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0

2013.08.12

“가스다, 가스가 올라온다”

포스코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서 가스 생산 개시…하루 1억2000만ft3 생산 중국과 미얀마에 수출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nate.com

    입력2013-08-12 09:2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가스다, 가스가 올라온다”
    7월 28일 미얀마 북서부 해상생산플랫폼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정부로부터 탐사권을 획득해 추진해온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13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투자가 몹시 어려운 와중에도 어렵게 탐사권을 따냈다.

    미얀마 해상은 1970년대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석유가스기업들이 7개 탐사정을 시추했지만 결국 실패를 맛보고 돌아서야 했던 곳이라 가스전 발견의 의미는 더 남다르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 포스코 패밀리로 함께한 지 만 3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연간 3000억~4000억 원 수익 기대

    이날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가스 생산 기념식에는 니얀 툰 미얀마 부통령,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동희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인도석유공사(ONGC), 인도가스공사(GAIL) 등 관련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가스 생산을 축하했다.

    가스 생산 기념식에 이어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육상 파이프라인 통제센터에서는 짝퓨 육상 가스터미널에서부터 중국 국경까지 약 780km에 이르는 육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준공식이 열렸다. 지난 4년간 진행한 해상 생산플랫폼과 해저 파이프라인, 육상 가스터미널, 육상 파이프라인 등 가스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제반시설 건설을 마친 대우인터내셔널은 하루 1억2000만ft³의 천연가스를 생산해 중국과 미얀마에 수출하게 된다. 또 가스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2014년 하반기부터는 하루 5억ft³를 생산해 향후 25~30년간 중국석유공사(CNUOC)에 판매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5억ft³을 원유로 환산하면 8만6000배럴, 이는 67만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이 연간 3000억~4000억 원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진행해온 불굴의 사업이다. 사업 착수 3년 만인 2003년에는 공동으로 탐사작업에 참여했던 인도 회사들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줄줄이 중도 철수를 선언해 대우인터내셔널이 탐사 비용을 단독 부담해야 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대우인터내셔널의 강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4년 미얀마 앞바다 해저 3000m에 숨어 있던 슈웨(Shwe) 가스전을 발견한 대우인터내셔널은 2005년과 2006년 슈웨퓨(Shwe Phyu) 가스전과 미야(Mya) 가스전을 잇달아 발견하면서 희망을 얻었다. 슈웨, 슈웨퓨, 미야 3개 가스전의 가채(可採) 매장량은 4조5000억ft³로, 이는 지난 30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 및 가스전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정부의 성공불융자 제도, 즉 리스크가 큰 산업영역 개발에 정부가 그 위험부담을 일정 정도 분담해주는 제도를 적극 활용한 사업이다. 이는 기업의 신사업 전개와 정부의 재정 확보를 동시에 이룬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 워크아웃 상태로 투자 제한을 받던 대우인터내셔널로서는 성공불융자 제도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 수 없었다.

    패밀리 네트워크와 기술협력

    “가스다, 가스가 올라온다”

    미얀마 북서부 해안의 대우인터내셔널 가스전 플랫폼 개발 조감도(왼쪽). 7월 28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오른쪽 사진 뒷줄 가운데) 등 관련 인사 150여 명이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가스 생산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 성공으로 포스코의 어깨도 활짝 펴졌다. 2010년 9월 철강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3조3000억 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는 그간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지연되면서 “잘못된 인수로 재무상태가 나빠졌다”는 등의 악성 루머에 시달렸지만, 가스전 사업 성공으로 그간의 따가운 시선을 단박에 불식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측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으로 향후 25년간 매년 3~4억 달러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는 철강 원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자원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고 이뤄졌다. 최근 국내 철강시장의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철강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대우인터내셔널 같은 철강 수출 및 자원개발 전문회사의 도움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다른 종합상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글로벌 시장을 개척, 철강제조에서 철강무역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철강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포스코는 수출 기반이 취약했던 서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지역의 원거리 무역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고, 그 결과 원거리 수출물량이 2010년 274만t에서 2012년 390만t으로 116만t 증가했다. 이 중 37%인 43만t이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2010년엔 대우인터내셔널과의 공동투자를 통해 미국에 가공센터를 건립한 데 이어, 2012년에는 브라질에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를 지어 현지 자동차강판 영업 강화에 나섰고 올해는 멕시코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로 철강수출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철강제품의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요소인 자원 확보와 개발 부문이 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시작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의 니켈 생산과 지난해 10월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의 광산권 및 판매권 획득이 대표적인 예다.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니켈 3만t과 유연탄 150만t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와의 협력 덕에 2012년 매출 17조 원을 돌파했으며, 시가총액 역시 2013년 7월 현재 3조9458억 원으로 인수계약을 체결한 2010년 8월 말 대비 3000억 원 이상 늘었다.

    포스코가 인수한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례가 대우인터내셔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이 공동으로 2000만 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용선업체 해양 플랜트 작업지원선(Offshore Supply Vessel·OSV) 수주에 성공해, 전 세계 해양 플랜트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해양 플랜트 작업 지원선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2010년에는 에너지용 강재를 소재로 플랜트를 건설하는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의 합병으로 기존 석탄 플랜트만 수주해온 포스코건설이 석유화학 플랜트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의 진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그보다 앞선 2005년에는 경인에너지 인수로 사명을 포스코에너지로 바꾸고 민간발전사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포스코에너지는 발전·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가스 등 4대 핵심 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2조856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경험을 통해 포스코는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가스전 탐사·생산·판매)-포스코플랜텍(생산 플랫폼 건설)-포스코건설(발전소 건설)-포스코에너지(발전소 유지·운영)’로 이어지는 포스코 패밀리의 시너지 효과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