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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파리의 결투’서 KO勝

파리 에어쇼 기간중 민간 항공기 155대 판매 … 3대에 그친 美보잉사 자존심 구겨

에어버스 ‘파리의 결투’서 KO勝

에어버스 ‘파리의 결투’서 KO勝
제44회 파리 에어쇼가 지난 6월 16~24일에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0여 km 떨어진 부르제 공항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1909년에 시작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거르지 않고 격년제로 실시해 온 파리 에어쇼는 매번 신형 항공기 모델이나 신기술 등을 선보인 무대였다. 하지만 올해의 에어쇼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신형 항공기나 신기술보다도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양대산맥인 미국의 보잉사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몇몇 국가가 컨소시엄 형태로 작은 지분을 갖고 참여한 에어버스사 간 판매경쟁이었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는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보잉이 늘 한걸음 앞서 있었다. 작년 한해 동안 민간 항공기 부분에서 보잉사는 611대를 판매했고 에어버스사는 520대 판매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런 양상이 이번 파리 에어쇼를 기점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세계 유수 언론들이 보잉과 에어버스의 ‘파리 결투’라 명명한 이번 에어쇼 기간에 에어버스사가 민간 항공기 155대 판매 계약을 체결해 단지 3대만의 계약을 체결한 보잉사를 KO시켰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파리 에어쇼 이전까지의 판매계약은 보잉사 169대, 에어버스사 188대로 거의 엇비슷했지만 에어쇼가 끝나면서 보잉사는 작년 판매량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에어버스사는 작년 판매량의 65%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에어버스의 대표인 노엘 포르제아르는 “에어버스사는 그동안 민간 항공기의 성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보잉사는 군용 항공기 연구에만 집중해 왔다. 보잉사는 군수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잠식했고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쇼 기간중 행사장을 방문한 쟈크 시라크 대통령도 에어버스의 성공에 고무해 “유럽의 항공기 산업이 이제 진정으로 미국과 경쟁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연설했다.

실제로 미국의 항공업체들은 그동안 대체로 보잉사 제품을 선호했지만 이번 에어쇼에서만큼은 달랐다. 에어버스가 판매한 155대의 항공기 가운데 111대의 주문자는 미국 기업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었다. 또한 에어버스사가 지난해 미래형 대형 여객기 개념으로 계획을 내놓은, 555명 탑승 규모의 초대형 슈퍼점보 여객기 ‘에어버스 380’ 기종이 전체 주문의 40%에 달하는 등 그간의 연구투자가 이번 에어쇼에서 인정을 받았다. 보잉사 역시 ‘소닉크루저’라는 이름으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신형 여객기 생산계획을 선보였지만 연구투자비와 예상 판매가격, 신규사업의 재정상태, 상용화 시기 등에서 ‘에어버스 380’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에어버스 ‘파리의 결투’서 KO勝
올해를 기점으로 2003년까지 에어버스사는 보잉사와의 경쟁에서 판매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에서도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민간 항공기 시장의 신규 구매수요가 지난해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2003년까지 보잉사의 생산량이 한해 400~425대, 에어버스사의 생산량이 425~450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항공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올 한해 두 회사 모두 400여 대의 생산을 예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판매계약 상태로는 내년부터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에어버스사가 보잉사보다 처음으로 연간 생산대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군용 항공기 부분에서도 에어버스사는 예상을 뒤엎는 판매 성과를 올렸다. 에어쇼 기간중 프랑스 정부뿐만 아니라 영국·독일·네덜란드·스페인·터키 정부가 군용 수송기인 에어버스 400M 기종 196대에 대한 주문계약을 체결했고, 이탈리아도 같은 기종 16대에 대해 수의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영국의 파른보루프에서 열린 에어쇼에서는 유럽 각국이 너도나도 코소보 전쟁에서 우위를 보인 미국 군용기들을 구입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파리 에어쇼에서 유럽 국가들이 유럽산인 에어버스 군용기를 대거 구입한 배경에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전략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진하면서 유럽연합과 마찰을 빚는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에어버스사가 약진한 이유로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다. 파리 에어쇼 기간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공통의 항공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서양 상공 코드 통용협약을 체결한 것이 단일기종의 군용 수송기를 대량 주문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결국 어떠한 이유에서든 유럽연합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가 파리 에어쇼의 일반항공과 군용항공 부분에서 보잉과 에어버스 간의 대리전으로 나타났듯이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상업용 위성 시장을 놓고 유럽의 아리안에스파스사와 미국의 인터내셔널 로운치 서비스(ILS)사 간 판매 경쟁이 치열했다. 상업용 위성 시장에서는 유럽 그룹이 계속 우위를 차지해 왔다. 아리안에스파스사는 이번 에어쇼 기간에 8대의 상업 위성 판매와 발사계약을 체결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11건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올 한해 세계시장에서 예상하는 상업위성 판매량의 50%에 이르는 규모다.

아리안에스파스사는 현재 수의계약 상태인 것을 포함해 49억 달러에 해당하는 판매고를, ILS사는 모두 30억 달러의 판매고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군사위성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유럽은 전 세계 상업위성 시장의 50%를 점유하면서도 군사위성을 포함한 전체 인공위성 시장에서 14%만을 차지할 뿐이다. 이는 위성 발사기지가 적은 유럽이 군사위성을 발사할 때 미군의 기지 사용료를 비싸게 지불해야 하며, 미국보다 뒤진 군사용 위성기술 탓에 개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파리 에어쇼 폐막식에 참석한 조스팽 총리는 “유럽연합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미국과 완전한 상호개방과 공평한 무역조건을 보장하는 대서양 횡단 연결망 설치를 원한다”며 군사위성 시장 참여에 대한 유럽의 희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이번 파리 에어쇼는 미국의 보잉이 매번 한걸음씩 앞서던 항공기 시장 경주에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에어버스가 보잉을 따라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은 군사용 항공기나 위성분야에서도 미국이 계속 독주하는 것을 팔짱만 낀 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에서 미국과 유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쟁을 계속할 것 같다.





주간동아 2001.07.12 292호 (p60~61)

  • < 민유기 / 파리 통신원 > YKMI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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