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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통법 없던 일로? 대기업은 돌아서서 웃지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제조사 재고떨이용 로비설까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단통법 없던 일로? 대기업은 돌아서서 웃지

단통법 없던 일로?  대기업은 돌아서서 웃지

[Shutterstock]

“휴대전화 가격만 높였다”는 비판을 듣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당초 입법 취지대로 ‘소비자를 위한 법’이 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단통법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6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임위원 비공식 회동을 갖고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논의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단통법 수술이 그동안 지적돼온 여러 문제점을 다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소비자는 물론 이동통신사(이통사), 유통소매상 등 어느 누구에게도 크게 이익이 되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휴대전화 제조 대기업에게만 이득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이들 대기업 제조사들이 재고떨이를 위해 정부 부처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1년 만에 낯빛 확 바꾼 정부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공시되지 않는 불법보조금을 없애 이통사 간 과당경쟁을 막고 보조금 차별에 고통받는 소비자를 구제하고자 3년 일몰제(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법안)로 발효됐다. 단통법의 핵심 조항은 공시지원금 제공 및 보조금 상한제도였다. 각 이통사와 제조사가 휴대전화 구매 시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공개함으로써 같은 종류의 스마트폰을 한 소비자는 10만 원에, 다른 소비자는 70만 원에 사는 불공평을 없앤다는 게 골자였다. 이와 동시에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출혈 경쟁을 막고자 보조금 상한제도 도입했다. 보조금 상한제란 출시 16개월 이내인 신형 휴대전화를 구매할 경우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원해줄 수 있는 최고액을 34만5000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통법의 핵심 조항은 소비자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보조금 상한액이 정해지자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일이 없어졌지만, 그 대신 모든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는 가격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것. 당장 보조금 상한제 실시로 웃은 것은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이통3사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보조금 상한제로 보조금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1분기 2조4260억 원이던 이통3사의 총 마케팅 비용은 법 시행 1년 후인 2015년 1분기 2조570억 원, 올해 1분기 1조8500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 5010억 원에서 지난해 1분기 8780억 원, 올해 1분기 957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통사만 배불리는 조항이었지만 정부가 단통법에 보내는 눈빛은 호의적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9월 ‘단통법 1주년 성과’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통신비 인하 △이용자 차별 해소 △합리적 소비 정착 등 단통법 효과를 자화자찬했다.

보조금 상한제를 제외한 단통법의 다른 조항들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됐고 합리적 소비가 정착됐다는 방통위 측 주장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미래부 조사 결과 2014년 가계통신비는 월평균 15만350원이었으나 단통법 세부 조항인 선택약정할인제도(매달 통신비의 20%를 할인해주는 제도) 시행 등의 영향으로 2015년에는 14만7725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6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 비중도 2014년에는 33.9%로 높았지만 이듬해에는 6.3%로 감소했다. 보조금 공시 효과로 불완전판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형 제조사 재고떨이 위해 로비?

단통법 없던 일로?  대기업은 돌아서서 웃지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 3월 한 휴대전화 매장.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스포츠동아]

그러나 단통법 시행 결과를 자화자찬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는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단통법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인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 6월 13일 방통위는 상임위원 비공식 회동을 통해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논의했다. 방통위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방통위는 “정부는 그간 단통법의 성과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왔고 필요한 경우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제도 개선을 해왔다. 보조금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방통위 차원에서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그간 단통법 폐지 및 개선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극구 부인하던 방통위가 처음으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될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부 소비자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단통법 시행 전처럼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업계에선 “소비자의 실질적 부담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통3사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전 단말기 가격이 저렴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많은 소비자가 높은 금액의 요금제를 이용했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는 대신 보조금을 좀 더 많이 주는 정책을 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풀리고 각 이통사가 보조금 경쟁을 한다면 이통사 간 경쟁수단이 요금제에서 단말기 가격으로 바뀌게 된다. 과거처럼 통신비가 높아질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도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우려의 눈빛을 보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6월 15일 논평을 통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논평에 따르면 “제조사에서 단말기 가격 자체를 고가에 책정하고 할인액을 높여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싸게 구매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보조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택한 소비자가 결과적으로 역차별받게 된다. 그러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일정 기능을 했던 선택약정할인제도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돼도 실제 보조금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이 34만5000원으로 제한된 지금도 상한액 전부를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한선이 폐지된다고 반드시 보조금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통사별 공시지원금 규모를 확인한 결과 출시 16개월 이내인 스마트폰의 공시지원금은 대부분 10만~20만 원 선으로 보조금 상한액과 10만 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대기업 스마트폰 제조사뿐이다. 그동안 휴대전화시장 침체로 쌓인 재고를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반면 저가 휴대전화시장을 공략하는 팬택이나 알뜰폰업체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소매상들을 중심으로 미래부와 방통위의 태도 변화가 대형 제조사의 로비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통소매상도 큰 이익 없어

실제 대형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침체 후폭풍을 혹독하게 겪었다. 2013년 연간 약 2100만 대에 이르던 국내 휴대전화 판매시장은 단통법 시행 후 연간 1800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출고가 인상과 재고 처리 등으로 제조사가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시민단체와 소매상들의 주장에 대해 대형 제조사 측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직접 판매하는 유통·판매점들도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대해선 “크게 이득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 정모(36) 씨는 “단통법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큰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각 이통사가 서로의 단말기 보조금 액수를 모르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가능했다. 그러나 보조금 규모가 전부 공개된 상황에서 보조금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 상한선 수준의 보조금 지급이 없고 각 이통사에서 주는 보조금 규모가 비슷한 것처럼, 각 이통사가 보조금을 일정 금액에서 비슷하게 맞춰나갈 확률이 높다. 일시적으로 매장에 손님이 몰릴 수 있겠지만, 금방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방통위 한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에 관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일 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 논의하는 내용은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아니라 보조금 규모 조정에 관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기재부 기획, 방통위는 허수아비?

단통법 없던 일로?  대기업은 돌아서서 웃지

‘단통법’ 시행 첫날이던 2014년 10월 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서울 용산구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동아일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인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관한 논의는 최근 갑자기 진행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논의의 포문을 연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기재부)였다. 기재부는 2015년 12월 16일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기진작과 소비활성화를 위해 단통법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보조금을 포함한 전반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단통법 주무 부처였던 미래부는 “보조금 상향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고시’를 통해 보조금 상한액을 바꿀 수 있는 방통위도 “보조금 조정 계획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통법을 둘러싼 3개 부처의 힘겨루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던 것. 현재까지 양상을 보면 기재부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의 사전협의 없이 보조금 상한제 폐지 이슈가 터진 것은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의 경제 관련 부처에서 폐지론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보조금 개선 방안 마련” 말 한마디에 보조금 상한액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방통위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공식석상에서 보조금 상한제 폐지 질문이 나올 때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늘 “보조금 상한액 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해왔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도 유지됐다. 심지어 6월 9일에도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제 폐지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다음 날인 6월 10일 방통위는 주장을 번복했다. 이날 방통위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개선 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필요성 및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는 방통위가 당초 주장을 전면 수정했다. 방통위는 이날 “보조금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6.06.22 1043호 (p48~50)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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