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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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대륙서 개최, 남미 팀 우승?

세계인의 축제 브라질월드컵 징크스와 사연들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06-30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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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대를 맞힌 팀은 진다’는 말은 축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징크스(jinx) 중 하나다.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 또는 ‘불길한 징조, 재수 없는 일’을 의미하는 징크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인과관계보다 대부분 심리적 요소에서 기인한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도 다양한 징크스가 있다. ‘개최 대륙 징크스’도 그중 하나다.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19차례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 팀은 남미에서 대회가 열렸을 때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남미 팀이 모두 우승했다. 북중미에서 열린 3차례 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상에 올랐다. 반면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대부분 유럽 팀이 우승을 거뒀다. 단 한 번 예외는 1958 스웨덴월드컵. 우승은 브라질 차지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개최 대륙 징크스’가 이어질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펠레의 저주’ 역시 대표적인 월드컵 징크스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예측하면 정반대로 실현된다는 내용이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부터 계속된 이 징크스는 44년 만인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깨졌다. 결승전을 앞두고 펠레가 스페인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 예상해 사람들은 ‘당연히’ 스페인이 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스페인은 펠레의 저주를 깨고 우승컵을 들었다.

    ‘아르헨티나 징크스’도 있다. 조별리그 통과 후 토너먼트에서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것이다. 카메룬이 처음 피해자가 된 뒤 역대 대회에서 루마니아,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이 줄줄이 아르헨티나 징크스에 나가떨어졌다. 브라질월드컵을 뜨겁게 달구는 징크스를 돌아본다.

    # 우승팀 징크스에 무너진 스페인



    B조에 속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은 6월 14일(한국시간) 조별리그 네덜란드와의 1차전(1-5 패)에 이어 19일 칠레와의 2차전에서도 0-2로 져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펠레는 이번 브라질월드컵 우승 후보로 독일과 스페인을 꼽았는데, 스페인은 ‘펠레의 저주’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됐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발목을 잡은 게 또 있다. 바로 우승팀은 그다음 대회에서 고전한다는 ‘우승팀 징크스’다.

    우승팀 징크스의 시작은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린 1934 월드컵과 1938 프랑스월드컵에서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도 그다음 대회였던 1950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로 탈락했다. 1962 칠레월드컵 우승국 브라질도 1966 잉글랜드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2패를 기록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00년대 들어 우승팀 징크스는 더 심해졌다. 1998년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무득점 수모 끝에 조별리그 1무2패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 대회 우승국이 무득점으로 탈락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이탈리아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무1패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역대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스페인이 5번째다. 4년 전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유로 2연패(2008, 2012)를 차지한 스페인의 몰락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 한국의 2차전은 4무4패

    한국은 2010 남아공월드컵 때까지 8차례 본선무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역대 2차전에서 거둔 성적은 4무4패로 극심한 ‘2차전 징크스’를 겪었다. 세계 4강 신화를 일군 2002 한일월드컵 때도 미국전에서 1-1로 비겼고,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던 4년 전에도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1-4로 대패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때는 휘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5로 져 망신을 당했다. 당시 대표팀 차범근 감독은 네덜란드전 패배로 중도 경질의 아픔까지 겪었다.

    2회 연속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이어 조심스럽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이란 대망을 품은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국의 2차전 징크스는 계속됐다.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희망을 키웠던 한국은 6월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2-4로 완패했다. 전반에만 무기력하게 3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중앙수비수 홍정호와 김영권이 보여준 ‘구멍 수비’는 큰 실망을 안겨줬고, 러시아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원톱으로 출전한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은 알제리전에서 단 한 번의 슛도 기록하지 못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국은 2차전 징크스에 또 한 번 발목이 잡혔다.

    # 골을 넣고도 웃지 못한 웨인 루니

    징크스는 언젠가 깨지기 마련.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는 자신을 옭아매던 ‘무득점 징크스’를 털어냈지만 끝내 웃을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 중 한 명인 루니는 그동안 지긋지긋한 월드컵 징크스에 시달렸다. 2006 독일월드컵에 이어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8경기에 나섰지만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루니는 6월 20일 조별리그 D조 우루과이와의 2차전 후반 30분, 개인 통산 10번째 경기 만에 마침내 월드컵 첫 골을 기록했다.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나온 천금 같은 동점골이라 의미는 더 컸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1차전에서 이탈리아에 1-2로 패한 잉글랜드는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골을 내줘 또다시 1-2로 패했다.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보고 말았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56년 만의 일이다.

    남미대륙서 개최, 남미 팀 우승?
    # 브라질월드컵 우승은 브라질?

    징크스가 나쁜 징조와 결과의 반복이라고 한다면 상서로울 ‘서(瑞)’ 자와 기운 ‘기(氣)’ 자를 합해 ‘서기(瑞氣)’ 정도가 반대말이 될 수 있다. ‘서기’를 믿고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팀이 개최국 브라질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개최국이 우승한 횟수는 6번. 개최국 우승은 1회 대회 때부터 시작됐다. 개최국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4-2 승리를 거두고 첫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1934년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가 안방의 힘으로 체코를 결승에서 2-1로 따돌리고 챔피언에 올랐다. 개최국 우승은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재현됐다. 잉글랜드는 서독을 4-2로 물리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다. 개최국 우승은 다시 1974 서독월드컵,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연속으로 연출됐다. 가장 최근에 개최국 우승을 기록한 국가는 1998년 대회에서 프랑스다.

    이번까지 20회를 맞는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10 남아공월드컵 때 단 한 번뿐이다. 반면 개최국이 결승에 오른 것은 8번. 이번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세계적인 축구잡지 ‘월드사커’와의 인터뷰에서 개최국 브라질의 우승을 점치기도 했다. 역대 개최국 성적을 봤을 때 ‘개최대륙 징크스’까지 등에 업은 브라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승 확률이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A조 3경기에서 2승1무 승점 7을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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