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서 ‘하우스푸어’(집을 사느라 과도하게 빚을 져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 문제를 해결하려고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시행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논하는 단계에서부터 도입 타당성 및 실효성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선거(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골자는 하우스푸어로 하여금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게 하고, 그 매각 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게 함으로써 과중한 대출 원리금상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그림). 자산유동화 기법에 기반을 둔 이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자산유동화회사(SPC)다. 이 회사는 하우스푸어로부터 주택지분을 매입하고 이후 일정 기간 하우스푸어로부터 주택지분 사용료에 해당하는 임대료(월세)를 받는다.
자산유동화회사는 이러한 월세 유입액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금융시장 내 다양한 투자자에게 팔아 또 다른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마련한다. 현재 검토 중인 안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KAMCO) 등 공공기관이 자산유동화회사를 설립하고,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은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국민주택기금 등 다양한 투자자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 제도 시행 쉽지 않을 듯
대선공약집 등에 따르면,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는 1가구 1주택 보유자, 주택가격이 수도권 기준 6억 원 이하, 그 외 지역은 3억 원 이하이며, 담보가치인정비율(LTV·주택담보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이 80% 이하인 주택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제도 수혜 대상을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을 구매한 실수요자로 한정하고, 고가주택 소유자는 제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시세의 50%와 주택담보대출금액 가운데 적은 금액에 해당하는 주택지분(최대 50%)만 매각하도록 하고, 하우스푸어의 재무상황이 호전되면 매각했던 주택지분을 재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보유주택 매각이 아닌 일부 지분 매각으로, 주택 소유권을 하우스푸어가 계속 유지하도록 하려는 제도 취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그러나 당초 안처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하우스푸어를 돕는 것과 관련해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먼저 집이 없는 계층까지 포함된 국민 전체 세금으로 집을 가진 일부 계층을 돕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가 하는 논란이다. 또한 이러한 대책이 자칫 채무자에게 정부가 나서서 빚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줄 경우, 채무자가 힘들여 빚을 갚으려 하지 않고 일단 버티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초 대출자의 상환 능력, 주택담보가치 등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대출이자로 수익을 올리다가 대출이 부실화되자 정부 정책에 힘입어 대출금을 회수하고 손을 털 수 있게 될 금융기관에 대한 비판도 흘러나온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감안한 듯, 최근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시행과 관련한 보완책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매각에 앞서 금융기관인 채권자들이 하우스푸어인 채무자와 협의해 채권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분담하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인 하우스푸어가 과연 손실 분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도를 활용하려 할지는 미지수다. 먼저 채권단 워크아웃은 어디까지나 금융기관 자율로 이뤄지는 것으로, 법률로 강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각 회사 내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지만, 주택지분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들은 채권단 워크아웃에 미온적일 수 있다. 도리어 대출 채권이 워크아웃 채권으로 분류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해 단기적으로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가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정당성 시비
주택 소유 욕구가 강한 우리나라 국민 특성을 감안할 때, 일부지만 하우스푸어에게 주택을 판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극복하고 제도를 활용할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는 일도 쉽지 않다. 현재 거론되는 할인율 수준은 20~30%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재 일반 주택 경락가율이 70~80% 수준인 것을 감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실제로 경매 단계에 이르지 않은 하우스푸어 처지에서는 결국 주택지분 매각 이후 지불하게 될 지분 사용료가 원래 지불하던 대출 원리금상환액에 비해 어느 정도나 낮아지느냐에 따라 제도 이용 여부를 결정할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하우스푸어가 내는 지분 사용료를 낮춰줄수록 이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 수익률이 낮아져 금융시장 내 자산유동화증권 매각이 어려워지고, 이는 원활한 자산유동화에 기반을 둔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만일 공공기관 부담으로 낮은 지분 사용료를 보전해주거나 낮은 수익률의 자산유동화증권을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한다면 재정 또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앞서 언급한 정책의 정당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긍정적 효과 5가지 전제 조건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시행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기관 구실 및 책임감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공동으로 주택지분 자산유동화회사를 설립해 자산유동화 구조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원리금 회수에서 후순위에 속하는 후순위 자산유동화증권을 일부 발행하고, 이를 금융기관 공동으로 조성한 기금 등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둘째,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방지하려면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성격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하우스푸어가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일부이긴 하지만 보유한 주택지분을 경매에 준하는 수준으로 할인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하우스푸어로 하여금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를 ‘공짜 점심’이 아니라 경매라는 최악의 상황 전 고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또한 지분 사용료(월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도 좀 더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정부 또는 공공부문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한 직접적 방식보다 간접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채권 금융기관 주도로 설립한 자산유동화회사가 운영을 주도한다는 전제하에, 주택지분의 원활한 자산유동화를 돕기 위한 공공부문 간접 지원의 하나로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 제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넷째, 자의적 판단보다 시장 평가 및 가격 결정 기능을 중시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지분 매각 시 적용할 시세를 결정할 때 최근처럼 주택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시세라고 알려진 가격이 과대평가됐을 개연성이 높다. 전체 주택의 일부라 해도 경매가 이뤄진 주택가격에 근거해 나머지 주택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가격 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다섯째, 취약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금리 금융기관인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용한 계층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 위주로 가입한 신용회복지원 기관을 등록 대부업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하우스푸어 계층보다 더한 사회적 약자는 해당 주택에 세 들어 사는 ‘깡통전세자’이므로, 이들 깡통전세자를 돕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선거(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골자는 하우스푸어로 하여금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게 하고, 그 매각 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게 함으로써 과중한 대출 원리금상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그림). 자산유동화 기법에 기반을 둔 이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자산유동화회사(SPC)다. 이 회사는 하우스푸어로부터 주택지분을 매입하고 이후 일정 기간 하우스푸어로부터 주택지분 사용료에 해당하는 임대료(월세)를 받는다.
