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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하철 성추행범? 진짜 억울해요!

피해자 진술에 절대 의존…여성과 마주 보는 위치에서 안전대 잡아라

지하철 성추행범? 진짜 억울해요!

지하철 성추행범? 진짜 억울해요!
숨 막히는 출근길 지하철 안. 남성 A씨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한 여성에게 붙잡혔다. “치한이야! 너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곧바로 경찰 2명이 달려왔고 A씨는 경찰서로 끌려갔다. 억울한 A씨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주장했지만 여성은 A씨를 가해자로 몰아붙였다. 여성이 “저 남자가 성기를 내 엉덩이에 비벼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통에 A씨는 더욱 난처했다. 그는 당시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어 신체 접촉이 불가능했던 점, 그리고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던 점이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으로 입증돼 겨우 무죄로 풀려났다.

“자백 강요” 억울한 피의자도 많아

남성 B씨는 지하철역에서 사복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여성 한 명과 동행하고 있었다. “이 여성분 신체를 만진 것 맞죠?” B씨는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고 여성은 B씨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경찰은 지하철 내 B씨를 휴대전화로 찍은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여성에게 “이때 추행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여성은 “별 느낌이 없었다. 내가 추행당한 것이 맞느냐”며 오히려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이 B씨의 수상한 눈빛을 보고 무리하게 수사한 탓이었다. 결국 B씨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악몽으로 남아 B씨는 이제 만원 지하철에 타지 않는다.

철도시설 및 열차 내 성범죄 단속이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2014년 철도 범죄로 적발된 3568건 가운데 성범죄가 749건으로 21%를 차지했으며 종별로는 추행 491건, 카메라 촬영 235건, 기타(공연음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가 23건으로 집계됐다. 성범죄는 2012년 190건, 2013년 210건, 2014년 349건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억울한 피의자도 더러 있다.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오인받거나 물건 등에 의한 접촉을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경우 등이다. 전체 성범죄 적발 건수 가운데 무혐의로 처리되는 경우는 10~20%이다. 대검찰청의 성폭력사범 처리 현황에 따르면 무혐의 및 무죄 판결은 2011년 전체의 11.1%, 2012년 11.7%, 2013년 14.2%, 2014년 18.1%이다. 갖은 홍역을 겪고 무죄를 입증한 남성 피고인들은 “남자가 무슨 잠재적 범죄자냐”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도 마음 놓고 못 보겠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김동근 양성평등연대(옛 남성연대) 대표는 “성범죄에서 남성 피의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성폭력은 ‘무죄추정의 원칙’(형사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원칙)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자 진술이 판결에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피의자는 ‘안 했다’는 주장 외엔 할 말도, 입증할 것도 없다. 이런 모순 때문에 행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하라고 강요받은 남성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법률전문가들도 “성범죄는 피의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강경훈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성추행 사건은 진술의 구체성 요구가 약한 편이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들이 밀집한 공공장소는 더욱 그렇다. ‘내 뒤에 이 사람이 있었는데 어떻게 만졌다’고 하면 ‘상황 끝’이다. 특히 피해자가 현장에서 신고해 문제가 제기된 사건은 피의자가 결백을 주장해도 무죄로 판결되기 꽤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재판이 피의자에게 불리할 듯하면 ‘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라’고 종용한다. 유죄를 선고받아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래도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봤다. 공공장소 성추행이야말로 무죄 입증이 참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결백 입증해야 하는 남성이 불리

남성은 애초 성추행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남성 역차별로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광역철도수사과 관계자는 사람이 빽빽한 지하철 내에서 처신하는 법을 알려줬다.

“여성 옆에 서면 몸을 돌려서라도 얼굴을 마주 봐라. 서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해 여지가 줄어든다. 만약 여성의 등 뒤에 서게 되면 지하철 위쪽에 달린 손잡이나 안전대를 잡아라.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사람의 신체 부위를 향하는지 조심하라. 삭제한 사진이나 동영상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기면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억울하게 피의자로 몰릴 경우 누명을 벗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 않은 일은 “안 했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만졌을 수도 있다”고 일부 진술하면 피의자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범죄 현장이 아닌 곳에서 휴대전화 임의 제출이나 임의 동행을 요구받는 경우 당당하게 거절하고 범죄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 강경훈 변호사는 “피의자는 대부분 경찰과 맞닥뜨리면 지레 겁을 먹고 순순히 경찰 요구에 응한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없는 이상 피의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하거나 경찰서에 따라갈 의무가 없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하라. 만약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야한 사진 등이 발견되면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돼 상황이 악화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무죄를 주장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피해자의 어렴풋한 느낌이나 경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에 피의자로 몰린 경우다. 피해자가 사건 정황이나 피의자의 인상착의를 헷갈려 하면 이에 대한 진술을 녹음해둬야 한다. 피의자가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럼에도 재판에 넘겨진다면 법률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이 낫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성범죄 상담’을 검색하면 성범죄와 관련한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법률사무소를 찾을 수 있다. 강경훈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의자 혼자 애써봤자 결백을 입증하기 상당히 어렵다. 재판이 피의자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전문가와 의논하라”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5.05.04 986호 (p44~45)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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