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2013.12.30

“플라잉, 원더풀!”

퍼포먼스와 스포츠 결합한 시간 뛰어 넘는 판타지에 열광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3-12-30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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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잉, 원더풀!”
    문화와 예술의 도시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이곳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뮤지컬 관람이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상설공연장들은 이미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관광지인 ‘경주’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상설공연장이 문을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플라잉(FLYing)’은 경북과 경주시가 대한민국 논버벌(nonverbal·비언어) 퍼포먼스의 선봉 최철기 감독과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난타’ ‘점프’ 등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논버벌 퍼포먼스 작품을 연출한 최 감독은 ‘플라잉’ 상연 2개월 만에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라 부르는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 초청될 만큼 초기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공연 최초로 개런티를 받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이다.

    2013년 12월 21일과 22일 청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총 4회 공연은 좌석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객석에 불이 꺼지자 무대 위로 우렁찬 함성과 함께 신라 화랑의 힘찬 군무가 시작됐다. 곧이어 관객 머리 위로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도깨비불. 화랑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도깨비는 엉뚱한 장난으로 순식간에 무대 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시간의 문을 통해 현대로 날아온 도깨비와 화랑들은 신라고 치어리딩 팀과 만나게 되고, 이들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연습을 돕는다.

    “플라잉, 원더풀!”

    논버벌 퍼포먼스인 ‘플라잉’은 퍼포먼스와 스포츠를 결합한 판타지극이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 인기

    ‘플라잉’의 가장 큰 특징은 퍼포먼스와 스포츠의 결합을 의미하는 ‘퍼포츠’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는 데 있다. 기계체조, 리듬체조, 무술, 비보잉을 섞은 기상천외한 퍼포먼스와 단순한 스토리 구성으로 특별한 대사 없이도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까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려고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전 기계체조 국가대표, 전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 등 수준급 실력을 갖춘 스포츠 선수 출신과 세계적 수준의 비보이 등 기량이 뛰어난 배우들로 구성했다. 말레이시아, 몽골, 중국 등지에서 캐스팅해온 배우들도 모두 각 분야 전문가다. 이들이 선보이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는 경주를 찾는 남녀노소, 내외국인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플라잉, 원더풀!”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성은(42)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깨비라는 소재로 리듬체조 같은 볼거리와 연결한 것이 좋았다”며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이훈(28) 씨는 “화려한 영상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돋보여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플라잉’은 경주라는 지역의 역사성을 잘 살려낸 완성도 있는 공연 콘텐츠를 바탕으로,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간에만 120회 공연 연속 매진 신화를 기록했으며 12만 명이 공연을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상설공연을 진행해 2013년에만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관람했다. 경주와 인근 경북도민은 물론,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아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대구, 서울, 청주, 부산 등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전국 투어 기간에도 경주에서의 상설공연은 계속된다.

    싱가포르·터키까지 진출

    해외에서의 인기도 대단하다. 2012년 11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서 사흘간 4회 공연을 펼친 ‘플라잉’은 2013년 3월에도 싱가포르에서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같은 해 9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진출 전에는 스페인 출신의 쇼닥터 데이비드 오턴을 초빙해 2달간 업그레이드 기간을 가졌다. 한국인 정서에 맞춰 제작했던 스토리라인과 코미디 연기를 외국인 관람객 정서에 맞게 일부 조정한 것이다. 작업을 함께 한 오턴은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도깨비’라는 캐릭터, 고대와 현대의 등장인물이 어우러져 펼치는 치어리딩의 조합이 무척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체조와 비보잉, 치어리딩, 무술이 한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결합했고, 구성과 무대연출력도 뛰어나 해외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플라잉’의 해외 진출 성공을 확신했다.

    인터뷰 | ‘플라잉’ 연출 최철기 감독

    “메이드 인 코리아 자부심으로 세계무대로 도약할 터”


    “플라잉, 원더풀!”
    영국 에든버러 진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이미 ‘난타’ ‘점프’가 에든버러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점프’는 에든버러 티켓박스 1위를 차지하며 브로드웨이에까지 진출한 작품이다. 당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해외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벗었다는 점이다. 외국 작품은 무조건 훌륭하고 대단하리라 생각했는데, 물론 그런 작품들도 있었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도 상당수 있었다.

    ‘점프’의 경우, 내가 고집했던 것은 우리 전통 기와와 문살무늬, 개량한복 정도였다. 나머지는 가족, 도둑 등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소재로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작품 모두 우리 문화를 너무 부각하려 애쓰지 않았지만 우리 배우와 스태프가 만들다 보니 우리 정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그 점이 세계인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 ‘플라잉’도 마찬가지다. 신라 화랑, 도깨비, 태권도 등 우리 역사와 전통을 담은 소재가 치어리딩, 체조, 무술, 비보잉 등 남녀노소,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만한 소재들과 결합했다.”

    ‘쇼닥터’라는 개념은 다소 생소하다. 그의 도움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보기 힘들다. 쇼닥터인 데이비드 오턴은 서양인 관점에서 작품의 부자연스러운 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교정해주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예를 들어 서양인은 ‘도깨비’에 대한 개념이 없다. ‘괴물’ ‘귀신’ ‘드라큘라’ 등 그 어떤 개념으로도 설명하기 불가능한 존재다 보니, 도깨비의 친근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면을 어떻게 이해하게 할까 그와 의논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과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퍼포먼스 공연인 ‘태양의 서커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대의 서커스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규모도 엄청나지만, 영화 제작비의 몇 배에 달하는 제작비와 인원이 투입될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자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스토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퍼포먼스는 가치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다면 ‘태양의 서커스’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관객 또한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거나, 유명한 배우 혹은 가수가 출연하는 작품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에 격려와 애정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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