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업 알앤엘바이오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과 공동으로 일본산 암 탐지견을 4마리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8월 바이오아트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운영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황 박사팀은 바이오아트 루 호손 사장의 애완견 ‘미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미시는 보더콜리와 시베리안 허스키의 혼혈종. 바이오아트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미시는 애완견의 상업적 복제에 성공한 세계 첫 사례다.
‘미시’ vs ‘부거’ 최초의 상업 복제견
그리고 8월5일 또 하나의 복제 애완견이 등장했다. 국내 생명공학벤처기업 알앤엘바이오가 복제한 핏불종 ‘부거’다. 알앤엘바이오는 올 1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과 자문계약을 맺고 개 복제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알앤엘바이오는 미국 여성에게 직접 의뢰받아 유료로 복제해낸 부거가 세계 최초의 상업적 복제견이라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이 두 회사의 연구진인 황 박사와 이 교수는 잘 알려진 것처럼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전까지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던 사제지간. 최근 개 복제 상업화를 둘러싼 두 회사의 다툼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린 이유다.
바이오아트와 알앤엘바이오 간 ‘최초’ 다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개 복제기술에 대한 특허권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누가 개 복제 상업화에 대한 독점권을 갖느냐다.
바이오아트는 6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복제 전쟁(Clone Wars)’을 선언했다. 알앤엘바이오와 이 교수팀이 일본산 암 탐지견을 네 마리 복제해 일부를 수요자에게 최소 5억원에 분양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다.
특허 적용범위가 문제 해결의 열쇠
황우석 박사팀이 복제에 성공한 ‘미시’.
복제양 돌리는 1996년 체세포 핵이식 기법으로 태어났다. 난자에서 유전물질이 들어 있는 핵을 제거한 다음 체세포를 넣고 융합시켜 복제 수정란을 만든 것이다. 돌리 특허에는 바로 이 기술이 포함돼 있다.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면 생명체가 태어난다.
바이오아트 루 호손 사장은 “인간 이외의 모든 포유동물을 복제할 때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앤엘바이오의 개 복제도 돌리 특허기술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질세라 알앤엘바이오도 6월 말 바이오아트에 ‘개 복제사업은 서울대로부터 획득한 우리 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경고문을 보냈다. 알앤엘바이오는 서울대가 갖고 있던 세계 최초의 복제견 스너피 기술에 대한 특허의 전용실시권을 이전받았다.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사장은 “돌리 복제기술만으로는 개를 복제할 수 없다”며 “스너피 기술은 서울대가 개발한 독자 기술이므로 바이오아트가 개 복제사업을 하려면 알앤엘바이오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각자 보유한 개 복제기술의 특허권을 상대방이 침해하고 있어 개 복제사업을 수행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해결점은 이른바 ‘원천기술’인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실제로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 복제에 적용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것.
체세포 핵이식 기술은 돌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러 과학자들이 포유동물 이외의 생명체를 복제하는 연구에 종종 사용해왔다. 이 기술을 처음 포유동물 복제에 적용한 아이디어 자체를 특허로 인정한다면 바이오아트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 힘이 실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일반적인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해 개를 복제하는 데 실패했다. 개 복제가 양 복제와 엄연히 다른 기술이라는 알앤엘바이오의 주장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돌리 특허를 개과 동물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인정되면 특허의 실시 불가능에 해당해 알앤엘바이오와 서울대가 유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