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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CFRA는 2018년 22조 원이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1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채식인구 수의 증가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약 150만 명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비거노믹스’(veganomics·채식주의자를 칭하는 비건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친 신조어)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곳은 역시 식품업계다. 최근 농심은 식물성 대체육 등을 판매하는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대체육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달걀 대신 기능성 콩을 사용해 만든 마요네즈 ‘해빗 건강한 마요’와 식물성 대체육 ‘고기 대신’ 시리즈를 내놓았다. 롯데리아는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선보였다. 롯데푸드는 2019년 채식 브랜드 ‘제로미트’를 출시한 바 있다.
150만 채식인구의 입맛을 잡아라
‘베지가든’은 농심에서 내놓은 비건 식품 브랜드다. [동아DB]
유통업체들도 비건 식품 유통에 적극적이다. 이마트는 전국 28개 점포에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냉동식품 등 다양한 비건 식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채식주의존’을 도입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잠실점 식당가에 비건 식당 ‘제로비건’을 오픈했다.
편의점업계도 비건 제품 판매에 나섰다. GS25는 모든 양념과 제품에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비건 떡볶이’ 2종, CU는 콩불고기와 단호박조림 등으로 구성된 ‘채식주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제 ‘가성비’ ‘가심비’를 넘어 제품이 가진 또 다른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 간편식에도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푸드마켓도 비건 식품 유치에 열심이다. 마켓컬리는 2016년부터 ‘채식 테마관’을 운영하는 등 시중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비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2019년 업계 최초로 비건존을 도입, 약 200종의 비건 제품을 판매 중이다.
뷰티·패션업계도 ‘비건’이 화두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뷰티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왼쪽)와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LF는 2019년 대기업 뷰티 브랜드 최초로 비건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론칭했다. 이 제품은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으로부터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원료와 용기 등에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6월 비건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모든 제품에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실용주의 화장품을 지향한다.
패션 분야에서도 모피와 가죽을 식물성 소재로 대체하는 ‘비건 패션’이 뜨거운 화두다. 대기업 중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구호, 빈폴 등의 브랜드에서 페이크 퍼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임지영 삼성패션연구소 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기업에게 거스를 수 없는 시류가 됐다”며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 추구와 함께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