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시를 망하게 하는가’란 주제를 놓고 열린 의정부시 공무원 토론회.
“공무원 전용 별장을 짓고 관용차도 큰 놈으로 하나씩 삽시다. 이러면 1년 안에 우리 시가 망할 수 있을 겁니다.”
11월29일 오후 3시부터 의정부시청에서 터져나온 발언이다. 각 과별로 ‘혁신전사’로 지정된 공무원 88명이 조를 나누어 이색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망하는 법을 찾아내 시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자 마련됐다는 토론회는 ‘나랏돈 펑펑 쓰기’ ‘불필요한 일 늘리는 방법’ ‘민원인 열받게 하는 방법’ ‘동료에게 왕따당하는 법’ ‘상사에게 찍히는 법’ ‘부하 직원에게 욕먹는 법’ 등 6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 직원에 회람 스스로 반성 기회
나랏돈 낭비 방법으로는 관공서를 호텔급으로 리모델링하고, 예산 책정 없이 일단 사업을 벌이며, 모든 공무원에게 한 달짜리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그까짓 것, 토지보상금은 일괄적으로 두 배 올려주고 공무원도 확 늘려야죠.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는 예나 지금이나 써먹기 좋죠”라는 발언이 나오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선외면’ ‘동문서답’ ‘점심시간 핑계로 돌려보내기’ ‘반말이나 고압 자세’ ‘손가락질과 턱으로 가리키기’ ‘타 부서를 찾는 전화 대충 돌려주기’ 등은 민원인을 열받게 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꼽혔다.
이 방안을 발표한 이복철(7급) 씨는 “한 번 불렀을 때 대답하면 안 된다. 두세 번 불렀을 때 삐딱하게 쳐다보고는 턱으로 ‘저쪽으로 가라’는 보디랭귀지를 해야 민원인이 금방 열받는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기본 소양이 모자라거나 업무를 잘 모를 땐 민원인을 피하게 되므로, 교육을 강화하는 것 등이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하에게 욕먹는 상사가 되려면 ‘성과는 내 것, 책임은 네 것’이라는 자세를 갖고, 술 못 마시는 부하 직원에게 폭탄주를 강요하는 게 우선순위로 꼽혔다. 퇴근 5분 전에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서는 무조건 10장 이상으로 만들게 하며, 오전에 신문 보고 오후에 낮잠 자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제시됐다.
상사에게 찍히는 법으로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정시에 출퇴근하는 ‘땡돌이와 땡순이’ 되기, 연가를 많이 쓰는 ‘웰빙형’, 고지식하게 원리원칙만 따지는 ‘포청천형’, 회식도 술도 모두 거부하고 개인 일만 챙기는 ‘나대로형’, 행동은 하지 않고 말로만 처리하는 ‘주둥이형’ 되기 등이 꼽혔다.
시는 참가 공무원들이 자필로 작성한 ‘망하는 법’을 모아 가감하지 않고 전 직원들에게 돌려 보게 할 예정이다.
김문원 시장은 “망하는 법이라는 역설적 방법을 통해 공무원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 행정력과 대민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색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