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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기획|처가살이혼 늘어난다

가족내 남녀 불평등 저리 비켜!

인류학적으로 본 처가살이…가부장제 속에서 차별받던 권리 등 ‘바로 잡기’

가족내 남녀 불평등 저리 비켜!

가족내 남녀 불평등 저리 비켜!
“한국 여성사는 우리가 보통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이배용 교수·이화여대 사학과). 대표적인 예가 시집살이와 같은 부계친족 중심의 결혼제도를 우리의 오랜 전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시집살이는 중국의 전통이다. 중국은 철저한 부계친족 중심으로 가계를 계승하고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해 결혼하자마자 시집살이가 시작된 반면, 우리는 부계-모계를 함께 중시해서 아들딸에게 균등하게 재산을 상속했고, 처가살이라는 고유한 혼인 풍속을 오랫동안 지속했다.

권순형씨(안성산업대 강사)는 ‘처가살이의 길고 긴 역사’라는 글에서 지금도 곧잘 쓰는 “장가간다”는 말은 ‘입장가’(入丈家)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사위가 장인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처가살이의 기원은 고구려 서옥제(女胥屋制)에서 찾을 수 있다. 결혼식을 올리고 사위는 처가의 서옥에 살다가 자식이 크면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이 풍속은 고려시대의 서류부가혼(女胥留婦家婚) 또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남자가 아내의 집으로 가는 혼인’이었다.

고려시대에는 왜 처가살이가 성행했을까. 권순형씨는 ‘경제적 조건’, 즉 상속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려시대에는 비(非)부계적 친족구조에 남녀균분의 상속이어서 결혼 후 굳이 거주지를 시집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은 결혼 후 ‘출가외인’이라는 관념이 적었고, 친정 부모를 모시고 사는 일도 많았다. 이에 대해 삼봉 정도전은 “처가에서 혼인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자기 부모를 믿고 남편을 무시하고 교만하게 구니 혼인 풍속을 중국처럼 친영제로 바꾸자”고 주장할 정도였다(‘우리 여성의 역사’ 중 ‘고려시대의 혼인과 여성의 지위’).

그러나 고려시대의 처가살이가 반드시 여성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처가살이가 가능하려면 혼수비용은 물론 사위를 데리고 살 수 있는 처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결혼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집에서는 딸을 여승으로 만들기도 했다. 남성 입장에서는 부자나 세도가의 사위가 되면 아들과 마찬가지로 음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노리는 정략결혼이 성행했다. 결국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리학의 영향으로 모든 풍습이 중국 것을 따르면서 혼인과 가족제도도 중국처럼 부계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문화인류학적으로 보았을 때 처가살이에서 시집살이로의 변화는 가족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전경수 교수(서울대 인류학과)는 “시집살이가 일반화되면서 부계와 모계 간에 유지되던 가족성원간의 균형이 깨졌다”고 말한다. 즉 서류부가제란 단순히 사위가 처가에 산다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외가에서 성장함으로써 외조부나 외숙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게 됨을 의미한다. 부계혈통사회에서 처거제(妻居制)를 실시함으로써 개인(자녀)의 사회적 관계를 모계 중심으로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산상속 방식이 자녀균분제에서 장자단독제로, 신혼부부의 살림살이가 처거제에서 부거제(夫居制)로 바뀌면서 혈통률(rule of descent)도 부계인데 거주율(rule of residence)까지 부계 중심이 되는, 남녀 사이의 불평등 관계가 형성됐다. 결국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는 사회심리적 현상의 결과가 남아선호사상이며, 고부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 변화가 조선조 후반에 출발해 이 땅에 만들어진 가부장제의 자양분이 됐다고 전교수는 설명한다(‘문화시대의 문화학’ 참조).

이 분석대로라면 오늘날 다시 처가살이가 늘고 있는 것은 가부장제의 틀에서 이루어진 가족관계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주간동아 2000.07.20 243호 (p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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