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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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림 속으로 추억여행 출발!

  • 원형준 월간미술 기자

    입력2005-07-26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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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그림 속으로 추억여행 출발!
    “예술은 죽었다.” 최근 들어 자주 들리는 비가(悲歌)다. 주로 고전적인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예술의 죽음을 말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져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와 연관된다. 고전예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관점에서는 일종의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미국문화는 영화나 만화 등 ‘대중을 위해, 대중에 의해 생산된 대중의 문화’가 진짜 문화라고 표방한다. 어쨌든 21세기에 접어든 요즘에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혹은 미술)의 간극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다.

    현대기술의 발전, 그중에서도 인쇄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대중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art’, 그중 하나가 신문이다. 그 ‘결합’과 근-현대미술의 족적을 보여주는 전시가 7월8일부터 8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광화문 139번지’라는 이 전시의 주제는 현재 일민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의 장소성과, 동아일보사가 80년간 수집, 소장해온 미술품이 지닌 미술문화에 대한 관심과 시간성을 상징한다.

    전시는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동아일보사가 전개해온 일련의 미술행사와 지면을 통해 선보였던 700여점의 소장미술품 중 엄선한 190여점을 시기별로 선보인다. 크게 1920~40년대 근대미술의 도입기, 1940~60년대 해방과 정치적 혼란에 따른 모색기,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정착기로 나뉘었다. 주로 회고전 초대작가의 작품과 ‘신동아’ ‘여성동아’ 표지화로 제작되었던 작품, 그리고 신년휘호와 창간기념화 등이다. 이도영 고희동 허백련 이종우 노수현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도상봉 장욱진 등 작고 대가와 장우성 김기창 천경자 유영국 권옥연 박서보 윤명로 이종상 송수남 등 생존 원로 중견 작가 등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 100여명이 망라되어, 한국미술의 시대별 경향이나 미술사조의 변천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2부는 동아일보 창간 이래 신문에 실렸던 연재소설-연재기획물 삽화, 그리고 만화와 만평을 통해 ‘신문 속의 미술’을 살펴본다. 1부에 소개된 작품에 비해 대중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며 신문미술의 성격, 즉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의 참신함, 속도감 있는 붓놀림의 경쾌함, 시사성과 일상성을 담은 주제 등 대중매체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노수현 이상범 박고석 천경자 등 국내화단 원로들의 삽화작품이 소개되어 70년대까지도 중견화가들이 신문의 삽화를 그렸던 사회상과 함께, 대가의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고바우영감’등의 시사만화와 원본이 등장하는데, 우리 일상생활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런 만화들 속에 ‘시대의 철학’이 은폐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전시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1930년대 ‘신여성’의 안방, 1950년대의 어수선한 골목길과 사무실의 해당 시대 가구와 소품으로 시대 분위기를 연출해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로-도 안약, 첫 국산 라디오인 금성라디오, 마담영양크림 등 기물 100여점의 전시뿐만 아니라, 1층 라운지의 커피숍을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70, 80년대 분위기로 단장했다.



    전시를 기획한 장동광씨(일민미술관 학예연구관)는 “신문사 소장품의 최초 공개이며, 동아일보 창간 80주년 기념 전시라는 점 외에도, 신문과 미술의 연관성을 잘 보여준다”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말했으며, 한편 “자칫하면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근-현대 미술작품들을 매우 잘 수집, 정리했다”(하계훈·미술비평가)는 평가도 있었다.

    대중매체와 예술이 결합된 모습과 함께, 지금처럼 세련되거나 잘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인정 있고 사람 사는 것 같았던 시절의 정서와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문의:일민미술관(02-721-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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