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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멀고 먼 ‘청년전세임대주택’ 구하기

국토부, 대학생 전세 부담 경감 위해 도입…물량 없는데 대상만 확대, 집주인도 외면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멀고 먼 ‘청년전세임대주택’ 구하기

멀고 먼 ‘청년전세임대주택’ 구하기
전국 각 대학 캠퍼스는 9월에 2학기가 개강하지만 서울 대학가는 그보다 두 달 먼저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취방을 얻으려고 두 달 전부터 대학가 근처에서 발품을 팔지만, 최근 서울지역 대학가 인근 주택의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좋은 방은 고사하고 전세 물량 자체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의 전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2011년 시작한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연이은 내용 개선에도 헛바퀴만 돌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6월 ‘청년전세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꾼 이 사업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취준생)이 마음에 드는 전세 자취방을 찾아오면 LH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내주고 수혜자는 보증금에 대한 이자만 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생과 취준생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이 사업에 대한 학생과 취준생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먼저 전세 자취방 공급 물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운 좋게 전세 물량을 찾았다 해도 집주인이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을 원치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청년전세임대주택을 구하면 오히려 등하교 교통비 부담만 늘어난다.



전셋값 폭등에 다시 월세방으로

멀고 먼 ‘청년전세임대주택’ 구하기

서울 동작구 중앙대 근처의 한 게시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취방 매물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최근 전세 자취방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매물도 부족해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청년전세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6월 국토교통부는 관련 대책을 내놓았는데, 대학가 전세난과 집주인의 계약 회피 등 실질적 문제의 해결책은 없고 “입주 대상과 임대주택 계약을 확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자취방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전세를 포기하고 다시 월세방에 들어가게 됐어요.”

2월 서울 관악구에 자취방을 구한 이모(25) 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매달 50만 원씩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스러워 전세 보증금을 마련키로 하고 1년을 휴학했다. 올해 1월 드디어 이씨는 부모가 지원해준 1500만 원과 이전 자취방 월세 보증금 500만 원, 1년간 각종 아르바이트로 모은 1000만 원 등 총 3000만 원을 손에 들고 대학가 전세 자취방을 찾았다. 그는 “지난번에 살던 곳은 13㎡(약 4평) 원룸이었다. 그보다 더 나은 집을 찾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전세 매물이 없거나 보증금이 예산인 3000만 원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원래 자취하던 월세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서울 대학가의 자취방 전세 보증금은 말 그대로 ‘무섭게’ 오르고 있다. 8월 18일 KB부동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명륜동(성균관대 근처)의 ㎡당 전세 보증금이 3분기 285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3만 원)보다 42만 원 올랐다.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는 서대문구 전셋값도 3분기 현재 263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원 올랐다. 이 밖에 관악구(서울대)는 238만 원, 광진구(건국대)는 271만 원으로 대학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대학가 인근 자취방의 전세난 해결을 위해 LH는 2011년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직접 전세 매물을 구해야 한다. 그러면 LH가 집주인과 전세임대 계약을 맺은 후 실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대상자에게 재임대를 한다. 전셋값 가운데 최대 7500만 원까지 지원하는데 대상자는 지원받은 금액의 이자(연 2~3%로 보통 7만~18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임대기간은 2년으로 3회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은 청년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근본적 문제가 아니다. 이 사업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난관은 대학가의 전세 물량 자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모(45) 씨는 “대학생이 살 만한 작은 평형은 전세가 거의 없다. 전세였던 자취방들도 월세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8월 24일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다방’과 ‘직방’에서 서울 대학가 전세 자취방을 찾아본 결과 각 대학 500m 내외 거리에는 매물이 거의 없었다. 학교와 1km 이상 떨어져야 매물이 하나 둘 보이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 청년전세임대주택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김모(26) 씨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학교 근처 전세 원룸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학교에서 1km 넘는 지역에 집을 구하고 통학은 자전거로 할 예정”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어이없게도 청년전세임대주택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는 6월 23일 대학생전세임대주택 명칭을 청년전세임대주택으로 바꾸고 대학교를 졸업한 취준생(2년 이내로 제한)까지 전세임대주택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대상자도 5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려 7월 13일 대상자 선정을 마감했다. 혜택받는 대상자가 늘어난 만큼 공급자인 전세 집주인이 늘어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해결 방안이다. 



절차 간소화, 집주인 인센티브 확대가 답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기대와 달리 청년전세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전세 집주인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청년전세임대주택으로 LH와 계약을 맺으려면 해당 주택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상 전용면적이 50㎡ 이하여야 하고 부채비율(공시지가 대비 근저당과 보증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보다 집주인은 부채비율 확인을 위해 LH 측에 자신의 대출 명세 등 재산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서울 광진구에서 대학생 대상 원룸 임대업을 하는 최모(55) 씨는 “LH 청년전세임대주택으로 계약하려면 해당 주택이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계약한 방뿐 아니라 건물 전체의 임대 명세와 부채 등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 정보가 어디에 쓰일지 모르니 LH와 계약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은 집주인에게도 이득이라고 해명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은 LH라는 공기업과 계약을 맺게 돼 비교적 안전하게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전세임대주택의 실질 공급량을 늘리기에는 지금의 혜택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전세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절차를 간소화하고 집주인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청년전세임대로 집주인이 얻는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일정 부분 감면해주거나 주택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 직접적인 이득을 제공해야 집주인의 사업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6.08.31 1053호 (p48~49)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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