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브노쥬 샴페인 하우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호텔로도 이용되고 있다(왼쪽). 샴페인 드 브노쥬의 숙성실. [사진 제공 · ㈜와이넬]
샴페인 드 브노쥬는 1837년 스위스 귀족 앙리마르크 드 브노주(Henri-Marc de Venoge)가 프랑스 에페르네(Epernay)에 설립했다. 왕실과 귀족에게 인기가 많았던 드 브노쥬는 샴페인 역사에 몇 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샴페인 이름만 간단히 적던 당시 관행과 달리 드 브노쥬는 붉은 동그라미 안에 샴페인 병 두 개를 그려 넣은 일러스트 레이블을 맨 처음 선보였다.
1850년대에는 독특한 병 모양을 내놓았다. 당시 와인은 필터링이 발달하지 못해 찌꺼기가 많았다. 귀족들은 와인 병을 세워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크리스털 카라페(carafe · 물이나 와인을 담는 유리병)에 옮겨 마셨다. 드 브노쥬는 그런 수고를 덜고자 아름다운 카라페 스타일의 병에 샴페인을 넣어 출시했다. 풍성한 치마폭 같은 병 디자인은 고급스럽기도 하지만 널찍한 아랫부분에 찌꺼기가 고여 편리했다고 한다.
이 샴페인이 바로 드 브노쥬를 대표하는 프린스(Princes)다. 프린스는 원래 오랑주공국의 대공들(Princes of Orange)을 위해 특별히 만든 샴페인이지만 1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는 프린스 시리즈 가운데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과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가 수입되고 있다.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블랑, 프린스 블랑 드 누아, 루이 15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와이넬]
드 브노쥬가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은 ‘루이 15세’다. 포도가 월등히 잘 익은 해에만 생산되는 이 샴페인은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르를 절반씩 섞어 만든다. 샴페인 안에 농익은 과일향, 은은한 미네랄향, 고소한 견과류향이 잘 어우러져 있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를 듣는 느낌이다. 섬세한 기포가 만들어내는 매끄러운 질감이 매력적인데, 10년 동안 병 숙성을 거치면서 미세해진 기포가 샴페인에 충분히 녹아든 결과다. 루이 15세의 최신 빈티지가 2006년산인 이유도 오랜 병 숙성 때문이다.
샴페인은 테이블을 화사하게 장식하는 술이다. 드 브노쥬처럼 아름다운 샴페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눈부신 5월, 부모나 스승을 모시고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는 자리에 드 브노쥬를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