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9

2022.12.16

한국 상륙하는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한판 승부

국내 시장 선점한 삼성페이, 위드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 호재 애플페이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2-12-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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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론칭한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왼쪽)와 ‘삼성페이’ 사용 모습. [삼성전자 제공]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론칭한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왼쪽)와 ‘삼성페이’ 사용 모습.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많은 사람이 자주, 오래 사용하는 시장 선두주자를 ‘킬러앱’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대표적인 킬러앱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킬러앱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카카오, 네이버,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의 작품이라는 것. 반면 한국 ‘국가대표’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이렇다 할 킬러앱을 내놓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페이, 세계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0%까지 성장 전망

    글로벌 킬러앱 분야 강자는 애플이다. 아이폰엔 애플이 만든 킬러앱이 여럿 있다. 애플뮤직,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사파리, 팟캐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애플은 아이폰을 플랫폼 삼아 경쟁력 있는 킬러앱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효자 상품 구실을 톡톡히 하는 게 스마트폰 간편결제 앱 애플페이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미국, 영국, 일본 등 40여 개국에서 3억 명이 사용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애플페이를 사용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생체인식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고, 메시지 송금이나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애플페이는 2019년 4분기 이미 연간 결제량 150억 건을 달성했으며 이후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리서치업체 ‘쿼츠’에 따르면 2020년 2월 전 세계 신용카드 거래액의 5%가 애플페이로 결제됐다. 쿼츠는 애플페이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이 4년 후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미국에서 애플은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애플카드’라는 실물 카드도 출시했다.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없는 일부 가맹점에선 애플카드로 결제하고 애플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금융서비스를 통한 매출 포트폴리오 강화의 일환이다.

    애플페이가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결제 편의성이다. 비접촉식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단말기 앞에 가져가면 즉시 결제된다. 사용자 간 송금도 손쉽고 안전하다. 아이폰의 ‘앱 클립’이라는 기능을 활용하면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애플페이를 통한 사용자 인증이 쉽게 이뤄진다. 그 덕에 공유킥보드나 개인 간 중고거래 등 오프라인 결제도 용이하다. 기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처럼 정형화된 결제가 아닌, 사용처 특성과 용도에 맞는 결제 유연성을 보장한다는 게 애플페이의 강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유의 킬러앱을 애플만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공고한 킬러앱으로 성공시킨 것이 2015년 론칭한 삼성페이다. 삼성페이의 강점은 NFC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접촉식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와 호환되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갤럭시폰을 기존 카드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신용카드를 긁는 것처럼 결제가 이뤄진다. 가게에 NFC 단말기가 없으면 사용 불가능한 애플페이에 비해 삼성페이의 범용성이 한 수 위다. 국내 신용카드사 처지에선 삼성페이 측에 건별로 간편결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국내 은행권과 카드업계가 적극 지원하면서 삼성페이는 국내 대표 킬러앱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페이는 ‘본체’라 할 수 있는 갤럭시폰과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삼성페이의 편리함 때문에 갤럭시폰을 사용한다는 사람이 적잖을 정도로 경쟁사 애플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파는 시대 끝났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자사 차량 충전기 ‘슈퍼차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 내 결제 시스템을 출시했다. [GETTYIMAGES]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자사 차량 충전기 ‘슈퍼차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 내 결제 시스템을 출시했다. [GETTYIMAGES]

    그렇다면 글로벌 공룡 앱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애플 측이 신청한 애플페이 서비스 약관 심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NFC 결제 단말기 보급 과정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저촉 가능성 등을 추가로 검토해 승인하면 내년 초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애플은 10월부터 현대카드와 제휴해 국내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페이에 현대카드를 등록해 아이폰 비접촉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확보한 애플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은 일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정도라 삼성페이만큼 범용성은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으로 아이폰 가입자와 현대카드 발급 건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벌써부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조짐도 애플페이에 희소식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플페이 서비스의 소구력도 커질 것이다.



    이제 제조사도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팔아선 안 된다. 킬러앱을 적극 론칭해 사용자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가령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조차 간편결제 킬러앱을 내놓았다. 테슬라 차량을 구입해 전용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슈퍼차저’(테슬라 충전기)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손쉬운 차량 내 결제 시스템, 즉 ICPS(In Car Payment System)로 테슬라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간 삼성페이는 애플페이 없는 국내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을 석권해왔다. 삼성페이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애플페이의 유혹에 빠져 아이폰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적잖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한판 승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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