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요양 중인 최형우 전 의원을 2년6개월 만에 전격 방문했다.
지난 6월2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최형우 전 의원의 집 앞. YS가 김기수 수행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제.”
YS는 대문 앞까지 마중나온 최 전 의원과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김실장은 “두 분은 손을 맞잡고 놓을 줄 몰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최 전 의원의 손에 이끌려 응접실에 들어간 YS는 최 전 의원의 부인 원영일 여사도 함께한 가운데 차를 마시며 한 시간 가량 밀린 정담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최 전 의원의 건강 상태, 과거 함께 활동했던 시절 등의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실장은 “최 전 의원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니 한번 가보자고 해 6월20일쯤 일정을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YS에게 손명순 여사의 안부를 묻는 등 어투가 약간 불분명한 것 말고는 시종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YS는 최 전 의원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 위안이 된다”며 “최 전 의원이 저렇게 되지 않았으면 (정치적인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라며 알 듯 모를 듯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김실장은 전했다.
YS가 최 전 의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 97년 3월11일 최 전 의원이 쓰러진 뒤 8일 만인 3월19일 서울대병원으로 찾아가 위문했고, 그해 12월22일 당시 종로구 구기동에 있던 최 전 의원의 집을 방문해 위로한 적이 있었다. YS는 왜 최 전 의원을 찾아간 것일까. 단순히 안부가 궁금해서였을까. 그러나 상도동의 설명과 달리 정치권에서 보는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정치적인 시기 선택에 탁월한 YS가 이 시점에 최 전 의원을 찾은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
YS의 최 전 의원 전격 방문과 맞물려 요즘 민주계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산악회(약칭 민산) 한 관계자는 “머지않은 시기에 YS와 최 전 의원이 민주산악회를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민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 관계자의 언급은 단순한 전망을 뛰어넘는 수준. 민산 방문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구체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시기 선택이 문제일 뿐 방문 원칙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의원의 민산 방문은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산’ 하면 곧 최형우를 떠올릴 정도로 최 전 의원은 민산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민산 방문은 조직 재건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안팎에 알리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 YS의 최 전 의원 전격 방문은 이런 맥락에서 민산 재건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산의 또 다른 관계자도 “민주계로 분류할 수 있는 현역의원들을 따져보니 26명”이라며 이미 어느 정도 재건과 관련한 구상을 끝마쳤음을 암시했다. 그는 “올 10월쯤 대대적인 산행을 갖는 것을 기점으로 각 시-도 지부 건설을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도동 사정에 밝은 한 민주계 인사도 “민산 재건의 관건은 돈, (YS의) 의지, 현역의원의 합류 등 세 가지”라며 “김 전 대통령은 한번 제대로 민산을 복원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상도동에서는 한나라당 민주계 현역의원들을 민산에 합류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운영하는 ‘21세기 통일산악회’(약칭 통일산악회)와 민산의 통합론도 나온다.
‘통일산악회’는 93년 민산이 해체된 뒤 민산 간부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6월회’ 모임이 모태가 돼 98년 가을 김의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악회. 현재 회장은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이 맡고 있지만 중추 세력은 역시 과거 민산 사람들이다.
민산의 한 관계자는 “민산의 산행에 참가한 통일산악회 핵심 인사들이 ‘인적 구성도 비슷하니 아예 통합하는 게 어떠냐’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통일산악회 관계자도 “회원들 사이에 그런 얘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일산악회는 자신들이 민산과 경쟁하는 모양새로 비칠까봐 산행도 취소하는 등 민산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민산을 제대로 재건하려면 두 단체를 통합해 김의원 등 현역의원을 회장으로 해야 힘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통합 문제는 역시 YS와 김의원이 최종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다.
상도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계 주변의 이런 움직임은 “YS가 민주계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YS가 최형우-김덕룡이라는 양대 축을 복원, 장기적으로 과거의 민주계를 하나의 단일세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는 것.
YS가 올 여름 휴가지를 부산으로 결정한 것도 심상치 않게 보인다. YS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올 여름 휴가를 7월17일부터 4박5일간 부산에서 보내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YS가 이렇게 오랫동안 부산에 머무르는 것은 퇴임 이후 처음이다. 자신의 부산행이 어떤 정치적 해석을 낳을지 잘 알고 있을 YS가 굳이 부산으로 휴가지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측근은 “현지 민심도 살펴보는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장기 구상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휴가 기간 YS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등 활달한 행보를 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친이회창’으로 기울었던 한나라당 민주계 인사들에게도 변화 기류가 엿보인다. 7월5일 저녁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는 박관용 의원 초청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출신 의원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강인섭 김무성 박종웅 이병석 김영춘 이성헌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박의원측은 “상도동과 아무 관계없이 이루어진 의례적인 식사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느닷없이 “이회창 총재가 만나서 당당하게 얘기했으면 물러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말도 없이 서청원 의원을 내세워 박의원 이미지를 구겨놓았다”며 지난 6월2일 있었던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등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친이회창’ 노선에서 별 실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 등으로 박의원측 기류가 과거와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가에서는 김덕룡 의원과 함께 원내 민주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박의원이 ‘민주계 중진’으로서 활로를 찾기 위해 앞으로 YS와 좀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휴가철의 하한 정국에서도 YS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의 물밑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6월2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최형우 전 의원의 집 앞. YS가 김기수 수행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제.”
