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5

2018.11.23

사회 | 고대의료원과 함께 하는 건강강좌 ②

절개 없이 방사선으로 정밀한 뇌수술

첨단장비와 의술로 피 흘리지 않고 치료하는 길 열려

  • 이주연

    doccomari@naver.com

    입력2018-11-26 11: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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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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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관련 질환의 수술 및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은 뇌종양도 머리뼈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한다. 뇌수술이 두려워 참고 견디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김종현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 수술 현장을 지켜보고 뇌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뇌동맥은 원래 모세혈관을 거쳐 뇌정맥과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뇌동맥에 있던 혈액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낮은 혈압의 뇌정맥으로 이동하면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선천적으로 모세혈관이 형성되지 않아 일부 뇌동맥과 뇌정맥이 직접 연결된 뇌동정맥 기형은 뇌출혈을 일으키기 쉽다. 뇌동정맥 기형은 머리뼈를 열고 수술하는 개두(開頭)술로 잘라내는 게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이다. 그런데 기형 혈관의 지름이 6cm 이상으로 크거나 뇌 깊은 곳에 있을 경우 수술 후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 이럴 때 고선량의 감마선을 병변에 집중시켜 기형 혈관이 서서히 막히도록 하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할 수 있다. 강한 방사선을 마치 수술용 나이프처럼 활용하기에 감마나이프란 이름이 붙었다. 머리뼈와 뇌를 절개하지 않아 피가 전혀 나지 않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도 거의 없다. 단, 기형 혈관의 경우 추가 약물치료와 주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뇌종양도 전신마취나 출혈, 통증 없이 수술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모습(왼쪽)과 M R  I (자기공명영상)를 보며 감마나이프 수술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는 김종현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박해윤 기자]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모습(왼쪽)과 M R  I (자기공명영상)를 보며 감마나이프 수술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는 김종현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박해윤 기자]

    감마나이프 뇌수술은 통증이 없어 전신마취도 필요 없다. 김 교수는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로 위치를 확인하고 뇌 속 병변의 3차원 X, Y, Z 좌표를 정밀하게 계측해 수술한다”고 설명했다.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뇌질환은 뇌종양,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뇌전증 등 다양해졌다. 특히 초기 자각 증상이 없는 뇌종양을 제거할 때 감마나이프가 이용된다. 뇌 속에 병변이 퍼져 있을 경우 과거에는 뇌 전체에 방사선 치료를 해 치매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감마나이프는 병변만 정밀하게 선택해 치료하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후두엽 등 후유증 우려가 없는 부위에 생긴 종양은 뇌에 작은 구멍을 뚫고 현미경이나 신경내시경을 이용하는 최소 침습적 미세수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이 결핍돼 떨림, 근육 강직, 행동 느림, 균형 장애, 인지 장애, 환시 등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느리게 진행돼 수년 동안 약물치료를 하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을 복용한 지 5~8년이 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약을 늘리면 부작용이 생기고 줄이면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럴 경우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할 수 있다. 미세전극으로 뇌의 문제 부위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뇌 중심부 중에서도 시상하핵에 전극을 심는다. 쇄골 아래 피부 속에 심는 자극 발생기는 뇌의 신호를 측정하고 문제 부위에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3차원 좌표를 이용해 위치를 정확히 선정하고, 뇌에는 지름 1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접근한다. 

    흔히 간질 발작이라 부르는 뇌전증은 절제술이나 자극술로 치료할 수 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가 흥분해 생기는 갑작스럽고 무질서한 전기적 활동으로 경련,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약 2년간 2종 이상의 약물치료를 받았는데도 경련이 지속되면 병변을 찾아 도려낸다. 완전 제거가 어려울 경우 미주신경자극술이나 뇌심부자극술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뇌전증 환자는 발작해도 MRI상 정상인 경우가 많다”며 “머릿속에 전극을 심고 뇌파검사를 통해 이상 뇌파가 나오는 부분을 찾아내 절제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참아온 얼굴 경련, 후유증 없이 사라져

    김종현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안면신경 경련 환자의 뇌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김종현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안면신경 경련 환자의 뇌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현모(60·여) 씨는 10년 넘게 얼굴 근육이 수시로 떨리는 편측성 안면신경 경련을 앓아왔다. 떨림이 심해 눈 주변은 물론 볼과 턱, 입꼬리까지 실룩거렸다.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그는 고민 끝에 뇌수술을 결심했다. 김 교수는 “안면신경은 다리뇌라고 하는 뇌간에서 나오는데, 이 부위 신경과 닿은 혈관이 박동하며 뛰니까 안면신경이 자극받아 흥분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팀은 개두술을 통해 안면신경을 압박하던 혈관을 찾아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요즘엔 개두술도 수술하면서 뇌신경 감시 장치와 수술 현미경, 초음파 진단기, 자동항법 장치, 초음파 흡인기 등을 활용해 정상 뇌조직의 손상을 막고 병변만 선택적으로 없앨 수 있다. 

    수술실에 있던 김 교수가 의료진에게 환자에 대한 신경감시 모니터링 결과를 물었다. 컴퓨터 화면에 환자 뇌에서 감지된 신호 파형이 보였다. 김 교수는 “청각신경이 안면신경에 바로 인접해 청력 저하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지만 수술 중 뇌신경을 감시해주는 장치를 이용하면 그 빈도와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 신호가 안정되자 수술팀은 문제가 생긴 혈관과 신경 사이에 하얀색 거즈처럼 생긴 테프론을 끼웠다. 병변 치료가 끝나자 머리뼈를 절개했던 부위는 티타늄 판으로 막았다. 수술 당일 마취에서 깨어난 현씨는 얼굴 떨림이 바로 없어졌다. 그는 “너무 오래돼 얼굴 떨림이 약간은 남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수술이 잘된 것 같다”며 “수술 부위가 좀 아픈 것 말고는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두술에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병변에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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