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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F-35를 위한 3차 FX 사업인가

공군 스텔스기 도입 잇단 발언에 뒷말 무성 … T-50 미국 수출과 맞물려 결과에 주목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F-35를 위한 3차 FX 사업인가

F-35를 위한 3차 FX 사업인가

미국은 고등훈련기 사업 추진을 연기함으로써 T-50의 미국 수출을 막고 있다 (왼쪽). 노대래 방위사업청장.

현재 사업비는 8조3000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10조 원대로 증액할 것이 확실한 사업이 있다. 환율이 요동쳐 정확한 계산이 어렵지만 미화로 환산하면 대략 100억 달러짜리 사업이다. 이렇게 큰 사업을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몽땅 외국 업체에 주려 한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최첨단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3차 FX(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이 그런 경우다.

7월 20일 방사청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를 열어 3차 FX 사업은 국외 구매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F-15K 전투기 60대(1차 40대, 2차 20대)를 도입한 1, 2차 FX 사업도 국외 구매로 추진했다. 그러나 3차 사업은 1, 2차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스텔스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도입한다고 한 데다, 이전 사업과는 달리 보라매(KFX) 사업과 연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라매 사업은 KF-16 정도의 능력을 가진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 생산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전투기를 개발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필요한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데, 3차 FX 사업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T-50 고등훈련기도 그런 방식으로 개발했다. 1990년대 한국은 120대의 KF-16 전투기를 도입하는 KFP(한국형 전투기 프로그램) 사업을 주는 대가로 미국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 T-50을 개발했다.

보잉 F-15SE, 유러파이터도 도전

3차 FX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스텔스기인 F-35와 보잉의 F-15SE, 유럽 EADS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러파이터 타이푼(이하 타이푼)이 도전할 예정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최종 순간까지 어느 기종을 선정할지 모르게 경쟁시켜야 하는데,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뒷말이 나올 법하다. 공군과 방사청은 공공연히 스텔스기 도입을 강조한다. 예정 사업비는 F-15SE나 타이푼 60대를 직도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보다 많다. 이 때문에 F-35를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만 경쟁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F-35를 도입할 경우 한국이 반대급부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T-50의 미국 수출이다. 미국은 훈련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최종 조립만큼은 반드시 미국 업체가 한 것을 도입한다. 한국은 록히드 마틴과 T-50을 공동 개발했으니, 록히드 마틴은 미국용 T-50의 최종 조립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F-35를 도입하고, 록히드 마틴은 한국이 제작한 T-50을 최종 조립해 미 공군에 납품하는 것이 이상적인 거래다.

그러나 미 정부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고등훈련기 사업을 계속 늦추고 있다. 한국은 내년 초 제안서를 받아 10월쯤 3차 FX 기종을 선정할 예정인데, 미 공군은 고등훈련기 도입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내년에 공군 에어쇼팀 ‘블랙이글’을 미국에 보내 T-50을 홍보할 예정이다. 한국은 T-50을 미국에 판매하려고 온갖 정성을 들이지만, 미국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3차 FX 사업을 국외 구매로 한다는 방추위결정에 방위산업(이하 방산) 업체들은 분노했다. 항공부품을 제작하는 업체 대표는 “방사청은 적정가격의 70%로 기준가격을 잡아 납품을 받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출혈 생산을 한다. 그런데 3차 FX를 몽땅 외국 업체에 주겠다고 하니 말이 되는가. 방사청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국내 방산업계 육성인데, 방사청은 외국에게 좋은 일만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도입 생산은 외국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서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는 것이다.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기술은 다른 항공기를 만들 때 응용할 수 있다. 3차 FX 사업을 기술도입 생산으로 바꾸면 국내 업체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이 경우 불리해지는 쪽은 록히드 마틴이다. 미 정부는 외국에서 F-35을 기술도입 생산하는 일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3차 FX 사업을 국외 구매로 추진한다는 것은 록히드 마틴을 위한 배려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외 구매로 하면 록히드 마틴이 F-35의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어진다. ‘갑’이 ‘을’에게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국외 구매와 기술도입 생산을 모두 검토할 테니, 도전 업체들은 양쪽으로 모두 응찰하라고 하는 것이다.

타이푼은 1차 FX 사업 때 F-15K에 패배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EADS는 8월, 한국에서 타이푼을 기술도입 생산하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타이푼에 탑재하는 EJ-200 엔진은 한국형 전투기용 엔진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차 FX 기종으로 타이푼을 선정해 기술도입 생산을 한다면 한국은 쉽고 값싸게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

보잉 책임자는 “이미 우리는 일본 측에 F-15 기술도입 생산을 허가한 바 있지 않느냐. 한국에서 F-15SE를 기술도입 생산하는 것에도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F-15SE는 한국이 보유한 F-15K와 같은 계열이라, 기술도입 생산을 한다면 한국은 어렵지 않게 대형 전투기 설계 기술을 익히고 F-15K 정비 능력도 배가할 수 있다.

F-35를 위한 3차 FX 사업인가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 제작 공장 내부.

지난해 열린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의에서 “3차 FX 사업은 국외 구매(직도입)와 기술도입 생산 모두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이 회의보다 격이 낮은 방추위가 국외 구매를 결정했다. 방추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는 방사청의 ‘몸 사리기’가 일정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방산 관련 비리가 자주 터져 나오자 기획재정부 출신인 노대래 방사청장은 최근 전 직원과 “청렴 의무를 어겼을 땐 사직하고 어떤 처벌도 받는다”는 ‘청렴계약서’를 일대일로 서명했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면 업체들은 정보 획득 차원에서 방사청 직원을 매수하려 한다. 방사청 직원이 업체와 내통한 사실이 확인되면 불똥은 바로 방사청으로 튄다. 노 청장은 이러한 사태를 막으려고 청렴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방사청이 없던 2000년대 초 한국은 1차 FX 사업을 하면서 4개 업체를 치열하게 경쟁시켜 국익을 극대화한 바 있다. 그런데 방사청을 만든 지금 부정이 두려워 국익을 포기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끝나기 전에 3차 FX 기종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요즘 방산업계에서는 “3차 FX의 국외 구매는 방사청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서 결정한 것이다. 3차 FX 사업은 청와대가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한 소식통은 “3차 FX 사업은 2013년 초 퇴임하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선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한 발짝 앞에서 FX 사업을 하는 일본은 줄기차게 기술도입 생산을 요구해 미국과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F-35를 일본에서 최종 조립할 수 있다는 양보를 받아냈다. 대한민국도 일본과 같은 양보를 받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3차 FX 사업의 국외 구매는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방산업계를 죽이는 것이고,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T-50의 미국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다.



주간동아 806호 (p54~55)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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