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닥터 김명철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개에게 산책이 있다면 고양이에겐 사냥놀이!

귀엽다고? 덩치는 작아도 엄연한 ‘사냥꾼’

  • | 수의사·백산동물병원 원장 grrvet@naver.com

    입력2018-07-17 11:16:4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개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대표적인 솔루션이 산책이다. 고양이의 문제 행동에도 이에 비견될 만한 중요한 솔루션이 있는데, 바로 사냥놀이다. 사냥놀이는 고양이의 본능을 자극하고 충족해준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물론, 보호자와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아가 다묘가정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사냥놀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의 본능을 충족해줘야만 정신적 건강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야생 고양이가 하루 활동시간을 대부분 사냥에 소비하는 것과 달리, 집 고양이는 사냥시간이 10% 미만이거나 거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격성 증가, 무기력과 비만, 다른 고양이와 다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고양이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솔루션으로 사냥놀이는 필수적이다.

    고양이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솔루션으로 사냥놀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냥놀이도 보호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고양이가 더는 흥미를 못 느껴 오히려 문제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보호자가 알아야 할 올바른 사냥놀이 방법을 소개한다.


    한 번에 많이? 매일 10~15분씩 자주!

    보호자가 직접 주관하는 사냥놀이는 매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 자란 고양이의 경우 최소 하루 30분 이상 해야 한다. 어린 고양이는 더 활동적이기 때문에 그 2배인 1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또한 한 번 오래 놀아주기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조금씩 분할해 놀아주는 것이 좋다. 이는 야생 고양이가 하루 7~8회 사냥을 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사람의 생활패턴을 고려한다면 출근 전, 퇴근 후, 잠들기 전 3회 정도 10~15분씩 놀아주면 된다.

    똑같은 사냥감은 지루해~

    고양이가 질려할 때까지 한 가지 도구만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린 고양이는 움직이는 물체가 무엇이든 크게 반응하고 신나게 노는 데 반해, 다 자란 고양이는 반응이 시들해진다. 이는 고양이의 호기심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한 가지 장난감을 지겨워할 때까지 사용한 것도 원인이다. 



    야생 고양이는 동일한 사냥감을 반복해 잡지 않는다. 쥐, 새, 날벌레 등 다양한 생물이 사냥시간에 눈앞에 나타나 여러 방법으로 고양이를 자극한다. 이와 비슷한 환경을 마련해주려면 어려서부터 요일별 장난감을 준비해 놀아주는 것이 좋다. 참고로, 장난감이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은 고양이의 호기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므로 사냥놀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는 고양이가 장난감을 뜯어 먹는 것을 예방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사냥놀이에도 기승전결을!

    도구가 준비됐다면 어떻게 놀아주는지도 중요하다. 적절한 강약 조절이 필요한데, 야생에서 사냥감의 실제 움직임을 따라 하면 된다. 처음에는 고양이에게 장난감을 노출시켜 시각적 자극을 주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움직임을 반복한다. 고양이가 사냥 직전 동공이 확장되고 자세를 낮추면 사냥도구에 폭발적인 움직임을 줘 사냥감을 뒤쫓게 한다. 한동안 고양이가 신나게 뛰어다니면 사냥감을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상황을 연출하고, 한두 번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한 후 빠르게 떨어지는 움직임을 만든다. 타격을 받은 사냥감이 쓰러지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순간에는 고양이가 앞발로 장난감을 깔아뭉개거나 입으로 물고 옮기는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한 후 사냥놀이를 끝낼 때는 반드시 먹을거리로 보상해 야생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냥의 최종 목표는 결국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사냥놀이를 하다간 큰일 날 수도

    고양이와 사냥놀이를 하는 사람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어린 고양이는 워낙 작은 움직임에도 잘 반응하기 때문에 맨손으로 놀아줄 때가 많다. 이렇게 손으로 놀아주는 과정이 반복될 경우 놀이에 대한 공격성이 생겨 다 자란 후에도 사람 손만 보면 달려들고 물어뜯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습관이 생긴 상태라면 달려드는 고양이에게 손을 보이지 말고 바로 무시한 뒤 장소를 피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완전히 고쳐지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이미 사냥놀이에 흥미를 잃었다면? 굶겨라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냥놀이를 제안하면 꽤 많은 사람이 “우리 집 고양이는 장난감에 반응하지 않아요. 장난감을 흔들면 고개만 잠깐 왔다 갔다 하고 쳐다보지도 않아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러나 고양이가 처음부터 사냥놀이에 관심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각하게 아프거나, 놀이 없이 방치됐거나,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사냥놀이를 해 흥미를 잃은 것뿐이다. 이런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다시 깨우려면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을 보여주고 그중 반응이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 이어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사료 급여량을 평소의 80% 정도로 줄인다. 배가 고픈 고양이가 사냥놀이에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보상(간식)을 줌으로써 ‘사냥놀이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라는 개념을 다시 심어준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