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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다. 실제로 난민법을 악용해 불법체류 기간을 늘리는 ‘가짜 난민’도 있기 때문. 이들 중 다수가 불법고용되거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부 유럽 국가에서 최근 난민 범죄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세금도 들고 무서우니 받지 말자
6월 30일 서울 도심에서 제주 예멘인 난민 수용 반대 및 난민법 개정을 요구하는 시위(왼쪽)와 난민 보호를 촉구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뉴스1]
직접 거리로 나서겠다는 단체도 있다. 6월 21일 블로거 ‘일반국민’이 블로그에 ‘30일 저녁 이슬람 난민 수용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게시 닷새 만에 1000명 이상이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난민법을 악용해 불법체류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 특히 2002년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제주는 난민은 물론, 위장 난민이 몰리기 좋은 곳이다.
지난해 3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난민법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체류 기간을 늘려준 네팔 브로커 일당을 적발했다. 같은 방법으로 입국을 알선한 중국 브로커 A(45·여)씨도 올해 3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난민법 제3조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물론, 난민 인정 심사를 신청한 사람(난민신청자)도 강제로 본국에 보낼 수 없다. 물론 빠르게 심사해 난민이 아닌 사람을 내보내면 된다. 하지만 난민 심사에서 탈락해도 2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장 1년 6개월간 머물 수 있고 행정소송까지 진행하면 체류 기간이 더 늘어난다.
6월 26일 경찰청은 올해 3월부터 100일간 가짜 난민 신청과 제주 무단이탈 등 불법입출국 범죄 및 보이스피싱, 해외 원정 성매매 등 각종 국제범죄를 집중 단속해 387건을 적발하고 868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절반(49%)이 불법입국자였고, 이 중 다수가 난민법을 악용해 체류 기간을 연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도 난민 혐오 정서에 불을 붙였다. 2015년 12월 31일 독일 쾰른에서 새해맞이 축제가 열린 틈을 타 도심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민자 출신 남성 1000여 명이 집단 성폭력 및 절도를 저질렀다. 당시 성폭력, 강도 등으로 경찰에 신고한 여성만 1200명에 달했으며, 24건 이상의 강간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용의자 중에는 난민 신청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국제사회에서 이슬람계 난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 2016년 10월에는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에서 파티를 끝내고 돌아오던 여대생이 성폭행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청소년 난민.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틈틈이 난민캠프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악명 높은 이슬람계 난민이 제주에 대거 등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민 관련 괴담이 떠돌았다. 가장 대표적인 소문이 한국 정부가 제주에 온 예멘인 난민에게 각각 월 138만 원씩 정착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난민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 난민 심사를 통과하기 전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주에 있는 예멘인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한 명도 없다.
난민에게 퍼주다 나라 망한다고?
6월 29일 제주시 제주이주민센터에서 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난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도 기본 의료 지원, 노동 허가, 체류 등을 보장한다. 한국도 인도적 체류자라는 제도가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본국 상황 탓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단순노무직에 한해 취업 허가가 나오지만 여타의 지원은 받지 못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소득에 따라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 지원은 없고 취업만 허가하는 방식이니 세금 낭비는 없는 셈이다.
물론 난민 인정 신청을 한 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통과되면 난민지원시설 이용자는 매달 21만6450원씩 생계비를 받는다. 시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에게는 월 43만2900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신청서를 낸다고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난민 생계비 신청자 785명 중 436명에게만 지원금이 나왔다. 올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난민 가운데 300명가량이 생계비 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심사를 통과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예멘인 난민의 구직을 돕고 있기 때문. 난민 인정 신청 6개월 후에야 취업 허가가 나오지만 예멘인은 조기 취업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본국에서 직업 및 전공과 무관하게 단순노무직에 한해 취업이 가능하다. 현재 제주에서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예멘인 중 402명이 직업을 구하고 있다. 이들이 찾는 일자리는 대부분 양식업, 요식업, 어업 분야다.
불법체류를 피하려고 난민법을 악용해 한국에 남아도 소득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 이들이 취업하면 소득세원 증대 효과가 있는 데다, 생활비도 써야 하니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 상황은 약간 다르다. 정착을 원하는 난민에 한해 정착 자금을 주며, 의료·사회보장 제도는 한국 국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누릴 수 있다. 주택 임차 보증금 1000~2000만원 등을 지원하는 것. 다만 이는 단기 임대성 지원으로 보증금은 2년후 국고로 회수된다. 난민들이 사회․의료 보장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그에 따른 세금이나 보험료를 전부 납부해야 한다. 난민 인정 비율이 현저히 낮긴 하지만 초기에는 국가 세금이 쓰이는 것이다.
