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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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 되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3-28 12: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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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를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의 저서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프랑스어 원제는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다. 아탈리에 따르면 자기 자신 되기는 “다른 사람의 불확실한 행동은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배하는” 것이다. 왜 자기 자신인가. “우리는 이미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곳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이제 각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란다. 국가나 지도층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잘라버린다. 정치인은 선심성 정책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궁리만 하고, 기업 대표는 주주들에게 점수 딸 생각에 오로지 분기별 이윤만 추구한다. 사실상 그들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 이대로 가면 전 세계의 ‘소말리아화’라는 끔찍한 결과만이 기다릴 뿐이다. 교육도 믿을 수 없다. 현대 교육 시스템은 기존 사회를 재생산하는 데 급급하다.

    아탈리는 철학자 파스칼의 주장을 빌려 “우리 인생이 출생의 조건과 죽음의 제약으로 둘러싸인 감옥 안에서 전개”되는 것이라면 “감옥의 벽을 넓게 확장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 많은 사람이 체념 속에서 일생 동안 남들이 정해준 모습대로 살아가거나 우연히 정해진 삶을 살아간다.  아탈리는 이 책 마지막 장에서 ‘자기 자신 되기 5단계’를 제안한다. 첫 번째, 인간이 처한 상황과 주변 상황,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삶에 가해진 속박과 한계를 파악하라. 두 번째,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중받게 하라. 세 번째, 자신의 고독을 인정하라.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 네 번째, 자신의 삶이 유일한 것이며 누구도 보잘것없는 존재로 낙인찍히지 않을 자격이 있고, 각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다섯 번째, 이렇게 하면 마침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다.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도 결국 ‘자기 자신 되기’다. 서문에서 저자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스스로 질문하며 괴로워할 때마다 ‘공부하는 나’는 조금씩 다른 해답을 내놓았다”고 썼다. 그에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내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내 삶을 설계하는 것”이며,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문제가 주는 고통에 짓눌려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지 못한 나약한 나를 발견한다”고 했다. 저자는 문학, 철학, 역사, 심리학, 신화학 등 인문학이란 화두를 짊어지고 세상 모든 것과 목마른 대화를 꿈꾸는 ‘공부하는 나’를 통해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 결국 모든 것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된다.



    호모 주리디쿠스
    손병석 지음/ 열린책들/ 256쪽/ 1만5000원

    1841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윌리엄 브라운호 사건은 구명정에 탄 다수를 살리고자 12명의 사람을 골라 바다 밖으로 던진 승무원 홈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저자는 이처럼 구체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과 행위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필자로 참여하는 열린책들 ‘석탑 교양 총서’ 첫 책.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
    리처드 번스타인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672쪽/ 3만3000원

    1945년은 중국이 아편전쟁(1840) 이후 100년간 이어진 굴욕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해로 기억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사를 전공하고, 80년 베이징에 ‘타임’ 지국이 개설됐을 때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45년 전후 미국으로 타전된 방대한 중국발(發) 보고서를 분석해 한 편의 정치 외교 드라마를 구성했다. 45년 마오쩌둥의 중국 혁명과 미국의 치명적인 선택이 오늘날 G2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6일 전쟁 50년의 점령
    아론 브레크먼 지음/ 정회성 옮김/ 니케북스/ 640쪽/ 2만5000원

    이스라엘 출신으로 1982년 레바논전쟁에 참전했던 저자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기술한 것 자체가 매국노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한 1967년 ‘6일 전쟁’ 이후 50년 가까이 계속된 폭력의 악순환을 종식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 공존에 합의하도록 국제사회가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성, 두뇌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
    로빈 던바·클라이브 갬블·존 가울렛 지음/ 이달리 옮김/ 처음북스/ 336쪽/ 1만7000원

    영국학술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연구(2003~2010) 주제는 ‘루시에서 언어까지 : 사회적 뇌의 고고학’이었다. 진화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참여한 이 연구는 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인간이 침팬지와 다른 존재로 진화한 결정적 단서로 ‘사회성’을 꼽는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은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환경과 맞닥뜨렸고, 그렇게 형성된 ‘사회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카터 핍스 지음/ 이진영 옮김/ 김영사/ 424쪽/ 1만7000원

    ‘알파고 쇼크’ 이후 인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인간은 어떻게 창조하는 존재가 됐는가, 인간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진화의 목적지는 어디인가를 탐색한 책. 유전자 중심에서 벗어나 과학, 의식, 문화, 영혼을 아우르는 진화과정을 조명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진화 과학자부터 종교인까지 소위 ‘진화 혁명가’라 부르는 많은 이를 인터뷰했다.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
    한희철 지음/ 꽃자리/ 368쪽/ 1만5000원

    옛 어른들 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석 달 가뭄 끝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먼지를 적실 때 나는 냄새’라고 한다. ‘시루에 물을 채워도 사람 욕심은 못 채운다’ ‘좋은 목수한테는 버리는 나무가 없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고 가을비는 떡비고 겨울비는 술비다’와 같이 일상에서 건져 올린 촌철살인의 표현 197개와 반보기, 겉볼안처럼 생소한 우리말 29개에 대한 해설 및 교훈을 담았다.




    논어, 학자들의 수다
    김시헌 지음/ 더퀘스트/ 368쪽/ 1만6000원

    자로, 안회, 자공, 여무, 증삼, 재아, 자하, 자장, 민자건, 주웅, 원헌, 유약. 모두 공자의 제자였지만 나이가 다르고 신분도 다르고 출신 지역도 달랐다. 누군가는 학문이 깊었고, 누군가는 용맹했으며, 어떤 이는 공자를 닮고 싶어 했고, 어떤 이는 공자를 존경했지만 일정한 거리를 뒀다. 저자는 공자의 대표 제자 12명의 삶을 재구성하고 그들과 공자의 ‘관계’ 속에서 ‘논어’의 가르침을 해석했다.





    빈티지 오디오 가이드
    김상도 지음/ 창해/ 336쪽/ 2만5000원

    웨스턴일렉트릭, 알텍, JBL, 탄노이, 로하스, 마란츠. 흔히 ‘빈티지 오디오’라 부르는 이 명기들은 1930년대부터 디지털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80년대 이전까지 생산품을 가리킨다. 빈티지 기기들은 광고를 하지 않아 입문자가 제품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블루문 오디오’ 운영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디오 기본 상식부터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별 특성, 장르별 기기 추천, 증상별 간단한 자가 수리법 등을 소개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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