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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와해적 혁신’과 생존 기업

‘카카오 대리운전’ 후폭풍이 몰려온다

기술발전이 기존 시장질서 뒤흔들어…정부는 여전히 규제 타령만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카카오 대리운전’ 후폭풍이 몰려온다

‘카카오 대리운전’ 후폭풍이 몰려온다

2015년 10월 19일 경기 성남시에서 전국대리운전연합회 회원들이 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보기술(IT)기업이 대리운전 사업을 한다. 제조업의 대명사인 자동차업계가 서비스업으로 변모를 준비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산업구조를 지탱하던 칸막이가 하나 둘씩 무너지는,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다. 기존 업체는 물론이고 해당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희생양이 될 수도,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의 규제는 언젠가는 넘칠 수밖에 없는 둑 높이만 올리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향후 충격이 더 클지도 모른다.

“영세 사업자는 다 죽는 거죠.”

대전에서 대리운전업을 하는 홍모 씨는 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이 영 마뜩잖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중, 이르면 내달쯤 ‘카카오드라이버’라는 대리운전서비스를 론칭할 계획. 출시 10개월 만에 하루 70만 건에 달하는 호출을 기록하면서 콜택시업계를 평정한 ‘카카오택시’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카카오가 대리운전업계까지 진출한다니 기존 업체들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리운전노동조합, 대한민국대리운전자협회 등으로 이뤄진 대리운전상생협의회(협의회)는 3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족식을 갖고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골목상권 전체를 먹잇감으로 여긴 처사”라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접고 대리운전시장 진출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전 국민이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한국의 대표 IT기업이 된 카카오가 대리운전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게 생경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각 산업을 구분 짓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이 같은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O2O 기업의 등장, 무너지는 경계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흔히 O2O(online to offline)라고 일컫는,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오프라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분야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종합해 보여주면 고객 처지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발품을 덜 팔아도 되니 편하고, 사업자 처지에서도 신규 고객을 더 쉽게 유치할 수 있다.

대표적인 O2O 기업으로 미국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를 십분 활용해 과거에는 존재할 수 없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서비스로 호평받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자기 집의 남는 방을 저렴한 가격에 단기 임대하는 서비스로 출발해 이제는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 전용 임대업이 등장할 만큼 성장했다.

우버는 페이스북과 더불어 실리콘밸리에서 그야말로 가장 ‘핫’한 기업. 자동차 운전자가 택시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손님을 태울 수 있도록 중개하는 우버는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약 680억 달러(약 78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시가총액에서 코스피 2위인 한국전력공사가 38조 원, 3위인 현대자동차가 34조 원이다. 190조 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셈. 3년 전만 해도 기업가치가 50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정도로 평가되던 것을 떠올려보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과거에도 방이 남는 집들은 있었고, 어느 정도 대가를 받고 자기 차에 다른 사람을 태울 용의가 있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기가 불가능했다. ‘숨어 있는’ 공급자들을 찾아내기도, 그런 공급자들을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 그러나 IT 발달로 이런 숨은 수요와 공급까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혁신’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혁신은 더 저렴한 가격에 재화를 공급할 수 있게 하거나 훨씬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기존 시장이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리 만무하다. 업계 판도가 뒤바뀌기도 하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업계 공룡들이 한순간에 쓰러지기도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두고 ‘와해적(파괴적) 혁신’이라 일컫는다(48쪽 상자기사 참조).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로 대리운전업계가 이러한 ‘와해 혁신’을 겪을 참이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택시’를 통해 자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기존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영세업자들의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카카오도 그 나름의 명분이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대리운전업계에서 최약자 위치에 있는 대리운전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함과 동시에 이용자의 불편을 모바일을 통한 혁신으로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카오 측은 기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대리운전업체보다 낮은 수수료와 보험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리운전기사 단체는 카카오드라이버의 등장을 환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비판한 대리운전상생협의회를 두고 “(협의회 소속) 업체 대표들은 대리기사를 착취하는 각종 정책을 만든 장본인으로 이들 자체가 개혁 대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카카오 대리운전’ 후폭풍이 몰려온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교보강남타워 앞에서 대리기사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

