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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니?” 공군 중사 곁엔 아무도 없었다

국방부 검찰단, 진실 제대로 밝혀야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니?” 공군 중사 곁엔 아무도 없었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공군 중사가 6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공군 중사가 6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노모 준위가 반장인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반은 노모 상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중사, A 중사, 피해자 이모 중사, 그리고 B 하사로 이뤄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으려 5명 이상 집합을 금지했기에 제20전투비행단도 이를 따랐다. 5인 미만이면 음주를 할 수 있지만 자제하게 했다.

코로나19 속 음주회식

그런 가운데 3월 2일 노 상사가 ‘자기 밑으로’ 식 회식을 주도했다. B 하사가 자기 차로 장 중사와 이 중사를 회식 장소로 태우고 갔다. 회식은 영업 종료 시간인 밤 10시쯤 끝났다. 이때쯤 취기가 오른 사람이 있었다는 방증일 수 있다. B 하사는 두 사람을 뒷좌석에 태워 돌아갔는데, 그때 추행이 일어났다.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어떻게 나를 다시 보려고 이러느냐”며 강하게 저항했고 당시 정황이 B 하사의 차 블랙박스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후 장 중사는 이 중사의 숙소 앞에서 따라 내려 “신고를 하지 말아달라. 없던 일로 해달라”고 사정했다. 이 중사는 “신고하지 않겠다”고 대꾸했다는데, 생전 이 중사는 “장 중사가 따라올까 봐 그랬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날 출근한 이 중사는 A 중사에게 차에서 겪은 일을 토로했다. A 중사에 따르면 “이 중사는 장 중사의 추행을 신고하면 전체 인원이 방역수칙을 어긴 혐의로 징계받게 될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과거 회식 때도 성추행”

고민 끝에 이 중사는 직속상관 노 상사에게 추행당한 것을 보고했다. 이 중사의 남편이 된 이도 제20전투비행단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중사다. 남편은 “(추행 사실을 보고받은) 노 상사가 한숨을 내쉬며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니?’라고 해, 이 중사가 ‘네? 잘 못 들었습니다’라고 하자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해라…’라며 얼버무렸다고 이 중사가 말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노 상사 등이 추궁하자 장 중사는 크게 놀라 바로 “전역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반장인 노 준위가 이 중사를 따로 불러 저녁식사를 했다. 노 준위는 위무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중사의 남편은 “노 준위가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해, 이 중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나에게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라는 카톡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이 중사는 ‘과거 회식 때도 상급자가 내 엉덩이를 한 차례 때린 적이 있다. 회식 때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다들 내가 우스워 보이는 거냐’고도 했었다”고 주장한다.



이 중사가 속한 부대는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피해자에게 긴 청원휴가를 가게 했다. 3월 5일부터 군사경찰이 이 중사의 진술을 들었다. 3월 17일 파견 형식으로 장 중사를 다른 부대로 보냈다. 이와 별도로 3월 9일 공군 검찰부가 이 중사를 위해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줬다. 이 국선변호인에 대해 남편을 제외한 이 중사의 유족 측은 직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고소했다. 공군 검찰부가 선임한 이는 그냥 국선변호인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국선변호인’, 줄여서 ‘피해자국선변호인’이다. ‘성고충 전문상담관’과 함께 고소장 작성 등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한다. 그런데 고소장 제출은 군사경찰의 수사가 끝난 다음에야 가능하니,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4월 7일 군사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이 중사 건을 군검찰로 송치했다. 그러한 때 공군 법무장교이기도 한 피해자국선변호인이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와 2주간 자가격리됐다. 그 때문에 4월 20일 성고충 전문상담관이 먼저 면담했는데, 이 중사가 불안을 호소해 이 중사에 대한 군검찰 조사는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격리를 끝낸 피해자국선변호인은 4월 27일 이 중사와 통화해 면담을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5월 3일 휴가를 끝낸 이 중사도 2주간 자가격리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년 우리 군에선 800여 건, 공군만 해도 70~80여 건의 성폭력 신고가 접수된다. 추행 신고는 어느 정도 조사가 이뤄진 다음 묶어서 주(週) 단위로 각 군 총장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7일 이 중사 건은 다른 사건과 함께 공군참모총장에게 처음 보고됐다. 4월 14일에는 다른 사건과 함께 군 검찰로 송치된 사실이 보고됐다.

자가격리 기간 중 이 중사가 전출을 요청했다. 5월 14일 공군은 그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출한다고 결정했다. 자가격리가 끝난 5월 17일 피해자국선변호인과 다시 통화한 이 중사는 6월 4일 군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5월 21일 반가를 낸 그는 남편과 함께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이 사는 영외 관사로 들어갔다. 남편은 야간 근무를 나갔다 다음 날인 토요일(22일) 아침 돌아와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하고 숨진 이 중사를 발견해 신고했다.

이 중사의 사망은 지체 없이 총장에 보고됐고 주요 지휘관에게 전파됐다. 휴일 새벽 골프를 치던 제20전투비행단장과 노 준위는 소식을 듣고 귀대했다. 5월 25일 보고를 받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5월 31일 공군 검찰은 장 중사를 조사하며 그의 휴대전화를 압류했다. 6월 1일 국방부 장관은 사건 수사를 공군본부 검찰부가 아닌, 국방부 검찰단이 맡게 했다.

6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이 장 중사를 구속했다. 이튿날 이 중사 유족이 노 준위 등을 회유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날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크게 화를 내고 군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6월 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하자 대통령은 즉각 수리했다. 이 총장은 공군 역사상 가장 짧게 총장을 한 이가 됐다(지난해 9월 23일 취임해 255일 재임).

6월 5일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 검토 팀에게 “공군 여 중사 사건에 대한 메시지를 넣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으며 관련 문구를 넣게 했다. 현충일 당일 추념사에서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한 문 대통령은 국군수도병원을 찾아가 이 중사 추모소에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를 지켜본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은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대통령은 이 중사의 추모공간으로 향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대통령은 한참 머뭇거렸다” “고인의 절망, 유가족의 슬픔, 오랜 폐습을 마주한 대통령의 모습이 무겁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책임 절감해야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성추행 피해자 이모 공군 중사의 빈소를 찾았다. [사진 제공 · 청와대]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성추행 피해자 이모 공군 중사의 빈소를 찾았다. [사진 제공 · 청와대]

6월 7일 문 대통령이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체계를 만들라”고 하자, 여당은 ‘군 사법체계 개혁’에 들어갔다. 현재 국회에는 6건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데,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을 중심으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 평시에는 군사법원이 1·2심을 하고 3심만 대법원이 하게 돼 있는 현행법을 1심만 군사법원이 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정부 개정안 요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1심 군사법원의 관할지역이 5개로 광역화된다. 그에 따라 지휘관의 재량권은 크게 제한되고 군 지휘관이 재판장을 맡는 제도도 사라진다. 군이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소지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이 중사 사건과 군사법원법 개정 사이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말한 ‘병영문화 폐습’은 군에 만연한 것으로 보이는 성추행을 가리킬 테다. 재판장을 지휘관이 한다고 해서 성범죄를 ‘봐준다’고 보긴 어렵다. 현역 군인이 군 조직에 만연한 성추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책임을 절감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 문제로 비화한 안타까운 사건은 위기를 맞은 특정 세력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군 개혁 문제로까지 확대된 한 군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유야무야되지 않으려면 국방부 장관 지시로 수사를 이첩받은 국방부 검찰단이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주간동아 1293호 (p8~10)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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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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