YS는 대문 앞까지 마중나온 최 전 의원과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김실장은 “두 분은 손을 맞잡고 놓을 줄 몰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최 전 의원의 손에 이끌려 응접실에 들어간 YS는 최 전 의원의 부인 원영일 여사도 함께한 가운데 차를 마시며 한 시간 가량 밀린 정담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최 전 의원의 건강 상태, 과거 함께 활동했던 시절 등의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실장은 “최 전 의원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니 한번 가보자고 해 6월20일쯤 일정을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YS에게 손명순 여사의 안부를 묻는 등 어투가 약간 불분명한 것 말고는 시종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YS는 최 전 의원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 위안이 된다”며 “최 전 의원이 저렇게 되지 않았으면 (정치적인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라며 알 듯 모를 듯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김실장은 전했다.
YS가 최 전 의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 97년 3월11일 최 전 의원이 쓰러진 뒤 8일 만인 3월19일 서울대병원으로 찾아가 위문했고, 그해 12월22일 당시 종로구 구기동에 있던 최 전 의원의 집을 방문해 위로한 적이 있었다. YS는 왜 최 전 의원을 찾아간 것일까. 단순히 안부가 궁금해서였을까. 그러나 상도동의 설명과 달리 정치권에서 보는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정치적인 시기 선택에 탁월한 YS가 이 시점에 최 전 의원을 찾은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
YS의 최 전 의원 전격 방문과 맞물려 요즘 민주계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산악회(약칭 민산) 한 관계자는 “머지않은 시기에 YS와 최 전 의원이 민주산악회를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민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 관계자의 언급은 단순한 전망을 뛰어넘는 수준. 민산 방문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구체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시기 선택이 문제일 뿐 방문 원칙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의원의 민산 방문은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산’ 하면 곧 최형우를 떠올릴 정도로 최 전 의원은 민산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민산 방문은 조직 재건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안팎에 알리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 YS의 최 전 의원 전격 방문은 이런 맥락에서 민산 재건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산의 또 다른 관계자도 “민주계로 분류할 수 있는 현역의원들을 따져보니 26명”이라며 이미 어느 정도 재건과 관련한 구상을 끝마쳤음을 암시했다. 그는 “올 10월쯤 대대적인 산행을 갖는 것을 기점으로 각 시-도 지부 건설을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도동 사정에 밝은 한 민주계 인사도 “민산 재건의 관건은 돈, (YS의) 의지, 현역의원의 합류 등 세 가지”라며 “김 전 대통령은 한번 제대로 민산을 복원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상도동에서는 한나라당 민주계 현역의원들을 민산에 합류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운영하는 ‘21세기 통일산악회’(약칭 통일산악회)와 민산의 통합론도 나온다.
‘통일산악회’는 93년 민산이 해체된 뒤 민산 간부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6월회’ 모임이 모태가 돼 98년 가을 김의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악회. 현재 회장은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이 맡고 있지만 중추 세력은 역시 과거 민산 사람들이다.
민산의 한 관계자는 “민산의 산행에 참가한 통일산악회 핵심 인사들이 ‘인적 구성도 비슷하니 아예 통합하는 게 어떠냐’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통일산악회 관계자도 “회원들 사이에 그런 얘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일산악회는 자신들이 민산과 경쟁하는 모양새로 비칠까봐 산행도 취소하는 등 민산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민산을 제대로 재건하려면 두 단체를 통합해 김의원 등 현역의원을 회장으로 해야 힘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통합 문제는 역시 YS와 김의원이 최종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다.
상도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계 주변의 이런 움직임은 “YS가 민주계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YS가 최형우-김덕룡이라는 양대 축을 복원, 장기적으로 과거의 민주계를 하나의 단일세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는 것.
YS가 올 여름 휴가지를 부산으로 결정한 것도 심상치 않게 보인다. YS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올 여름 휴가를 7월17일부터 4박5일간 부산에서 보내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YS가 이렇게 오랫동안 부산에 머무르는 것은 퇴임 이후 처음이다. 자신의 부산행이 어떤 정치적 해석을 낳을지 잘 알고 있을 YS가 굳이 부산으로 휴가지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측근은 “현지 민심도 살펴보는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장기 구상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휴가 기간 YS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등 활달한 행보를 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친이회창’으로 기울었던 한나라당 민주계 인사들에게도 변화 기류가 엿보인다. 7월5일 저녁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는 박관용 의원 초청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 출신 의원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강인섭 김무성 박종웅 이병석 김영춘 이성헌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박의원측은 “상도동과 아무 관계없이 이루어진 의례적인 식사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느닷없이 “이회창 총재가 만나서 당당하게 얘기했으면 물러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말도 없이 서청원 의원을 내세워 박의원 이미지를 구겨놓았다”며 지난 6월2일 있었던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등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친이회창’ 노선에서 별 실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 등으로 박의원측 기류가 과거와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가에서는 김덕룡 의원과 함께 원내 민주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박의원이 ‘민주계 중진’으로서 활로를 찾기 위해 앞으로 YS와 좀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휴가철의 하한 정국에서도 YS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의 물밑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