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탤리언 그레이 하운드 준이와 함께 IFC몰을 둘러봤다.
있다. 최근 생겼다. 서울 여의도 IFC몰.
“IFC몰은 원래 반려견이랑 같이 들어갈 수 없었는데?”
아니다. 최근에 바뀌었다. 올해 5월 중순 시범운영을 거친 끝에 6월부터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문화공간이 됐다. 이전까지는 쇼핑몰에서 반려견과 함께 식사하거나 쇼핑하는 ‘몰링’을 즐기려면 경기도에 있는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이나 고양까지 가야 했는데, 이제 서울 시내 쇼핑몰 가운데 처음으로 IFC몰에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IFC몰은 식당가(L3층)를 제외하고 무인양품, 영풍문고, COS 등 60여 개 매장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을 즐길 수 있다. IFC몰 측은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매장과 반려동물을 넣는 캐리어를 지참했을 때 동반 출입할 수 있는 매장을 정리해 입구에 노란 스티커로 표시해뒀다.
6월 19일 IFC몰로 향했다. 이곳에 문을 열었다는 프리미엄 펫숍 ‘비쇼네’도 궁금했다. IFC몰 입구에 노란색 배경의 안내문이 보였다. ‘어서오시개 놀다가시개’라는 문구와 ‘IFC몰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반려동물 전담 인력 고용
IFC몰에 문을 연 프리미엄 펫숍 ‘비쇼네’. 포메라니안 곰이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오른쪽). 매장 곳곳에 반려견 출입 가능 여부가 표시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건물 안팎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마크는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반려동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곳, 들어갈 수 없는 곳, 캐리어와 함께라면 들어가도 되는 곳 등이 스티커로 표시돼 있었다. 문에 붙은 안내문을 읽는 동안 푸들 두 마리를 데려온 한 중년 여성이 쇼핑을 마치고 몰에서 나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반려동물 산책 존이 된 모양이었다.
바닥에는 귀여운 강아지 발자국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고 계단까지 이어졌다. 그 앞에는 ‘펫 가이드’ 외에도 ‘반려견 위생봉투’가 놓인 안내판이 있었다. 위생봉투 사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하나 열어서 살펴보니 무상으로 제공되는 제품임에도 질이 좋았다. 위생봉투는 청소원들이 수시로 돌며 다시 채워 넣는다. 가이드를 한 장 챙겨 들고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현재 IFC몰에서 반려견과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매장은 디초콜릿과 홉슈크림, 웻즐스 프레즐, 그라놀로지, 스무디킹(L1층), 커피빈(L2층), YG Republique(Three IFC) 등이다. 러쉬, 더 일마, 알도, 데상트, 망고, 더바디샵은 반려견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베네피트, 록시땅, 오이쇼, 유니클로, 프리스비, 준오헤어 등 기타 몇몇 매장은 캐리어를 지참하면 출입이 가능하다. 반려견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매장은 물건 진열대가 높거나 털이 날려도 지장 없는 제품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
펫티켓은 옵션 아닌 필수
‘비쇼네’에서는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을 쇼핑하면서 반려견 미용 및 스파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안내문이 있었지만 터치스크린 안내판으로는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이 어디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온 고객을 위해 ‘반려동물용 IFC몰 지도’를 엽서처럼 만들어 상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FC몰 관계자는 “앞으로도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도에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매장을 눈에 띄게 표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랑 종종 IFC몰에 놀러 가는데, 이번에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너무 큰 개가 갑자기 달려들지는 않을까 싶어 무서워.”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해진 IFC몰’을 취재하러 간다고 하자 ‘워킹맘’ 선배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IFC몰 측은 “반려동물로 생길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전담 인력을 새로 뽑아 각 층에 배치했다. 반려동물이 큰 소리로 짖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할 경우 이들이 제지하고 내보내는 등 안내하는 역할을 도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FC몰에서 쇼핑하다 강아지가 그려진 샛노란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바로 그들이다.
반려견의 돌발행동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면 견주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용객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반려견은 쇼핑몰에서 ‘아웃’이다. 건물이나 시설물을 반려견이 훼손할 경우에도 견주가 배상해야 하니 본격적으로 쇼핑하기 전 지갑만큼이나 두둑한 펫티켓을 챙겨야 한다.
프리미엄 펫숍 ‘비쇼네’도 입점
곰이에게 ‘비쇼네’에서 파는 액세서리를 코디해봤다.
