춰 그 방법을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영어라는 밥줄 놓지 않아
저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몇 년간 보냈습니다. 해외 근무를 시작한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잘 적응하라고 해서 미국 사람처럼 살다 보니 한국어를 많이 잊어버렸어요. 문제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됐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죠. 영어 발음은 좋은데 한국말을 못하니까 아이들이 저를 원숭이 취급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한국말을 제대로 하려면 영어를 잊어야겠다고 생각해 되도록 영어로 말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대학생이 된 뒤에는 내 밥줄을 찾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대학 생활은 아주 즐겁게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았다면, 앞으로는 내 인생을 스스로 살아야겠다 싶어 동아리를 8개나 들었습니다. 정치, 경제, 영자신문 동아리 등 다양하게 활동했죠. 공부는 당연히 안 했고요(웃음). 나를 찾고 싶었습니다. 나를 찾으려면 수업이 아니라 그런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연애도 굉장히 많이 했죠. 왜냐하면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어요. 여러분은 웃지만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은 인격도 굉장히 좋아요(웃음). 사회의 반 이상이 남자인데 남자를 배워야 알 거 아니에요? 여러 친구와 사귀고 헤어지면서 저 자신을 탐색했습니다.
그러면서 밥줄인 영어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한때는 번역가도 꿈꿨죠.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멋지게 번역해 노벨문학상을 받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심층적으로 일하기가 버거워 그만뒀습니다. 외교관도 되고 싶었는데 외무고시를 통과하려면 엄청난 분량의 책을 끝까지 외워야겠더군요. 내 청춘을 책 외우는 데 바치기 아까워 그 꿈도 접었습니다. 동시통역을 해볼까 싶어 동시통역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그런데 자만심에 빠져 ‘누가 내 얘기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 그마저도 그만뒀어요(웃음).
그러다 사람 좋아하고, 책 좋아하고,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기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느 선배가 외신에서 일해보라고 해서 먼저 국내 잡지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초 넓은 무대에서 일하고 싶어 ‘뉴욕타임스’에서 일을 했습니다. 일본 도쿄 주재기자와 함께 한반도 핵문제를 취재했는데, 그때 ‘뉴욕타임스’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큰 신문사가 됐는지를 깨달았습니다.
1994년 7월 아주 더운 날, 한반도 미래를 바꾸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사건인데요, 그 일로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CNN 기자가 서울에 없어서 한국 상황을 전해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뉴욕타임스’ 기자인 제가 CNN과 통화하면서 서울 반응을 알렸습니다. 그 인연으로 CNN 일을 시작해 15년 동안 하게 됐답니다. 제가 CNN 서울지국을 열었고 다양한 사건, 사고를 전했습니다.
나를 내세우는 것이 경쟁력
● 1963 서울생<br> ● 1985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br>● 2011 연세대 언론대학원 저널리즘 석사<br> ● ‘뉴욕타임스’ 서울사무소 취재기자, CNN 서울지국 지국장,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 대통령 해외홍보 비서관,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이후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자리가 나서 공모를 거쳐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가 가진 방송과 외국 관련 지식을 발판 삼아 한국적인 뉴스를 외국에 내보내는 방송사를 경영하는 일인데요. 현재 저는 직원 220명과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 방송사 여사장으로 일한 지 1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열정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거울 속에 있는 나에게 있습니다. 단지 여러분이 그 열정을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오늘 집에 가서 거울 속 나에게 물어보세요. 공자도 얘기했죠.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고요.
CNN 고용담당자가 저에게 CNN 서울지국을 맡을 수 있겠느냐고 묻기에 저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했는데, 이렇게 말한 것 때문에 채용되지 못할 뻔했어요. 제가 진짜로 원하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여러분, 실패 많이 하나요? 진짜요? 실패하기 싫어요? 실패가 없었다면 도전하지 않았다는 의미예요. 도전해본 사람만이 실패할 권리가 있거든요. 얼마 전 서울에 온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그분은 자메이카 출신 미국 이민자인 부모 밑에서 자란 가난한 흑인 2세였습니다. 흑인을 위한 특별 입학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한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마저도 성적이 나빠 졸업하기 어려웠대요.
그런데 다른 과목들은 다 성적이 D나 F인데, ROTC라는 한 과목은 A를 받아 졸업하고 나서 군인이 됐고, 4성 장군이 돼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최근 한 대학에 콜린 파월 인문대학이 생겼다고 해요. 그분은 그 자체가 너무 웃기다더군요. 한때는 문제아였는데 지금은 엄청난 인물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그런 그분도 군생활을 하면서 작전을 잘못 짜는 바람에 병사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등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실패 뒤에 왜 ‘내가 왜 실패했는지’를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실패에 집착하면 안 돼요. 실패가 여러분의 밑거름이 돼야지 장애가 돼선 안 됩니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도전을 통해 해외 무대에서 뛰어보세요. 여러분 나름의 얘기를 만들어보세요. 글로벌 무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전 세계라는 무대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들고 여러분의 꿈을 펼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