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3

2021.01.15

배송비 절반인데 약간의 불편함쯤이야!

2000원도 안 되는 ‘반값택배’ 뜨는 이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1-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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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25가 2019년 3월 선보인 반값택배 서비스. [사진 제공 · GS25]

    GS25가 2019년 3월 선보인 반값택배 서비스. [사진 제공 · GS25]

    “이거 반값택배로 거래할게요.” 

    요즘 중고 거래 시장에서 ‘반값택배’ 서비스가 인기다. 엄밀히 말하면 물건이 ‘집’까지 배송되지는 않으니 ‘택’배는 아니다. ‘반값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GS25 편의점에서 물건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택배사를 거치면 4000~5000원은 내야 할 배송비도 반값택배를 이용하면 1600~2100원에 불과하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물건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배송비가 말 그대로 반값이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까. 전국에 깔린 GS리테일 편의점망 덕이다. GS리테일은 2018년 물류전문회사 GS네트웍스를 출범했다. GS네트웍스는 전국 GS25와 GS더프레시, 랄라블라를 비롯해 자체 택배 서비스인 반값택배의 운송을 담당한다. 전국 점포에 매일 물건을 공급하다 보니, 공휴일에는 대체로 배송이 이뤄지지 않는 기존 택배사와 달리 공휴일에도 물건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기자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0차례 반값택배 서비스를 이용했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에 눈을 돌리게 된 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서비스로 물품을 거래하면서부터다. 주로 1만 원 미만의 저렴한 물건을 사거나, 비싼 택배비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반값택배 배송을 먼저 요구해왔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GS25 편의점택배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택배 예약 신청을 하면 끝. 편의점에 있는 기계에서 정보를 입력할 수도 있지만, 터치패드가 불편하니 배송지를 미리 입력해두는 게 편하다. 택배 보낼 물건을 꼼꼼하게 포장해 반값택배를 접수할 수 있는 기계가 있는 GS25 편의점에서 무게를 재고 송장을 붙여 계산하면 된다.




    이용 쉽고 저렴한 게 장점

    포스트박스가 설치된 편의점에서 반값 택배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포스트박스가 설치된 편의점에서 반값 택배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반값택배는 저렴한 대신 배송 기간이 일반 택배보다 오래 걸리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써보니 폭설이 내렸거나 연휴가 낀 걸 제외하면 배송 속도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도 배송 및 수거가 이뤄지니 주말에 보내는 물건은 일반 택배보다 오히려 빠르게 배송되기도 했다. 지방에 보낼 택배 4개를 접수했는데 총 8200원밖에 나오지 않아 ‘가성비’가 좋다고 느꼈다. 자체 앱에서 매일 출석 체크를 하면 100~200원 할인 쿠폰도 받을 수 있어 조금 부지런하다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GS25가 지난해 반값택배를 이용한 고객 5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의 87.7%는 여성이었다. 일반 택배의 여성 이용자 구성비가 59.2%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 여성 이용자의 연령대별 구성비는 10대 16.4%, 20대 33.2%, 30대 26.3%로 10~30대 여성 이용자가 많았다. 반값택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이용자의 89.5%가 저렴한 가격을 꼽았고, 88.1%는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중고 거래를 할 때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기자와 거래한 이들도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들에게 반값택배를 쓰는 이유를 물었다. “집에서 물건을 받기 좀 그런 상황이다” “여자 혼자 살아서 모르는 사람에게 집 주소를 노출하고 싶지 않다” “택배비를 다 내면 배보다 배꼽이 커서 조금 오래 걸려도 반값택배가 좋다” “분실 위험이 있는 우편보다 안전하고 배송 추적이 가능해 즐겨 쓴다”는 답을 들었다. 

    GS25가 지난해 서울시 관악구 지역을 상권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점포 이용 구성비는 1인 가족이 주로 거주하는 고시촌·소형오피스텔 상권 42.6%, 아파트 상권 34.1%, 기타 상권 23.3%로 집계됐다. GS25 관계자는 “알뜰한 소비 성향이 있는 10~30대의 1인 가족 여성이 중고 거래를 할 때 배송비를 최대한 절약하려는 목적으로 반값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중고 거래 활성화로 더욱 인기

    물류 자회사를 갖추고 저렴한 택배 사업에 나선 CU(왼쪽)와 G25. [화면 캡처]

    물류 자회사를 갖추고 저렴한 택배 사업에 나선 CU(왼쪽)와 G25. [화면 캡처]

    편의점이 자체 택배 서비스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물류 자회사를 갖췄기 때문이다. CU도 전국 CU 점포에서 택배를 접수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CU끼리’ 택배를 내놨는데, 이 역시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가 자체 택배 운송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편의점을 찾는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계산에 뒀다. 

    GS리테일의 큰 그림은 편의점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GS25에 따르면 반값택배 이용자 중 86.5%는 편의점에서 상품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반값택배가 GS25 가맹점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값택배 이용자들이 편의점에서 함께 산 제품은 도시락, 음료수, 주류 등이었다. 

    GS25 관계자는 “반값택배는 1만4000여 개GS25의 오프라인 플랫폼과 자체 물류망을 이용한 창의적인 서비스로, 편의점이 소매점 역할을 뛰어넘는 생활 편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놓은 것”이라며 “비대면 문화가 더욱 심화한 코로나19 시대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알뜰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품을 더욱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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