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내 서열 2위 자리다. 100명을 훌쩍 넘는 의원을 대표해 원 구성 협상을 이끌고 입법과 예산처리를 지휘한다.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치와 상임위원장, 원내대표단 인사권도 가진다. 막강 권한을 쥔 원내대표지만, 그를 뽑는 선출권은 현역의원에게만 주어진다. 민심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의원이 개인 선호에 따라 선출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내대표 경선은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그늘로 지목되곤 한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내 주요 세력끼리 나눠 먹는 자리로 변질된 것. 실제 새누리당은 수도권과 영남이,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이 원내대표를 독식해왔다. 비주류격인 충청과 강원, 제주 출신 원내대표는 역사상 전무(全無)하다. 원내대표 출신지역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의원 직선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일이다. 이 기간에 원내 1, 2당을 번갈아 차지했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철저히 특정지역 출신이 독식했다.
민심 철저히 외면 ‘불편한 진실’
5월 9일 실시한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이한구-진영 조가 당선됐다. 이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진 의원은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경쟁자였던 이주영(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유일호(서울 송파을), 남경필(수원병)-김기현(울산 남을) 조 모두 수도권 또는 영남권 출신이다.
2003년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수도권 또는 영남권 출신이었다. 야당 시절엔 원내대표를 수도권과 영남권이 번갈아 맡더니,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후엔 3년 연속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직선제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뽑은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비(非)수도권과 영남권 출신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배출되지 않았다. 완벽한 독식이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호남권이 독점했다. 수도권과 호남권 출신이 번갈아 원내대표를 맡는 식이다. 한 번도 충청이나 강원, 제주 출신이 범접하지 못했다. 5월 4일 실시한 원내대표 경선에는 호남권 출신 박지원, 이낙연 후보와 수도권 출신 유인태, 전병헌 후보가 출마해 박지원 후보가 결선투표를 거쳐 당선됐다. 비(非)수도권과 호남권 출신은 출마조차 못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원내대표직을 독점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투표권을 가진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을 철저히 지역대결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 꺼풀 들여다보면 이런 식이다. 새누리당의 주축은 수도권과 영남권이다.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구 127석 가운데 수도권(43석)과 영남권(63석)이 절대적으로 많다. 전체의 80%를 넘는다. 이들 지역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기와 같은 지역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같은 지역 출신 원내대표를 배출하는 게 지역 민심을 다독이고 향후 선거에서 득표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거래’도 존재한다. 같은 지역 출신이 원내대표가 되면 자신의 상임위원회나 당직 배분에 유리할 수 있다는 속셈도 숨어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원내대표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따지기보다 같은 지역 출신을 무조건 밀어주고, 그 대가로 상임위원회나 당직 배분에서 혜택을 보는 행태가 여야 모두에서 공공연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5월 9일 실시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도 이 같은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출신 이한구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수도권 출신 남경필 후보가 수도권에서, 경남 출신 이주영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많은 득표를 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5월 4일 실시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호남권 출신 이낙연 후보를 찍었던 호남 의원 대부분을 결선에서 자기편으로 끌어오면서 승리를 결정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표가 박 원내대표 재선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정당이 거꾸로 지역주의 부채질
여야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 원내대표를 독식하면서 다른 지역 출신은 원내대표에 도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충청과 강원에서 선전하면서 각각 12석과 9석을 얻었지만, 이 지역 출신은 9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한 명의 후보도 내지 못했다. 만약 이 지역 출신 후보가 나와 자기 지역표를 싹쓸이한다고 해도 수도권과 영남 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출마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경선 초반에는 제주 출신 김재윤 의원과 충청 출신 노영민 의원이 주변의 권유에 힘입어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지역주의의 높은 벽 앞에서 포기해야 했다. 제주 출신 의원은 3명, 충청 출신 의원은 9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도권(65석)과 호남권(25석) 출신 후보에게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특정지역 출신이 원내대표를 독식하는 관행은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할 정당이 거꾸로 집 안에서 지역주의를 부채질하고 노골적으로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윤희웅 실장은 “정치인이 입으로는 지역주의 타파를 얘기하면서 자기들끼리는 같은 지역 출신끼리 밀고 당기는 행태를 반복하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받고 신중하게 검토했던 제주 출신 김재윤(47) 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영국처럼 40대 젊은 리더십이 등장해 당을 쇄신하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의의 거대하고 견고한 벽 앞에서 역부족임을 절감했다”며 “정원도 다양한 꽃이 피어야 더 아름다운 법인데, 똑같은 꽃만 계속 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내대표 경선은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그늘로 지목되곤 한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내 주요 세력끼리 나눠 먹는 자리로 변질된 것. 실제 새누리당은 수도권과 영남이,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이 원내대표를 독식해왔다. 비주류격인 충청과 강원, 제주 출신 원내대표는 역사상 전무(全無)하다. 원내대표 출신지역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의원 직선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일이다. 이 기간에 원내 1, 2당을 번갈아 차지했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철저히 특정지역 출신이 독식했다.