자산유동화회사는 이러한 월세 유입액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금융시장 내 다양한 투자자에게 팔아 또 다른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마련한다. 현재 검토 중인 안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KAMCO) 등 공공기관이 자산유동화회사를 설립하고,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은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국민주택기금 등 다양한 투자자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 제도 시행 쉽지 않을 듯
대선공약집 등에 따르면,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는 1가구 1주택 보유자, 주택가격이 수도권 기준 6억 원 이하, 그 외 지역은 3억 원 이하이며, 담보가치인정비율(LTV·주택담보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이 80% 이하인 주택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제도 수혜 대상을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을 구매한 실수요자로 한정하고, 고가주택 소유자는 제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시세의 50%와 주택담보대출금액 가운데 적은 금액에 해당하는 주택지분(최대 50%)만 매각하도록 하고, 하우스푸어의 재무상황이 호전되면 매각했던 주택지분을 재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보유주택 매각이 아닌 일부 지분 매각으로, 주택 소유권을 하우스푸어가 계속 유지하도록 하려는 제도 취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그러나 당초 안처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하우스푸어를 돕는 것과 관련해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먼저 집이 없는 계층까지 포함된 국민 전체 세금으로 집을 가진 일부 계층을 돕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가 하는 논란이다. 또한 이러한 대책이 자칫 채무자에게 정부가 나서서 빚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줄 경우, 채무자가 힘들여 빚을 갚으려 하지 않고 일단 버티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초 대출자의 상환 능력, 주택담보가치 등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대출이자로 수익을 올리다가 대출이 부실화되자 정부 정책에 힘입어 대출금을 회수하고 손을 털 수 있게 될 금융기관에 대한 비판도 흘러나온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감안한 듯, 최근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시행과 관련한 보완책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매각에 앞서 금융기관인 채권자들이 하우스푸어인 채무자와 협의해 채권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분담하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인 하우스푸어가 과연 손실 분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도를 활용하려 할지는 미지수다. 먼저 채권단 워크아웃은 어디까지나 금융기관 자율로 이뤄지는 것으로, 법률로 강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각 회사 내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지만, 주택지분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들은 채권단 워크아웃에 미온적일 수 있다. 도리어 대출 채권이 워크아웃 채권으로 분류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해 단기적으로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가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정당성 시비
2012년 9월 23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집값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하우스푸어가 내는 지분 사용료를 낮춰줄수록 이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 수익률이 낮아져 금융시장 내 자산유동화증권 매각이 어려워지고, 이는 원활한 자산유동화에 기반을 둔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만일 공공기관 부담으로 낮은 지분 사용료를 보전해주거나 낮은 수익률의 자산유동화증권을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한다면 재정 또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앞서 언급한 정책의 정당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긍정적 효과 5가지 전제 조건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시행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기관 구실 및 책임감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공동으로 주택지분 자산유동화회사를 설립해 자산유동화 구조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원리금 회수에서 후순위에 속하는 후순위 자산유동화증권을 일부 발행하고, 이를 금융기관 공동으로 조성한 기금 등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둘째,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방지하려면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의 성격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하우스푸어가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일부이긴 하지만 보유한 주택지분을 경매에 준하는 수준으로 할인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하우스푸어로 하여금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를 ‘공짜 점심’이 아니라 경매라는 최악의 상황 전 고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또한 지분 사용료(월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도 좀 더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정부 또는 공공부문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한 직접적 방식보다 간접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채권 금융기관 주도로 설립한 자산유동화회사가 운영을 주도한다는 전제하에, 주택지분의 원활한 자산유동화를 돕기 위한 공공부문 간접 지원의 하나로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 제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넷째, 자의적 판단보다 시장 평가 및 가격 결정 기능을 중시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지분 매각 시 적용할 시세를 결정할 때 최근처럼 주택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시세라고 알려진 가격이 과대평가됐을 개연성이 높다. 전체 주택의 일부라 해도 경매가 이뤄진 주택가격에 근거해 나머지 주택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가격 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다섯째, 취약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금리 금융기관인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용한 계층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 위주로 가입한 신용회복지원 기관을 등록 대부업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하우스푸어 계층보다 더한 사회적 약자는 해당 주택에 세 들어 사는 ‘깡통전세자’이므로, 이들 깡통전세자를 돕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