난민 받은 유럽, 3~5년 뒤 GDP 증가
6월 25일 제주시 제주 출입국 · 외국인청 앞에서 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구직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개발한 거시경제 분석 통계모델을 사용했다. 이를 토대로 국가 경제지표와 난민 정착 인구 증가를 변수로 두고 분석한 것. 그 결과 난민은 국가 경제의 짐이 아닌 득이었다. 그들은 난민 인정을 받고 3~5년이 지난 뒤부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다. 세수도 오히려 1%가량 늘었다.
이 같은 효과는 난민이 대부분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민자들은 인구 고령화로 부족해진 산업인력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현지인이 꺼리는 업종에 주로 투입돼 오히려 실업률을 소폭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난민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인 텐트 재단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6월 18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난민 보호 및 조사에 1유로를 투자하면 5년 내 2유로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필립 르그레인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경제자문관은 영국 매체 ‘가디언’에 실은 기고를 통해 “난민이 사회경제적으로 부담된다는 견해는 일부 난민 옹호론자까지 인정하는 가장 큰 오해다. 일단 정착한 난민은 내수경기 활성화, 인력 부족 현상 해결, 세수 증대 등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경제적 이유로 한국을 찾은 뒤 난민이라고 버티는 행위는 문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의료서비스 가격이다. 국민건강보험을 활용해 국내에서 저렴하게 치료받으려는 외국인도 있다. 국내 체류 3개월 이상이면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국민건강보험 평균 월납부금(현재 월 8만 원가량)이 있지만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는 한국에 잠시 들어와 치료받고 다시 나가는 편이 낫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2016년 외국인·재외국민의 국민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총 5532억 원. 당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가 173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보장 규모만 줄여도 국민건강보험 적자를 막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7일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 한해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줄 예정이다.
법무부의 난민 심사도 빨라져 난민 신청 후 ‘의료비 먹튀’ 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6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난민 심사 대기 및 기간을 단축해 경제적 목적의 난민을 신속하게 걸러내기로 했다. 또한 현재 제주 예멘인 난민 심사에 투입된 난민 심사관을 4명에서 6명으로 늘려 심사기간을 당초 8개월에서 3개월로 줄일 예정이다.
난민 늘어도 우리는 위험하지 않아
범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예멘이 중동국가인 만큼 이슬람계 난민에 관한 괴담이 퍼지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김모(57·여) 씨는 최근 교인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이상한 메시지를 받았다. ‘제주도에 무슬림들이 단체로 들어왔는데 이들을 받아주면 우리의 아들을 죽이고 딸과 며느리를 강간할 것이다. 이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이슬람계 난민과 범죄자의 상관관계는 없는 듯하다. 2013~2017년 제주 외국인 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외국인 범죄건수는 총 299건이지만 지난해에는 64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644건 중 예멘인이 연루된 범죄는 없었다.
난민 심사 중이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인정된 뒤에는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난민이나 이민자가 범죄율을 높인다는 인식이 생겼다.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민자를 받아들인) 독일의 범죄율이 크게 올라갔다. 이민자들이 독일 문화를 폭력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측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호르스트 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19일 “현재 독일 내 범죄율은 최근 30년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난민을 향한 증오 범죄였다. 독일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난민과 난민보호소를 향한 공격이 3533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2545건이 난민 개인을, 988건은 방화 등 난민이 머무는 숙소를 겨냥한 것이었다. 2014년 발생한 비슷한 방화 사건이 199건인 점을 감안하면 2년간 3배 이상 늘어난 것.
한국도 외국인이나 난민의 범죄율이 자국민의 범죄율보다 낮은 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검거인 수인 ‘검거인원지수’가 가장 높았던 것은 2011년으로 1591명이었다. 이에 반해 내국인의 검거인원지수는 3524명으로 외국인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집계된 2012년부터 2015년까지도 외국인의 검거인원지수는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에 대한 국내 인식은 나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6월 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예멘인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9.1%로, 찬성한다는 응답(39.0%)에 비해 소폭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