민심 철저히 외면 ‘불편한 진실’
5월 9일 실시한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이한구-진영 조가 당선됐다. 이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진 의원은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경쟁자였던 이주영(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유일호(서울 송파을), 남경필(수원병)-김기현(울산 남을) 조 모두 수도권 또는 영남권 출신이다.
2003년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수도권 또는 영남권 출신이었다. 야당 시절엔 원내대표를 수도권과 영남권이 번갈아 맡더니,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후엔 3년 연속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직선제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뽑은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비(非)수도권과 영남권 출신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배출되지 않았다. 완벽한 독식이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호남권이 독점했다. 수도권과 호남권 출신이 번갈아 원내대표를 맡는 식이다. 한 번도 충청이나 강원, 제주 출신이 범접하지 못했다. 5월 4일 실시한 원내대표 경선에는 호남권 출신 박지원, 이낙연 후보와 수도권 출신 유인태, 전병헌 후보가 출마해 박지원 후보가 결선투표를 거쳐 당선됐다. 비(非)수도권과 호남권 출신은 출마조차 못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원내대표직을 독점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투표권을 가진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을 철저히 지역대결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 꺼풀 들여다보면 이런 식이다. 새누리당의 주축은 수도권과 영남권이다.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구 127석 가운데 수도권(43석)과 영남권(63석)이 절대적으로 많다. 전체의 80%를 넘는다. 이들 지역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기와 같은 지역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같은 지역 출신 원내대표를 배출하는 게 지역 민심을 다독이고 향후 선거에서 득표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거래’도 존재한다. 같은 지역 출신이 원내대표가 되면 자신의 상임위원회나 당직 배분에 유리할 수 있다는 속셈도 숨어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원내대표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따지기보다 같은 지역 출신을 무조건 밀어주고, 그 대가로 상임위원회나 당직 배분에서 혜택을 보는 행태가 여야 모두에서 공공연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5월 9일 실시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도 이 같은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출신 이한구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수도권 출신 남경필 후보가 수도권에서, 경남 출신 이주영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많은 득표를 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5월 4일 실시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호남권 출신 이낙연 후보를 찍었던 호남 의원 대부분을 결선에서 자기편으로 끌어오면서 승리를 결정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표가 박 원내대표 재선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정당이 거꾸로 지역주의 부채질
5월 4일 박지원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김진표 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가운데는 박 원내대표와 접전을 펼친 유인태 국회의원 당선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경선 초반에는 제주 출신 김재윤 의원과 충청 출신 노영민 의원이 주변의 권유에 힘입어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지역주의의 높은 벽 앞에서 포기해야 했다. 제주 출신 의원은 3명, 충청 출신 의원은 9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도권(65석)과 호남권(25석) 출신 후보에게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특정지역 출신이 원내대표를 독식하는 관행은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할 정당이 거꾸로 집 안에서 지역주의를 부채질하고 노골적으로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윤희웅 실장은 “정치인이 입으로는 지역주의 타파를 얘기하면서 자기들끼리는 같은 지역 출신끼리 밀고 당기는 행태를 반복하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받고 신중하게 검토했던 제주 출신 김재윤(47) 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영국처럼 40대 젊은 리더십이 등장해 당을 쇄신하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의의 거대하고 견고한 벽 앞에서 역부족임을 절감했다”며 “정원도 다양한 꽃이 피어야 더 아름다운 법인데, 똑같은 꽃만 계속 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