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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돌게장에 뜨거운 밥을 쓱쓱~

경남 거제 장승포의 봄 음식

돌게장에 뜨거운 밥을 쓱쓱~

돌게장에 뜨거운 밥을 쓱쓱~

‘싱싱게장’의 게장. 사진 제공 · 박정배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이제는 뭍과 이어진 신거제대교와 거가대교 덕에 섬 같지 않은 섬이 됐다. 6·25전쟁 때는 포로수용소가 들어셨고 흥남철수 때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터를 잡은 땅이기도 하다. 1970년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조선소를 건립하면서 거제의 한쪽 귀퉁이던 장승포는 시(市)로 승격될 만큼 크게 발전했다. 장승포시는 95년 다시 거제군과 합쳐져 거제시가 됐다.

조선업의 침체로 활기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거제 장승포의 ‘싱싱게장’은 30년 넘게 간장게장 정식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혼자 가도 거하게 차려지는 밥상을 보면 주인장의 후한 인심이 느껴진다. 정식의 주인공은 게장이지만 함께 나오는 생선찌개와 생선구이, 다양한 반찬도 입맛을 돋운다. 게장은 간장게장과 게장무침, 두 가지가 나오는데 ‘무한리필’이다. 양으로 승부를 거는 이런 마케팅이 조선소의 혈기 왕성한 노동자들을 불러 모았다.

‘싱싱게장’의 게장에는 서해안 꽃게 대신 남해안에서 잡아 올린 돌게가 들어간다. 돌게는 박하지, 벌떡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몸집이 꽃게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게장으로 먹기 딱 좋을 만큼의 내장과 담백한 살을 갖고 있다. 원래 꽃게는 게장으로 먹지 않고 찜이나 국으로 많이 먹었다. 게장으로 담그는 게는 민물에 사는 참게였다. 참게는 돌게와 비슷한 크기로 내장을 주로 먹었다. 게장이란 말이 ‘참게의 장’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돌게도 꽃게처럼 봄, 가을에 살이 올라 맛있다. 돌게장은 봄에 잡은 게로 만들어 1년쯤 숙성시킨 뒤 먹는다.


돌게장에 뜨거운 밥을 쓱쓱~

‘할매함흥냉면’의 함흥냉면(왼쪽)과 ‘1951년 천화원’의 삼선짬뽕. 사진 제공 · 박정배 사진 제공 · 박정배


장승포 신부시장 뒤편에 있는 ‘할매함흥냉면’은 진짜 함흥 출신 주인이 운영하는 냉면 전문점이다. 1951년 전쟁통에 장승포에 정착한 뒤 수십 년이 흐른 90년대 중반 식당을 시작했지만 함흥식 냉면 고유의 맛을 맛깔나게 재현했다. 함흥식 냉면은 평양식 냉면과 달리 잘하는 집을 정말 찾기 힘든데 이 집은 손에 꼽을 만큼 맛이 좋다. 고구마전분과 메밀을 9 대 1로 섞어 반죽한 면발에 고춧가루, 생강, 마늘, 양파 등 10여 가지 재료를 무쳐 만든 양념장을 비벼내는 요리법은 이 집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면발은 오돌오돌하고 양념장은 단맛이 도드라지지만 기분 좋게 입안에서 감돈다. 20년대 병원을 식당으로 쓰고 있어 오래된 일본식 가옥 특유의 분위기가 난다. 단 10월 말에서 3월까지는 영업하지 않는다.

‘할매함흥냉면’에서 마실 나가듯 조금 걸으면 하얀색 건물에 ‘1951년 천화원’이란 간판을 단 중국집이 눈길을 끈다. 함경도 흥남에서 1·4후퇴 때 거제로 내려온 화교가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노포(老鋪) 중의 노포다. 현재 건물은 1970년에 지은 것이다. 이 집 음식은 담백하다. 재료 맛을 중요시하는 산둥식 중국요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선짬뽕 국물은 해물로 우린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했다.



‘짬뽕=매운 것’을 연상하는 한국인에게 이 집 짬뽕은 기스면이나 울면에 가깝다. 고춧가루나 고추 양념장을 일절 쓰지 않는 데다 배추와 목이버섯, 해산물 같은 깔끔한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1970년대 이전에 먹던 짬뽕과 비슷하고 배추를 넣은 중국식 우동도 연상케 한다. 북한 출신 새터민이 남한 음식을 먹어본 뒤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는 게 매운맛이다. 맵고 감칠맛이 센 짬뽕이 다른 국물 음식을 점점 제압하고 있는 형국이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면서 심심한 이 집 짬뽕 한 그릇을 먹다 보면 여기가 해산물로 유명한 거제고, 장승포임을 깨닫게 된다. 정말 봄이다.






주간동아 2016.04.06 1032호 (p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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