골목상권 침해 vs 대리운전기사 고충 해결

그러나 카카오드라이버의 등장으로 대리운전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먼저 전화 호출에 응답하던 전화 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진다. 이는 카카오택시의 시장 석권 이후 콜택시업계가 겪었던 일과 똑같다. 스마트폰 앱에서 위치정보 등을 자동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고 배차를 조정하는 인력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대리운전기사들 또한 공급 폭증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전에서 대리운전업을 하는 홍모 씨의 우려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전업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카카오드라이버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운전 경력 1년 이상에 2종 보통면허 이상 소지자) 누구나 기사로 등록할 수 있다. 대학생이나 자영업자도 기사로 등록해놓고 부업으로 일할 수 있다.” 홍씨는 심지어 밤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기사로 등록해놓고 목적지가 자신의 행선지와 비슷한 고객을 잡아 대리운전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는 호출 1000개를 기사 300명이 나눠 겨우 수입을 유지하는 수준인데 (대리운전기사 공급이 급증하면) 기사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되면 기존 대리운전업체는 물론이고 대리운전기사들의 생계 유지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리운전업계의 변화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발달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존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격변을 겪으리라는 것은 많은 전문가가 누누이 하던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3월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기술발전으로 자동차, 석유 및 가스, 소매업, 헬스케어, 보험 부문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영향이 미치게 될 기술도 여러 가지다. 최근 주목받는 무인자동차와 전기자동차 같은 기술은 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갖는 개념 자체를 ‘구매해 보유하는 재산’이 아닌 ‘필요할 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서비스’로 바꿀 개연성이 높다(50쪽 기사 참조).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업계 전반은 물론이고 자동차보험업계와 정유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해적 혁신 사례들을 살펴볼 때 우리는 ‘기술’만이 이러한 혁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여기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정부 규제’의 기능은 훨씬 크다. 우버가 2014년 ‘우버엑스’ 서비스를 국내에서 실시했다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부 단속으로 이듬해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버엑스는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 자가용 운전자도 우버 앱을 사용해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서울시는 이를 불법 택시영업으로 간주하고 신고자에게 포상금까지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2015년 3월 우버 측은 한국 사용자들에게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하면서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이를 두고 외국 기업이 침투하자 국내 업계를 보호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국내 업체 콜버스랩이 개발한 ‘콜버스’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콜버스는 스마트폰 앱에 출발 지역과 도착 지역을 입력하면 사용자의 행선지를 분석해 최적화된 경로로 미니버스를 배차해주는 서비스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심야시간대에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교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콜버스의 운행 가능 시간과 구역을 과하게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다시금 규제가 발목을 잡는 사례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규제는 산업을 보호하고 과열을 막는 데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결국 규제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하는지가 혁신을 키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너무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의 말이다.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가능성이 매우 폭넓음에도 당국의 편협한 이해 때문에 가능성마저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기술로 가능한) 상상력을 유연하게 펼칠 수 있어야 (가능성을) 다 알아볼 수 있는데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대한민국 규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규제 중심, 차단하기에 급급한 한국

임 센터장은 우버와 카카오택시의 요금체계를 비교하면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미터기에 따라 요금을 받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우버는 혼잡 시간대에는 더 높은 가격을 설정하는 유동적인 가격 설정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데이터를 쌓고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보면서 시민에게는 최대한의 편익을 제공하고 자원 분배 측면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쪽으로만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새로운 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규제로 자국 산업을 영원히 보호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자유무역시대 첨단기술 산업이 언제까지고 규제의 보호막 안에 머무를 리 만무하다. 규제는 현 산업을 보호하거나 육성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니는 반면, 되레 국제 추세에 역행해 자국 산업의 체질을 약화하기도 한다.

2009년 오랜 지연 끝에 처음으로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국내 업계가 받았던 이른바 ‘아이폰 충격’을 생각해보라. 한국 휴대전화업계는 휴대전화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위피·WIPI) 설치를 의무화한 규제로 아이폰 등의 외산 단말기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동안 안락을 누렸다 규제가 폐지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피처폰 부문에서 세계 강자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으로의 트렌드 전환을 놓치면서 다시는 세계 휴대전화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던 것이 대표적.

임 센터장은 국가가 지원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대신 새로운 사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규제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에는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이 지나치게 많다.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방식은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성립이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을 때는 어렵다. 콜버스 같은 유망 스타트업에게 지원금 수천만 원을 줘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환경(규제)인데. 필요 없는 곳에 돈을 쓰고, 지원과 규제가 따로 노는 게 문제다.” 

와해적 혁신 다음 타깃▼ 헬스케어, 에너지, 소매업, 보험업계 떨고 있니? ▼



‘카카오 대리운전’ 후폭풍이 몰려온다
한때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번역어로 유통되다 최근에는 ‘와해적 혁신’으로 통용되는 ‘disruptive innovation’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1997년 발표한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을 ‘존속적(sustaining) 혁신’과 ‘와해적 혁신’으로 구분한다. 존속적 혁신이란 기존 제품의 지속적인 품질 개선 등과 같이 기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형태의 혁신을 의미한다. 반면 와해적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결국 기존 시장을 ‘와해’ 또는 ‘파괴’하는 혁신이다.

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많은 와해적 혁신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역사 속에서도 와해적 혁신의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증기기관 발명이 그렇다. 증기기관은 기존 주요 동력원이던 말, 소 같은 가축을 대체했다. 가스등이나 촛불을 대체한 전구의 등장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사적 사례. 20세기 후반 개인용 컴퓨터(PC)의 등장은 타자기를 쓸모없게 만들었으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필름 카메라 시장과 함께 당시 카메라업계의 거인이던 코닥을 쓰러뜨렸다. 그랬던 디지털 카메라가 이제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자신이 무너뜨렸던 필름 카메라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1900년과 2015년 미국 주식시장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그래프 참조), 1900년 당시에는 철도산업 주식이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기술과 헬스케어, 은행, 에너지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헬스케어, 에너지, 소매업, 보험업계 또한 향후 와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도 업종별 주식시장 비중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6.04.06 1032호 (p46~49)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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