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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리아 내전 개입 상처만 키울라

국제사회 반군 지원 통해 민주화 노려…인종과 이념 복합 분쟁으로 비화

  •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jkim@kida.re.kr

시리아 내전 개입 상처만 키울라

국제사회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2월 28일 시리아 반군 지원에 60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2월 1일에도 시리아 반군 지원의 타당성을 언급했다.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지난해 12월 시리아 반군에 공군과 해군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유럽이사회는 대(對)시리아 무기금수조치를 수정해 치명적이지 않은 군사 장비와 기술 원조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시리아 사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시리아 사태를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은 줄곧 알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반정부세력의 민주화 투쟁에 맞춰졌기 때문에 반군을 지원해 또 하나의 ‘아랍 민주화’를 성취하는 것을 이상적이며 달성 가능한 목표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견해에는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전후 국가 건설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결여됐다. 따라서 시리아 내전에 대한 군사 개입 정당성 및 개입 목적의 달성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적법하게 선출된 알아사드 정권

시리아 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은 시리아 정부와 반군 간 대화 모색,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군 지원 강화라는 병행하기 어려운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국제사회가 반군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강압외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비군사적 해결 노력과 궁극적으로 충돌하진 않는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이 단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동안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위한 외부 개입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반군 지원 가능성은 계속 논의될 것이다. 결국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긴장 고조는 무력충돌 수위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뿐더러,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개연성을 낮출 수 있다.

국제사회가 특정 국가 내전에 개입할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나는 해당 국가 정부가 합법적 주권을 잃었을 때다. 문제는 시리아 정부의 대표성에 대한 해석이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어머니 아니사 마클루프의 아랍에미리트 망명, 그리고 알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사업가들의 두바이 망명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온다.



그러나 알아사드 정권은 여전히 국민 일부의 이익을 대표하며, 시리아는 아직 무정부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월 말 시리아 북부 알레포 지역에서 있었던 교전은 군사비행장을 점령하려는 반군 공격을 정부군이 격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정부군의 군사력이 반군에 비해 아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남은 상태에서 적법하게 선출된 정부에 대해 군사력을 동원한 외부 개입이 가능한지라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군사적 개입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한 불투명하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반군 지원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유엔 측이 시리아의 분쟁 당사자들에게 군사적 원조 제공을 삼갈 것을 주문하면서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개입파 인사들은 시리아 국민의 자유와 통합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반군을 지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모순이 숨어 있다. 시리아는 민족적으로 아랍인과 쿠르드족, 아르메니아인,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 등으로 구성됐다. 이같이 다양한 민족성과 종교성을 지닌 시리아가 내전 후 신속하게 안정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현재는 자유시리아군(FSA)이 알아사드 정권 대립세력이라고 자처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이 물러난 이후 시리아를 대표할 대체세력으로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시리아 내전은 다수 주변국이 대리전을 치르면서 장기화했으나, 반군세력들은 느슨한 연합을 이루고 있다. 통합을 이룰 중심세력이 부재하거나 약한 상태에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할 경우, 권력 투쟁 형태로 사회분열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모순이 발생한다.

더욱이 정권 붕괴로 힘의 공백과 극단적 이슬람 과격세력의 도전이 맞물린다면 시리아 평화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시리아 반군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이자 미국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알누스라(Al-Nusra)가 포함됐다. 이들은 술레이만 군사기지 장악을 포함해 반군의 대정부 무력투쟁에 중요한 작전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의 친구(Friends of Syria)’ 회의에서 미국과 시리아국가연합 사이에 알누스라 전선 성격을 두고 논쟁이 일었고, 알레포 일대에서 활동하는 FSA 등 시민군과 알카에다 연계조직 간 갈등이 감지된다는 점은 반군 내 지하드 단체가 세를 확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치 재편 과정에서 반군에 속한 지하드 단체가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힘들며, 이 경우 과격 이슬람주의를 견제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 두 번째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리아 내전 개입은 개입 전 불안정 상태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중요한 개입 원칙을 지키지 못할 소지가 크다.

장기간 폭력에 노출된 시리아인은 국가 정체성이 갈수록 약해지는 만큼, 민족성과 종교성을 바탕으로 행동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시리아 반정부투쟁은 인종분쟁과 이념분쟁이라는 복합적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CNN 등 외신이 전한 현지 인권단체들 조사에 따르면, 반군에 의한 친(親)알아사드 민병대(Shabiha) 납치와 처형뿐 아니라, 반시아(anti-Shia) 및 반알라위(anti-Alawite) 감정의 확산으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시리아 내에서는 납치, 고문, 처형 등 정부군과 반군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 강제하려다 분쟁 장기화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민족 및 종교 공동체 간 자행되는 폭력으로 적개감이 점증하는 점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에도 집단 간 보복이 한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인종분쟁의 경우 외부 세력이 어느 한쪽의 무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분쟁 종식이 가능하다는 게 통설인데, 국제사회 개입이 성공하려면 결국 적극적 군사 옵션의 선택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개입 세력에는 더욱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민주주의 가치의 전파를 중동지역에서 실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겪었으며, 이러한 이상주의 실현을 위한 군사력 사용은 오랫동안 현실주의자로부터 비판 대상이 됐다. 평화를 강제할 경우, 분쟁 당사자 가운데 약자를 보호하게 돼 재충전의 여유를 제공하고 이것이 분쟁 장기화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는 분쟁 당사자에 의한 결정적 승리로 권력 재편이 이뤄지도록 “전쟁을 하게 그대로 두는 게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만일 시리아 내전에 대한 군사적 개입 목적이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다면, 외부 개입이 실질적 안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군사 개입에 대한 의지 표현과 비군사적 지원 강화가 평중재를 위한 강압외교 측면에서 추진된다면, 위협의 신뢰성뿐 아니라 상대방이 수용 가능한 요구와 인센티브를 내세울 때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접근은 현명한 현실주의에 기반을 둘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880호 (p50~51)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jkim@kid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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