입구에 있는 흰둥이 세 마리가 시선을 강탈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기자도 모두 유리벽 앞에 붙어 솜사탕 같은 귀여운 비숑프리제(비숑)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하염없이 구경했다. 446㎡ 규모의 ‘비쇼네’는 서울 은평구에서 IFC몰로 이전 오픈한 매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애견 전용 스파와 비숑 전문 미용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6월 15일 문을 열어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변신 중인 반려견과 대기하는 반려견 덕에 내부가 북적였다. 단골이 많아 매장을 이전하면서 넘어온 손님도 많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지인은 “비숑은 털이 얇고 가늘어 관리가 까다롭다. 미용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개보다 미용비도 비싸고 예쁘게 자르기도 어려운데, 그걸 잘해서 유명해진 곳”이라고 이곳의 명성을 잘 모르는 기자에게 설명해줬다.
‘비쇼네’는 반려견의 피모 관리를 위한 아로마 목욕 및 아로마 세러피, 스톤 마사지 등 전용 스파 시설을 갖췄으며 총 8가지의 스파 코스가 있다. 요금은 비숑과 푸들, 포메라니안 같은 중소형견이 목욕 3만~11만 원 선, 가위컷 11만~20만 원 선이다.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자 미용을 받는 동안 유리창을 통해 견주와 교류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매장 관계자는 “오픈을 기념해 7월 15일까지 애견 스파 전 라인 10%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애견 미용 이용 고객에게는 선착순으로 에코 클러치를 증정한다”고 말했다.
IFC몰 디초콜릿 매장에서 포메라니안 곰이와 카페놀이를 했다(왼쪽). IFC몰 곳곳에 배치된 위생봉투.
스파 받는 반려견, 영화 보는 견주
IFC몰에서 반려견을 맡기고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려면 애견 놀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비쇼네’에서는 전문 미용사들이 비숑프리제와 중소형견의 미용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영화관이나 식당처럼 반려동물 동반 출입 불가 매장의 경우 반려견을 맡길 수 있는 애견 놀이터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의 1시간 이용료는 5000원. 추가 시간당 드는 요금은 2000원이다. 단, 12개월 미만 강아지는 5차 접종이 끝난 경우에만 가능하다. 수컷은 중성화가 필수고, 매너 벨트를 해야 한다. 매너 벨트가 없다면 현장에서 1000원에 살 수 있다.
이날 기자는 지인의 강아지와 함께 IFC몰을 찾았다. 6세인 포메라니안 ‘곰이’와 1세인 이탤리언 그레이하운드 ‘준이’. 강아지들이 워낙 예뻐 기사 사진의 반은 먹고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한 게 처음이었는데,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지 준이가 신나서 뛰어다니는 통에 그야말로 강제로 폭풍 윈도쇼핑을 했다. 곰이는 캐리어에 앉아 열심히 뛰어다니는 우리를 달관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6세 어르신의 위엄이란 이런 것인가.
IFC몰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유공간이 많았다. 기자도 한쪽에 자리 잡고 곰이, 준이와 함께 열심히 운동한 자신에게 상을 주고자 디초콜릿 매장에서 ‘스트로베리 캐비어 쉐이크’(4200원)를 주문했다. 옆에서 곰이가 먹고 싶은지 혀를 날름거렸다. ‘비쇼네’ 매장에서 팔던 반려견을 위한 ‘바나나 당근 쉐이크’(3000원)라도 사올걸 싶었다. 목을 축이고 얌전히 포즈를 취해준 예쁜 모델들과 인사하며 취재를 마무리했다. 옷은 털투성이가 됐지만 귀여운 강아지들 덕에 힐링이 됐다.
저녁 약속도 일부러 IFC몰에서 잡았다. 얼마나 많은 반려견이 이곳을 찾는지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이 되자 유동인구가 늘었고 반려견과 함께 IFC몰을 찾은 고객도 많이 보였다. 오히려 몇몇 견공은 어린아이보다 점잖아 보였다. 이날 기자가 살펴본 반려견들은 색다른 장소에서 주인과 이색 데이트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 이제 IFC몰은 반려인구를 위한 핫플레이스 외에도 또 다른 사람들의 핫플레이스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바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못해도 한 번은 쓰다듬어주고 싶은 기자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핫플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